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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쟌 Mar 31. 2020

승무원의 화살은 음주비행 중.




 하루 24시간, 한 달 672시간, 1년 8760시간.


부지런히 해님이 뜨고 지면서 우리에게 공평하게 비추어주시는 고마운 시간이다.


이 무시무시한 자연의 법칙은 건물 꼭대기에 앉아계신 회장님에게도 아부다비 방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는 필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어진 시간이 화살이라면 과녁은 화살의 종착점, 즉 하루의 끝일 것이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좋든 싫든 결국 과녁 위에 꽂히게 되어있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화살은 술기운이라도 있는 건지 조금 휘어졌다 꺾였다 때로는 뒤로 돌아오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름다운 야경, 아스라이 숨은 달님.



 오늘 내가 하루를 시작한 시간, 밤 10시. 나는 분명 머리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며 출근했다.


 12시간 후 드디어 비행기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


 달이 풍년인가 보다 하며 호텔에 들어가서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는데, 어째서일까. 하늘을 가득 채운 저것은  얄미운 보름달이다.


아무래도 태양은 파업하셨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며칠째 달만 뜬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우리의 시간은 하늘 위에서 이렇게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세상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어쩐지 우리만 피해 가는 것 같아 때로는 섭섭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우리는 균형 잡기의 고수이니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안 자고 참기, 잠을 네 등분으로 쪼개서 자기, 비행 중 쉬는 시간에 안 쉬고 버티기 등.


천차만별의 방법을 동원해 우리는 24시간이라는 외줄 위에서 오늘도 아슬아슬 곡예를 넘는다.



더 균형 잡힌 하루를 살기 위해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깨어있는 하루를 살기 위함이다. 통일 같은 큰 소원을 바라지 못해 죄송스럽지만 우리의 꿈은 이리도 소박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내 것 같지만 내 것 아닌 그대, 24시간. 오늘도 승무원들의 애타는 짝사랑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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