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잘 썼다고 생각하는 소비다.
미니 1집 발매
1집에 낸 노래들은 정말 다 마음에 든다. 특히 '그런 너라도'와 '아직, 너를'은 아직도 즐겨 듣는다. 가수 본인이 자기 노래를 즐겨 듣는 일이 흔하지 않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잘 없다. 그만큼 마음에 든다.
런던 이웃집 토토로 연극
런던 가서 예약한 표였다. 전혀 계획에 없었다. 연극인데 가수가 나와서 배경음악으로 계속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 신기하고, 노래도 참 진한 울림 있게 잘 부르신다고 생각했다. 연극도 영화 내용 그대로라 힐링되고 좋았다.
소튼 가는 기차값
당시에는 '그냥 소튼 호텔을 잡지. 기차값 아깝게.'라고 생각했으나, 하나도 안 아까웠다. 그냥 다음부터 그러면 된다. 너는 영국이 고향 같은 게 아니라, 정확히 소튼이 고향 같은 것이니라. 9월에 총 세 번 갔다. 한 번은 공연, 한 번은 학교, 마지막 한 번은 다른 도시 가는 길에 잠깐 내렸다. 특히 공연과 학교가 참 좋았다. 그게 9월에 갔을 때 가장 좋았던 날들이었다.
새로 타로 산 거
애프터 타로, 히든 시크릿 타로 다 잘 쓰고 있다. 타로를 사놓고도 안 쓰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타로 커뮤니티에서도 보면 실제로 사용하는 건 몇 개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갖고 있는 타로들을 다 돌려가며 잘 쓴다. 설령 타로가 10개여서 10개를 다 돌려가며 썼어도 질렸을 것이다. 지금 자주 쓰는 것만 세어보니 23개다.
콜드플레이 콘서트
이것도 미리 티켓팅한 것이 아니라, 콜드플레이가 이미 한국 와서 공연하고 있는 기간에 '아 나도 갈까?'하고 예매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팬은 아닌데'라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노래를 많이 아는 편이니 갔다. 영국이 그립기도 했고. 역시 콘서트는 미니 여행이라며, 자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콘서트는 이거 하나 갔는데,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제일 적게 갔다. 보통 이거보단 더 투자한다. 콘서트 보는 건 나에게 공부고 가장 잘하는 소비 중 하나다. 전광판에 'Believe in love' 떴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정말 그 'love'가 콘서트의 주요 메시지였다. 가수도 따뜻하고, 관객들도 따뜻한 공연이었다.
스킨, 로션, 먹을 거 같은 생필품은 다 엄마가 사주기 때문에 내 돈 나갈 일이 없다. 그렇다한들 20대 여자라면 돈 나갈 일이 많을 텐데, 감사하게도 교통비, 휴대폰 요금 말고 거의 없다. 심지어 휴대폰도 알뜰폰 쓴다. 집 밖에 좀 계속 나가있어야 데이터 쓸 일도 있고 하지 않겠나. 그러니 휙휙 여행 갈 수 있다. 내가 휙 영국 갈 돈으로, 명품 가방 하나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평소에 에코백도 들고 다니는 거 싫어해서 거의 항상 핸드폰만 들고 다닌다. 면접이든 어떤 자리에서도 내가 가방 필요 없으면 그러하다.
이러니 누가 내 마음에 드는 선물을 주려면 손에 안 잡혀야 된다. 늘 기억하고 있다. 나에게 최고의 가치는, 아니 거의 유일한 가치는 경험을 사는 일이다. 경험을 사는 일에 있어서는 돈을 안 아끼려 한다. 특히 내 분야 음악에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문득 글 쓰면서 데이식스의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노래가 떠올라 계속 머릿속에 울려 퍼지고 있다. 역시 잘한 소비였다. 아아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꿈만 같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