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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eluga 고래아가씨 Mar 09. 2020

미국의 한국 여자, 이렇게들 삽니다 1

미혼과 기혼, 그리고 미국인과 결혼한 여성들

미국에서 살게 되면 멋진 옷을 차려입고 스틸레토 힐을 또각이며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네 주인공처럼 될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한국 장기체류/이민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1.  혼자 산다 : 싱글

실리콘밸리는 IT 산업 중심지로서, 남성 비율이 높습니다. 삼성과 엘지,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헤드쿼터가 있는 실리콘 밸리 대표 도시 산호세 San Jose는 남자가 워낙 많아 ‘맨호세 Man Jose’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입니다. 보통 남편의 직장을 따라 건너오신 기혼 여성들이 많아 싱글 여성은 드뭅니다.

20대 초중반의 싱글 여성의 경우 대개 회사 인턴 자격으로 옵니다. 연수기간이 종료되면 본국에 돌아가야 하는 조건부 비자인 J1을 받아 미국에 오죠.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돈도 안 주고 공짜로 부려먹는 회사도 많지만, 실리콘 밸리는 인턴에 대한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은 듯합니다. 보통은 정규직으로 전환돼 미국에 그대로 머무르길 바라죠. 이때 회사의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풀타임(우리로 치면 정규직) 전환도 회사에 달려있고, 취업 비자나 영주권 신청도 회사의 지원 아래 가능합니다. 때문에, 인턴이라고 적당히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면,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짐을 싣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턴은 할 수 있는 최대한 일하게 됩니다. 실리콘 밸리 특성상, 복장에 자유로운 회사들이 많아 한껏 멋 부리고 회사에 갈 법도 한데 시간과 영혼을 일에 갈아 넣다 보니, 현실은 매일 평일 아침이면 트레이닝 바지에 운동화, 단화에만 손이 갑니다.

그래도 휴일과 휴가 보장은 잘 됩니다. 인턴이라도 수입이 있으니 여행도 자주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입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실리콘 밸리에 방 한 칸 월세가 $1100-$1500,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스튜디오에 세 명이 모여 사는 데도 인당 $2000씩 부담하기도 합니다. 식비야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식사로 해결하면 절약 가능하지만, 월세를 비롯해 교통비며 통신비 등 생활물가가 높아서 약 $2500이 월 최저임금입니다.  (Palo Alto, 2020)  


https://www.svvoice.com/minimum-wage-goes-up-in-silicon-valley/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경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가까운 지역에 많이 몰려 있어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습니다.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따로 만나, 우리 회사 이러니 너네 회사 저러니 하면서 정보를 교환합니다.  이런 모임들은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아서, 상대적으로 남자 친구를 구하기 쉬울 것 같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일만 합니다. 미국 회사이니 업무, 회의 모두 영어로 진행되니 따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피로 푸느라 밀린 잠자고 나면, 연애 활동을 위한 시간 내기도 쉽지 않죠.

 
2. 한국인 남편과 장기 체류/이민

스탠퍼드, UC 버클리 같은 유수의 학교가 있어 Visiting scholar, 박사, 박사 후 과정 등 다양한 이유로 미국에 옵니다. 여성 본인이 이런 과정을 밟기 위해 오시기도 하고, 남편과 함께 오기도 하는데, 두 경우 모두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 정도 정해진 기간 머물 예정이어서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진 않습니다. 이민보다는 장기 체류에 가까운 개념이니까요. 20대 중후반의 M 씨는 한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남편을 따라왔습니다. F1, F2 비자를 받고 오기에 경제 활동이 금지되는데 한국에서 일을 받아하는 것도 안됩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는데 경제 활동에 관련된 정보 탐색이나 인맥 관리에 집중할 이유가 없는 거죠. 한정된 시간 맘껏 즐기다 가자는 마음가짐입니다. 남편 학교의 한인 연구생들이나 한인 교회를 통해 교류합니다. 나이에 민감한 한국인들 특성상 동년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골프 같은 취미 생활이나 맛집 탐방, 모임 등에 집중합니다. 친구들 중에는 연령 특성상 아기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의 일 때문에 함께 온 여성들은 대부분 육아로 바쁩니다. 한국에는 어린이집에서 차량을 운행하고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이런저런 방법이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 아이들 내려주고 태워 오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됩니다. 가족, 친지 등 연고가 없는 경우가 많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쌉니다. 때문에 남편 회사에서 영주권을 지원해줘서 아내에게도 일할 수 있는 신분이 주어지더라도, 감가상각 후 남길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할 만큼 영어가 뛰어나지 않다는 한계 때문에 주로 한국 관련 기관, 업체에서 주로 일자리를 구하는데, 대부분 생활비를 벌어 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주로 뽑아,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주기 때문이죠.


