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두근거려> : 남자 고등학생이 여자수구부에 입부한 이유는?
요즘 2020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도쿄올림픽은 33개 종목에 339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양궁, 태권도, 배드민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종목이 있는가 하면 수구 같이 조금 생소한 종목도 있다. 수구는 수영경기의 하나로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한 팀이 7명으로 구성되어 쿼터당 8분씩 4쿼터로 진행된다. 물에서 상대방의 골에 공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물속의 핸드볼’이라고 부른다. 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수영 기술과 힘, 지구력 등이 필요하다.
<두근두근두근거려>는 남자 고등학생 배수구가 여장을 하고 여자수구부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수구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 할 취미가 하나 있는데, 여자수영복을 좋아하는 것이다. 배수구는 학교에서 여자수구부 선수들의 수영복을 몰래 촬영하다가 여자수구부 감독에게 들킨다. 마침 수구부는 부원 1명이 부족하다. 감독은 배수구의 행동을 눈감아주는 대신 배수구를 ‘김소녀’라는 이름으로 여장을 시켜 여자수구부에 합류하게 한다. 이렇게 여장 남자 배수구의 여자수구부 생활이 시작된다.
작가는 남자 고등학생이 여자수영복에 집착하는 변태스러운 소재에 ‘하일권 표’ 개그 요소를 섞어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배수구가 여자수영복에 집착하는 이유는 스토리 마지막에 밝혀진다. 극강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번 달 만화리뷰 주제가 ‘협업과 팀워크’인 만큼 <두근두근두근거려>를 협업의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타자와의 연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모두가 내 맘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가족 안에서도 서로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협업은 필요할까?
먼저 주인공이 여자수구부에 들어가는 계기는 엉뚱하게도 협업과 관련이 있다. 숫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스포츠 단체 종목이 대표적이다. 수구는 7명이 구성되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 배수구가 입학한 동성고등학교의 여자수구부는 현재 6명이다. 1명이 부족하다. 여러 사람에게 여자수구부 입부를 권하지만 수구는 그렇게 인기 있는 운동이 아니기에 다들 거절한다. ‘인원 채우기’라는 명분은 주인공이 여자수구부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운동을 소재로 한 만화는 일정한 클리셰가 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갈등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협력하여 성과를 내거나 아니면 실력 없는 구성원이 모여 서로를 신뢰하고 노력해서 실력 있는 팀을 이긴다는 구조다. <두근두근두근거려> 역시 스포츠 만화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엄마 친구 딸이 수구를 한다며 엄마가 하라고 해서 입부한 1학년 학생회장, 수영선수였지만 부상 때문에 수구로 전향한 친구, 수구 마니아, 재미있을 것 같아 합류한 친구, 수구부 선생님이 좋아서 들어온 친구 등 주인공은 개성 넘치는 구성원들과 함께한다. 함께함은 개인이 이뤄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협업은 단순히 함께한다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킨다. <두근두근두근거려>는 성장 드라마답게 등장인물 개인의 고민과 심리에 집중한다. 배수구는 여자수구부 친구들과 함께 수구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성찰한다. 자기 자신과의 대면은 수영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연결된다.
작년 6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은 ‘국내 최초 오디오 시네마’를 내세우며 웹툰 <두근두근두근거려>를 듣는 오디오 시네마로 선보였다. 엑소의 찬열이 배수구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원작을 각색한 시나리오에 배우의 연기를 더하니 나름 신선했다. 엑소 팬이라면 들으면서 진짜 두근거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웹툰을 오디오 시네마로 연출한 것이 궁금하거나 엑소 팬인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길.
<두근두근두근거려>를 읽으면서 수구와 조금은 친해진 느낌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수구대표팀의 경기 일정이 언제인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쉽게도 대한민국 수구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대한민국 수구대표팀을 기대해본다.
디지털만화규장각 2021.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