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열정페이’ 이슈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열정페이’는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무보수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나 때는 말이야 현장에서 일 배우려고, 경력 쌓으려고 월급도 안 받고 일했어”라는 선배들의 라떼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열정페이는 산업화 이후 우리의 선배, 선배의 선배, 선배의 선배의 선배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어쩌면 그전부터 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업계에 따라서는 아직도 열정페이를 은근히 강요하는 곳도 많다.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직장인 감자>는 주인공 감자의 사회생활 분투기다.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 졸업반인 감자는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방송업계 일을 하고 싶지만, 관련 경력은 1도 없고, 방송과 관련한 취업 준비도 전무하다. 학원에 다니려니 학원비가 만만치 않다. 그녀에게 취업의 문턱은 너무 높아 보인다. 그러던 중 다가온 한 줄기 빛, 이름하여 ‘청년 미디어 아카데미 교육’. 무료로 교육을 받고 6개월 인턴으로 취업이 되었는데 아뿔싸 이게 웬일? 6개월간 무보수라고 한다. 말로만 들어왔던 ‘열정페이’다. 다닐까 말까 고민 끝에 출근한 첫날부터 대표에게 “경력도 없는 것들 그냥 잡일이나 시키려고 불렀다”는 험한 말까지 듣는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 감자는 6개월 인턴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직접 경험한 프로덕션 인턴 생활, 방송국 편성팀 막내 생활을 <직장인 감자>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회생활은 원래 불합리한 면이 많지만 작가는 그중에서도 방송업계의 열정페이를 지적했다. 회사에 다니려면 생활비 이외에도 교통비, 중식비, 품위 유지비 등 기본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있는데 이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어느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무보수 근로자인 감자 인턴은 말할 것도 없다. 2021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한 달 급여는 1,822,480원(8,720원×209시간, 주휴수당 포함)이다. 최소한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한 금액이 182만 원인데, 이걸 받지 않고 무보수로 일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다. 회사 대표에게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하라고 하면 순순히 일을 할까 모르겠다. “대표님은 무보수로 일하지 않을 거잖아요? 열정페이는 그냥 개나 갖다 주세요.”
열정페이 때문에 그러잖아도 어려운 인턴 생활은 회사 대표의 성희롱 발언으로 더욱 정나미가 떨어진다. 회사 대표는 감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직원들에게도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감자는 다른 동료를 돌아보며 용기 있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데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가 오히려 자책하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가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었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 우위를 통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 법이다. ‘얼마나 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었으면 법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생각과 ‘그나마 이런 법이라도 제정되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씁쓸해졌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라떼 이야기도 여전하다고 한다. 법적 제도는 마련되었지만 회사 내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취업을 준비하는 독자는 <직장인 감자>를 통해 취업 이후에 자신이 직장에서 당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경험하고 준비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힘겨운 직장생활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감자와 동료들의 행동에서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사장님들이 <직장인 감자>를 본다면 여기에 나오는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좋은 일터를 만들 수도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 모두 오늘도 파이팅이다. 오늘도 직장에 출근하는 나도 파이팅이다.
관련 링크 : 직장인 감자 | 만화경 (manhwakyung.com)
2021.05.25. 만화규장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