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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파이브 Feb 09. 2021

작전명:청-춘!

이은재 작가의 <청춘극장> 中 날아라 병아리 편.

다음 웹툰에서 내가 정말 애정 하는 작품 중 하나인 <청춘극장>

웹툰 정주행하고 바로 이은재 작가님 인스타도 팔로우할 정도로 굉장히 재밌게 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날아라 병아리" 편. 이미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인 줄 알았던 나의 스무살, 그리고 활활 날아오르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순간들을 상기시켜주는 내 기억 속 소중한 작품에 애정하는 가사와 책 구절을 담아보았다.     

웹툰 <청춘극장> 날아라 병아리 1화 

줄거리 요약

짧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성빈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똑똑한 학생이지만 자기를 제외한 남들을 무시하는 다소 인성이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 그러다 복도에서 같은 반 복싱 선수인 규동의 어깨를 실수로 치게 되고 규동은 먼저 사과를 했다는 상당히 부당한 이유로 성빈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렇게 나대다가 규동에게 한 대 맞게 된 성빈은 (맞을만했다..) 감히 자기를 무시한 규동에게 오기가 생겨 그를 따라 복싱체육관에 등록하게 된다. 제대로 승부욕이 발동한 성빈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3개월 뒤에 규동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규동과 체육관장님 모두 처음에는 성빈의 다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성빈은 3개월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복싱에 임했다. 3개월이 지나 결전의 날이 오고 규동과 한판 붙게 되지만 전국대회 은메달 경력의 규동을 이기기에는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1등을 해야 했고, 해왔던 성빈은 3개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복싱을 연습했지만 처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성빈은 작가님이 만화에서 표현하신 것처럼 이런 성장통을 통해 알을 깨고 나와 병아리가 되어 찬란하게 날아올랐다. 성빈이가 다시 공부에 전념할지 아니면 복싱을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이 계기를 통해 성빈은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이 분명하다. 성빈이 새처럼 날아오르는 마지막 장면이 묘한 희열감을 주면서 만화는 끝이 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한다

<청춘극장>의 작품들은 제목처럼 '청춘'들의 이야기다. 갓 성인이 되어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그쯤 읽었던 웹툰이라 그런지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웹툰을 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아주 유명한 이 구절이 떠올랐었다. 그리고 당시의 나에게 질문했었다. "나는 내 알을, 내 세계를 깨트렸을까? 성빈이처럼 직접 깨고 나왔을까? 혹은 외부의 힘으로 깨지지는 않았을까? 나는 내 세계를 깨기 위한 노력을 해본 적이 있나?"

부끄럽지만 나 역시 성빈이처럼 내가 아는 것이 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자신감이라고 여기며 정당화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최소한 내 세계가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세계 역시 내 것과 같이 특별하고 광활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안다. 성빈이에게 복싱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알에서 나를 꿈틀이게 하는 것을 찾아 해맸었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복싱이나 피아노 혹은 입시와 취직처럼 확실하고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매일 아침 출근 길에 듣는 팝송, 빌딩 틈 사이로 아름답게 져가는 노을, 조용한 서점에서의 종이 넘기는 소리,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소중하게 불려지는 내 이름 등 일상에서 나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쌓여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내 세계를 하나씩 천천히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내게 세상이란 곳 어릴 적 그리던 꿈속 전쟁터구나

요즘 내가 정말 자주 듣는 노래, 잔나비의 "작전명: 청-춘!" 청춘 사이의 하이픈이 굉장히 맘에 든다. 언뜻 보면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잔나비니까.. 잔나비님들 앨범 최소 일년에 4개는 내주세요, 네?! 마치 끓이면 끓을수록 맛있어지는 김치찌개처럼 잔나비의 노래는 들을수록 좋아진다. 재밌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찾았을 때 시즌에 몇 화가 남았는지 계속 확인하며 보게 되는 것처럼, 잔나비 노래들은 자주 들으면서도 질리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작년 졸업을 하고 이제는 빼박 사회인이 된 나에게 이 노래의 가사는 가슴 아픈 공감을 주었다.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유난히 공감을 잘했던 어린 나는 옛날부터 사회를 바꾸는, 사람들의 삶을 더 이롭게 하는 그런 '영웅'이 되고 싶었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좀 더 정확하게는 그럼으로써 "승리의 영광을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세상에서 내 한 몸 챙기기도 쉽지 않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전쟁터처럼 까딱하다가는 적의 총에 맞거나 운 나쁘게 지뢰를 밟아 죽게 되는 것이다. 예전의 다짐들과 꿈을 잊은 채로 특별한 기대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웅장해진다. (노래의 구성과 오케스트라도 한 몫한다.) "그래, 이제 시작이잖아. 넌 할 수 있고, 해도 돼."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은 노래. 특히 성빈과 규동의 비장한 포즈가 노래의 가사와 정말 잘 어울린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어디선가 바쁘게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들. 성빈이랑 규동이는, 그리고 우리도 꼭 작전에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어릴 적 내겐 큰 꿈이 있었지
전장을 이끄는 영웅이 되는 꿈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승리의 영광을 누리는 꿈


어른이 된 오늘 내게 세상이란 곳
어릴 적 그리던 꿈속 전쟁터구나
그 속에서 나는 다시 영웅이 되려
선포한다 작전명 청춘


-잔나비, <작전명: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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