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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쿼이아 Apr 21. 2023

빌런의 도시학5-초고층 바벨탑

세계화와 권력 집중의 꿈, 초고층 바벨탑


바벨탑의 전설은 두가지 전승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바벨탑이 바빌론 제국의 지구라트를 의마한다는 것이고, 두번째 전승은 노아의 저주받은 자손인 거인족 ‘니므롯’에 의해 건설된 강력한 도시라는 설이다.


바빌로니아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석권한 고대왕조로 바빌론이 수도로 알려져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는 ‘함무라비 법전’으로 잘 알려진 함무라비 대왕의 시기에 본격적인 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신바빌로니아는 성경에도 등장하는 느부갓네살 2세가 건국한 거대한 제국인데, 바벨탑 이야기가 어느 시기를 배경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바빌로니아 제국의 지구라트가 공중정원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지구라트가 바벨탑을 의미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는 바빌론이라는 글로벌 도시의 위상과 쇠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다.




글로벌 도시 바빌론의 바벨탑이 상징하는 것은 권력의 집중화와 세계화이다. 이상도시가 유토피아라 하면 암울한 도시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것이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 이다. 인류가 하나님에 대항하여 만든 초고층 인공구조물은 죄악이 상징이 되었고,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권력을 탐하는 절대 악인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예로부터 가장 높은 건축물은 시대의 가장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 바벨탑을 건설할 때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성경을 기록하는데, 이는 단일 권력의 강력한 지배체계를 유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에 대응할 강력한 힘을 가진 빌런은 초대형 토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마음대로 활용해야만 한다.


피터 보쉬의 바벨탑 , 석탑공을 감시하는 니므롯을 묘사한 그림



창세기 10장에 의하면, 바벨을 건설한 인물은 구스의 아들 ‘니므롯’으로 기록되어있다. 니므롯은 ‘첫용사’라 칭해지며, 용감한 사냥꾼으로 주변의 자연적 위협으로 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인물로 이해할 수 있다. 최초의 빌런 가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성을 쌓았지만, 니므롯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도시를 확장해 간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니므롯은 큰 나라를 이루고 큰 성읍을 건설하였다고 하였으니, 주변 도시를 통합하고 세계화를 추진한 대도시의 바벨탑을 건설한 주체로 전승된다. 이는 바벨탑의 종말을 기록한 부분에서 동일한 언어를 사용했다가 바벨탑 붕괴이후 각각 민족들이 흩어져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됐다는 부분에서 바벨의 강력한 지배와 세계화를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니므롯은 노아의 증손자로 그의 할아버지 ‘함’은 노아가 포도주를 먹고 취해 벌거벗고 자는 모습을 보았다 하여 노아가 그의 자손들을 저주하게 된다.

빌런이 판치던 세상을 홍수로 쓸어버린 하나님의 세상에 노아가 자신의 자손을 저주함으로 새로운 빌런의 가계가 시작된 것이다. 니므롯은 그 중 가장 강력한 군주로 바벨이라는 도시를 세워 결국 신에게 도전하는 인물로 상징된다.


David Scott의 작품 니므롯, 1832년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빌런이라도 신은 인간의 도전을 용서하지 않는다. 결국 바벨탑은 무너지고 빌런의 세계화 지배욕망은 각기 다른 언어를 가진 민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빌런의 욕망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 그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도시 건설을 계속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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