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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Apr 20. 2024

마네킹

행복의 조건(어른들의 동화)



…"아빠! 오늘도 그 아줌마 왔어요!."


…"그래? 왜 그리 자주 오는 거지?..., 나이로 봐서는 그런 애들이 없을 나인데?...., 또 애들 옷을 무더기로 산 거야?"


…"나도 봤는데 카트가 미어져라 싣더라고요! 손주들 옷 사가는 거 아냐!"

…"그나저나 너는 벌써 여름옷으로 갈아입었구나! 호호호! 멋있다! 멜빵이 특히!"


…"에이!  이게 뭐야! 새로 온 직원은 스타일리스트의 기본이 없나 봐요! 이렇게 입히면 안 팔릴텐데...., 쯧!"


-카운터 직원과 고객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실랑이를 하고 있다.


"택을 다 떼고 영수증도 없으시고, 기한이 지나서 오셔서 저흰 어쩔 수 없어요!"


"아니! 뭐가 안된다는 거야! 내가 여기서 구매한 금액이 얼만데! 장사들 이렇게 할 거야 정말!!!"


-하이톤으로 뭔가 찢어질듯한 소리를 지르며 여성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매니저나 책임자 오라고 해! 당신들과는 말해야 소용없어!"



…"엄마, 아빠! 또 시작이야!"

일주일이 멀다 하고 와서 환불소동을 일으키는 여자는 마네킹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다. 


ᆢ"저 여자는 왜 저러지 옷을 사려면 애를 데리고 와서 입혀보고 사야지! 무조건 담아가 놓고 담날엔 바꾸려는 심보는 도통 모르겠네"

아빠가 한마디 하자 엄마가 핀잔을 주며 거든다.


…"가슴이 허하면 그럴 수 있어욧! 근데 자식이 있기는 한 건가?"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생각해 봐요. 바꾸러 온 옷들이 주름하나 없이 깨끗하잖아요. 원래 한 두 번만 입고 걸어도 주름은 없어지는데 이상해요....., "


-잠시뒤 중년 남자가 뒤에서 소리친다.


"안된다는데! 창피하게 여기서 소리 지르면 안 돼요. 그냥 갑시다."


"난 그럴 수 없어요! 제대로 된 옷을 우리 딸한테 입혀야 해!"


"제발 정신 좀 차려! 그 아인 지금 없잖아!...., 마네킹에 옷입히자고 매일 이게 뭐야!"


"아니냐! 아니야! 우리 딸이 기다린단 말이야!"


"제발......., 좀......., 정신을... 차려.... 으흐흐흑..."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애원하듯 우는 듯 웃는 듯하였다.




 -한차례 소동이 지나간 매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점심시간 손님맞이로 분주해지고 있었다. 이 도시의 특성상 낮시간에는 주로 젊은 여성이나 유모차를 동반한 아기 엄마들이 애들 옷을 고르느라 활기를 띠었다.


…"아빠! 우리는 왜 움직이지 못하고 입혀주는 옷만 입어야 해!"


…"우리 아들이 답답한 게로구나! 그런데 이렇게 고정돼 있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어"


…"아니! 나도 저렇게 맘대로 골라보고 입어보고 싶단 말이야!'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지? 그게 아냐! 오히려 움직인다는 것은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 우리는 움직일 수 없으니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단다! 그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지!"


…"우리는 엄마랑 아빠, 그리고 나까지 누가 왜 만들었어요?"


…"글쎄다! 아마 사람들이 더 그 질문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구나!"


…"우리야 사람들의 모습을 본떠서 옷을 입혀 거울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고 만들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용도인지 잘 모를걸?"


…"호호호..., 아이한테 너무 어려운 말을 하시네요!...., 얘! 아빠말은 우린 분명한 목적이 있어 태어난 거니 좋은 거고, 사람들은 자기의 목적이 무언지 몰라 일생을 헤매니까 슬픈 거라고 말하는 거란다!"


…"왜!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 때문에 생겨난 지를 모르죠?"


"사람들은 원래 목적 없이 태어나는 거란다! 자기가 무엇이 될지는 정해진 게 없지! 그 해답을 찾아서 일생을 부단히 움직여야 하는 거란다! 어쩌면 우리 마네킹들이 더 행복한 존재인 이유란다."


…"옷을 고를 때 보면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여요!"


…" 그건 네가 잘 봤구나! 우리 코너에 온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옷을 골라 입어보고, 맞는 옷을 사갈 때 우린 그 순간만 보니까 행복해 보이는 거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복감을 우린 매번 보니까!"


…"그런데 거기까지란다! 그다음 입어보면 별로일 거야 그게 사람이란다! 적응이 되면 행복은 없지!......,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가장 행복의 순간만을 보는 거니 우리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건 네 아빠말이 맞는 거 같구나!...., 한동안은 엄마도 너무 갑갑해서 미칠 것 같았지, 마침 나를 다른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 그곳은 의상작업실 같은 곳이었어....., 나에게 완성되지 않은 옷을 걸치게 하고는 서로들 끝없이 논쟁을 하거나 꿰매고, 자르며 심각한 표정들이었어...., 처음엔 재미있게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을 듣다가..., 이곳 매장이 그립더구나...., 작업실에서 사람들은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모두 심각할 뿐이더라고!...., 아무도 행복해 보이진 않았어!"


…"그럼 옷을 많이 사서 다음날이면 바꾸러 오던 그 아주머니도 행복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렇게 볼 수 있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수록 행복한 기억만 갖고 싶어 하거든, 그래서 그랬을 거야!"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어려운 거네요!"


…"어쨌든 우리는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행복한 순간만을 보니 좋지 않니? 우리도 행복해지니까.."


…"영업시간이 끝났나 보네!.., 조금 있으면 불도 끄겠다! 그만들 자자꾸나!...., 자! 좋은 꿈 꾸고!...., 당신도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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