일을 하지 않는 경우, 인간관계는 주로 아이들 때문에 형성되는 학부모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남편의 일이나 취미 등에서 파생됩니다. 본인 차량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남편 일하는 동안 이리저리 다니며 탐색도 하고 소일도 할 수 있지만, 차가 없다면  감옥 생활이 따로 없습니다. 얼마 전, 수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30대 중반 A 씨는 미국에 돌아오기 싫다고 합니다. 차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었기에 집에만 갇혀 있다시피 지내며 우울증까지 얻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오시면 무조건 운전면허부터 따셔야 합니다. 한국에서 갖고 온 국제 운전면허는 소용없습니다. 나는 집순이니까 없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은 금물입니다. 본인 차를 사야 합니다.  미국은 가구 구성원 수  차량 수입니다. 미국에서 차 없이 살 수 있는 지역은 뉴욕 시내, 샌프란시스코 시내 및 전철 운행되는 인근 the Bay Area 일대 정도로 한정됩니다.


3. 미국인 남편과 결혼 : 결혼이주여성

한국계 미국인을 비롯해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남성들과 결혼하게 되면서 이민하게 된 여성들은 많은 경우 앞서 언급한 사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응이 빠릅니다. 남편을 비롯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다 보니 영어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현지인 남편으로부터 쉽게 정보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주권도 1년 이내에 딸 수 있는데, 학교를 간다면 유학생보다 학비가 크게 저렴하고 일 할 수 있는 자격도 되므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릴 시간/ 비용 효율이 큽니다.


하고 싶은 게 뚜렷하고 용감한 분들은 오래 걸리더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지만,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30대 중반에 미국에 와서 진학할 의지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죠. 제가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에 온 게 38살, 언제 학자금 대출 다 갚고 본전 뽑나, 하고 싶은 건 뭔가 이런저런 생각하다 결국 진학은 접었습니다. 현지 적응하면서 이거 할까, 저거 할까 두리번거리다 보니 2-3년은 훅 갑니다.

특히, 한국에서 잘 나가던 분들은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더 막막합니다. 40대 초반의 Y 씨는 한국에서 전문직으로서 일하던 중에 알게 된 미국 남성과 결혼해 이주했습니다. 일궈놓은 모든 경력을 내려놓은 채 새로운 삶을 찾아왔는데, 출산과 육아에 묶여 사회 진출은커녕, 집에만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더 잘 나가게 된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경력도, 인맥도 없으니 자격증 취득이든 뭐가 됐든 ‘새로고침’ ‘다시 시작’이 불가피합니다. 과거에 화려했던 시절이 여지없이 떠오릅니다. 서글픕니다. 미국서 사는 것도 별 수 없구나... <섹스 앤 더 시티>의 화려한 삶은 신기루였다는 것을....


https://youtu.be/YMxwa6Ssl-c​​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지금)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이제) 우린 앞을 향해서만 나가겠어 “  듀스 <우리는>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사례 2번, 3번 이민 여성의 일상과 괴리감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온 디맨드 코리아>나 <비키>(한국 방송 프로그램 바로바로 올려주는 플랫폼)를 보며 시름을 잊습니다. 온라인 한국인 커뮤니티의 구인, 구직 창 들여다보며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에잇, 몰라. 짜증 나는데 매콤한 떡볶이나 해 먹고 잊자... 하는 것도 곧 한계가 옵니다. 그럼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나? 이런 답답한 상황을 벗어난 사람들이 있긴 있나? 하는 질문이 듭니다.


분명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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