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직하기 전에 생각해보야야 할 세가지
지난번 글에서 '이직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써보겠다고 호기롭게 던져놨는데 막상 써보려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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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여기에 아무리 '이직할 땐 이렇게 하세요!' 라고 써놓는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나의 이직 경험(고작 단 한번의 경험이지만), 그리고 그간 봐왔던 프로이직러들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써보고자 한다.
당장 오늘이라도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다음의 세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구직을 할 때는 회사만 취직하면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꿈꿔왔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회사는 직원에게 그냥 월급을 주지 않는다. (때론 월급에 비해 턱없이 많게 느껴지는) 업무를 함께 준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 '내가 고작 이 돈을 받으면서 여기에 다닐 필요가 있나'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나의 능력치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때, 연봉협상이 잘 되지 않을 때 나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금전적인 문제와 업무량의 문제만 있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에서는 나와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구와도 안 맞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심지어 나의 직속상사라면? 붙들고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부하직원이라면? 하루에도 열 두번 퇴사를, 그리고 이직을 고민하는 것이 별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보자.
정녕 이 곳을 벗어나면 해결된 문제인가?
다른 회사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없을 것인가?
나도 대리를 달기 직전 즈음 어떤 일 때문에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해본 적이 있었다. 그 땐 정말 회사를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내고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부모님의 조언이 나를 눌러앉게 만든 큰 힘이 되었다.
인생은 길다. 지금은 회사를 나가고 싶겠지만 한 번 참으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이 결정이 잘 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모님의 조언이 맞았다. 나는 그 시기를 이겨내고는 그후로도 몇 년간 다니던 회사를 열심히 다녔다.
결국 지금은 그 회사를 떠나 직장을 옮긴 상태이지만 당시 욱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것에 대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당시 버텼기 때문에 커리어를 더 쌓을 수 있었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홧김에 회사를 나가봤자 손해보는건 나 뿐이다. 회사는 나 하나 없어도 잘 굴러가고 빈자리는 생각보다 금방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메워진다. 욱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이직을 하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더 높은 연봉, 더 나은 복지, 더 나은 직장동료, 적은 업무량,,, 우리는 이처럼 더 나은 무엇인가를 꿈꾸며 이직을 하려 한다. 이 부분을 이직하기 전에 명확히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인지 잘 알아보고 직장을 옮겨야 한다.
더 높은 연봉을 바라고 이직을 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업무량에 '나는 돈보다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어' 라고 깨닫거나, 더 나은 복지만 생각하며 이직을 했지만 이전보다 적어진 월급에 '워라밸을 즐기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구나' 라는걸 깨닫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만 보고 이것만 해결되면 인생이 행복해질거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얻는 대신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을 놓쳐서 오히려 행복한 삶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대기업에 다니다가 기존 연봉을 다소 깎고 워라밸이 좋고 자유롭다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나는 돈보다는 워라밸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했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해볼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연봉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연봉=나의 가치인데 막상 연봉이 깎이고 보니 회사가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다.
이처럼 나도 나를 잘 모를 수 있고 상황은 계속 변하니 가능하다면 향후 변화가능성까지 염두해두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나에게는 맞지 않는 회사일 수도 있다. 이직을 하기 전에는 꼭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려보자. 첫출근 날의 그 떨리고 어색한 마음을 기억해보자. 처음 보는 선배들과 함께 무슨 말인지도 모를 내용을 들으며 회의를 하고, 밥을 먹고, 저녁에는 또 환영회랍시고 술자리까지,,, 긴장되던 그 순간을 나는 다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가.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직장생활 경력과는 별도로 일명 '회사짬'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회사가 아니라 부서단위로도 그 안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어떤 무언의 권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아무리 내가 과장급이라고 해도 새로운 회사에 가면 그 회사의 시스템부터 각종 프로세스들을 나보다 한참 어린 후배에게 물어가며 배워야 할 수도 있다. 새로운 회사에서 진행하던 업무의 히스토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라도 한참을 찾아보고 대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절차적인 측면 뿐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 또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도 사적인 친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친한 사이라면 그냥 던져줄 자료도 처음 말을 걸어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까탈스럽게 굴며 자료를 제공하는 사람도 있다.
이전 회사에서 아무리 날고기던 사람이라도 이런 부분에 적응을 못해서 새로운 회사에서 뒤쳐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결국 이것도 시간의 문제인데, 시간이 해결해주어 잘 적응해가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결국 또 새로운 곳으로 떠나가는 사람도 있다.
지금 속한 조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신입의 마음으로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찾았다면 당신은 이직을 할 준비는 되어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