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이걸 다 겪은 이유를 만들어내고 싶은 의지 때문에 곡이 나오는 걸까.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는 브런치도 유튜브도 거의 하지 않았다. 본가에 피아노가 없었고, 9월 졸업 공연 제출이 끝나곤 연습실도 가지 않았다. 그러면 뭔가 아깝게 느껴진다.
1월 이사를 하면서 드디어 내 방과 피아노가 생겼다. 8월에 마지막으로 곡 쓰고 다섯 달 만에 자작곡 '있지'가 나왔다. 조용히 읊조리면서 부르는 그 감정선이 참 깊었다.
이번 신곡 '그런 너라도'가 나오려면, 반드시 똑같이 차단도 당해야 되고, 6월에 한국에 돌아와야 되고, 8월에 영국에 다시 가야 되고, 돌아와서 몹시 슬퍼해야 된다. 또 '있지'는 그렇게 8월에 돌아와서 겨우겨우 지내고, 새로운 사랑 찾아 나서고, 그러다 다 때려치우고, 칼날 같던 너의 말도 네가 줬던 온기가 다 녹였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
거기서 하나라도 오차가 생기면 저 곡들이 안 나온다.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그 순간에 그 멜로디와 가사가 딱 내게 내려올 수가 있을까.
그래서 곡을 자식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그 곡이 탄생하기까지 겪은 모든 일이 얼마나 힘들었든, 완성된 곡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싹 사라진 느낌이 든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폭식하는 등 불건강한 루틴을 가진 사람도 참 많을 텐데, 새삼 감사하다.
나를 지키는 방법
나를 치유하는 방법
나를 꽃피우게 하는 방법
그게 2012년, 중 3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뮤지션이라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