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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바나나 May 01. 2024

오늘, 정리의 맛(1)

오늘 나는 예쁜 쓰레기를 버렸다.


오늘 인형들을 버리기로 했다. 일명 ‘예쁜 쓰레기’. (이는 갖고 싶은 마음에 구매했지만 딱히 쓸 용도가 없기에 ‘쓰레기’라는 단어가 붙어 유희적인 의미로 종종 쓰인다) 집 안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예쁜 쓰레기를 한 곳으로 걷어냈다. 그 순간 두 가지 마음이 들면서 고민이 되었다.     


1. 그대로 두자.

2. 버리자.     


작년 연말이었다. “올해도 너무 정신없고 복잡하게 살았어.” 무언가의 결단이 필요했다. 마침 SNS 피드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작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읽게 되었다. ‘심플한 삶이란 적게 소유하는 대신 사물의 본질과 핵심으로 통하게 하며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라는 문장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말했다. “내년에는 심플하게 살자.”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등에 있는 현실의 짐들은 늘어났다. 물가 상승에 비해 오르지 않는 쥐꼬리만 한 월급. 그래서 좀처럼 모이지 않는 가난한 나의 주머니. 유부녀의 길을 가는 또래들과 달리 이성과 새로운 시작이 어려운 30대의 연애. 등에 짊어져야 할 현실의 짐들이 늘어날수록 마음이 무거워져 갔다. 마음의 해소가 필요했다. 마음이 무거울수록 물건 소유의 집착이 늘어났다. 나에게 ‘소유’란 내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는 일종의 보상 행위였다.     


내가 작은 사치들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곳, 다이소. 가성비로 유명한 이곳은 시즌마다 새로운 상품들이 계속 업데이트된다. 문을 열자마자 진열되어 있는 인형들이 왜 그렇게 예쁘게 느껴졌는지. 가격도 저렴하겠다, 마음의 해소도 필요하겠다. 긴 고민 없이 내 몸은 계산대로 향했다. 마음의 해소를 위해 한 작은 사치물들이 집안의 공간을 점점 차지하고 있었다. 쉴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집 안에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줄어들었다.

크기에 상관없이 ‘소유’하는 일은 쉬웠으나 소유를 ‘버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유했던 것을 버렸을 때 내 마음이 허무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내 삶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마음의 자유를 얻는 일이었다. 새해 다짐이 떠올랐다.

‘심플한 삶’. 심플한 삶을 살기 위해 ‘심플한 환경’부터 조성해 보면 어떨까.

결국 예쁜 쓰레기들의 양가적인 마음에 대한 답은 심플해졌다. 오랫동안 집 안에 방치되었던 무더기들을 한 곳으로 걷어내니 후련함과 시원함이 밀려왔다. 공간이 열 배가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공간을 보는 내 마음의 공간도 그만큼 더 확장되는 것 같았다. 공간을 비웠을 때 가장 먼저 몸이 자유로워졌다. 몸이 자유로워지니까 정신도 자유로워졌다.     

소유에 대한 어떠한 욕심을 버리고 비우니, 마음이 여유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하루마다 감사가 찾아온다. 버리고 비운만큼 내 삶은 더욱 여유로워지고 윤택해질것이다.     

 

오늘 정리의 맛은, 자유를 얻고 싶다면 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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