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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현 Feb 04. 2021

청각장애인 작가가 들려주는 유쾌한 이야기

<나는 귀머거리다> (라일라 / 네이버웹툰)

1.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 타인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멀어짐은 물론 일상생활의 제약도 많아졌다.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려보자. 비장애인들의 일상이 불편하다면 장애인들이 코로나19 체감하는 정도는 어떨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개최한 ‘모두에게 열린 배리어프리한 온라인 중계는 어떻게 하나?’ 포럼에서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대학교의 Zoom 수업은 시각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벽이다. 휴대폰 모바일 기기로 접속할 때는 그나마 음성인식 시스템이라도 활용할 수 있지만, PC로 참여하는 경우 웹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애인 특성화 대학교에서조차 학습권을 온전히 보장받기 힘들다.


국무총리께서 ‘마스크 착용은 최고의 백신이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마스크는 전 국민이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도구다. 동시에 마스크는 청각장애인의사소통에 불안감을 주는 도구다.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은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하지만, 마스크 때문에 상대방의 입을 확인할 수 없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근로 중단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왜 더 이상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많다.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은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한데, Zoom을 사용한 비대면 소통과 재택근무 도입 등은 발달장애인의 관계 형성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2.

한국수어의 날(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을 기념)을 맞아 네이포털 메인에 강아지 캐릭터 한 마리가 출연했다.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의 작가이자 만화의 주인공 ‘라일라’다.

몇 주 전부터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에 관한 글을 쓰려고 자료는 잔뜩 수집했는데, 정작 쓰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네이버 메인에서 ‘라일라’ 강아지를 본 순간 더는 미룰 수가 없어서 자세를 고쳐 잡고 이 글을 쓰고있다.


웹툰 <나는 귀먹거리다>는 청각장애인 작가가 그린 청각장애에 관한 만화다. 청각장애인의 일상생활, 작가가 평소에 느낀 점을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표현했다. 만화를 접하기 전에는 청각장애인이 그린 만화라는 것 때문에 내용이 무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의 편견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귀머거리다 바로가기 링크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59934     


웹툰은 200화로, 단행본은 3개의 챕터, ‘난 우주에 살고 있어요’, ‘우주에서 살아가는 법’, ‘우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자신을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로 표현하여 일상툰의 형식으로 에피소드를 가볍게 풀어냈다. 2015년 여름에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서 2017년에 완결했다. 2021년 2월 현재, 웹툰은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고, 단행본은 품절되어 구하기 어렵다.      


3.

‘청각장애인은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하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해왔다면, 이 만화는 고정관념을 날려버릴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라일라 작가는 ‘장애는 개성일 뿐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을 그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부를 때 듣지 못해서 겪었던 오해, 길을 걸을 때 뒤에서 자동차가 와도 인지하지 못해 위험했던 에피소드,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겪는 불편함 등을 소개한다.

반면에 소음이 심한 공간에서도 꿀잠을 잘 수 있는 것, 자막을 통해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즐거움, 강아지를 키우면서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기뻐하는 에피소드 등 주어진 환경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처럼 결국 장애는 개성일 뿐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바른 정보는 덤이다. 제목 ‘귀머거리’는 왠지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말 같아서 쓰기를 꺼려온 것이 사실이다, 원래 ‘귀머거리’는 귀먹은 사람을 지칭하는 순우리말인데 일제강점기 때 비하의 뜻이 담기면서 욕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밖에 청각장애인이 발음을 익히는 과정이나 수화vs구화의 차이점 등도 알 수 있다.     


4.

작년 여름, 홍대 롤링홀에서 개최된 음악축제 ‘페스티벌 나다 2020’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다. 모든 관객이 우퍼 진동 조끼를 착용해서 청각장애인도 강력한 비트를 느낄 수 있었고 두 명의 수어 통역가가 온몸으로 공연 분위기를 전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출연한 모든 팀이 연주곡 중 1곡을 빛이 전혀 없는 어둠 속에서 공연해서 비장애인이 잠시나마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긴 예술축제였다.

비장애인이 청각장애를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청각장애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 만화는 재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중하고 평범한 일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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