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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Jun 30. 2024

Stay Hungry, Stay Foolish

아직 시작 전에 새겨야 할 말들



 30년 만에 불안하고 새롭다! 자유는 불안을 잉태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새롭고 불안하다. 나는 급여노예로 살아왔었다. 겁이 많았었다. 그래서 세금 먹는 직업으로 살아왔다. 시간이란 우리 안에 갇혀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세상살이라 자위했었다.


 정년이 다가오고 있다. 나름 많은 준비를 해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일단 나가보라고, 그리고 시작해도 늦지는 않다고 했다. 또한 새롭다. 시작해야 한다. 모든 시작은 두려움을 안고 작된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과는 다르게 사회적 규정은 지금의 나이를 더 이상 일에서 연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 또한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다.


 지금의 일이 나에겐 첫 직장은 아니었다. 이 일을 잡기 전의 나는 많은 번민과 갈등이 있었다. 군 전역 후 나는 이런저런 선택을 할 여유가 없었다. 부모님의 유일한 생계였던 구멍가게는 건물이 법원경매에 부쳐지는 바람에 이리저리 보증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느라 하루를 소비하던 중, 나만이 집안의 버팀목이란 자각이 일었다. 급하게 들어간 직업은 모 자동차 회사의 영업직이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또 그래야 했다. 하지만 허상 같은 그 자본의 그림자는 너울대며, 아직은 젊었던 나의 건강에 의문부호를 남기고 뒷걸음질 쳤다. 그나마 동생이 졸업을 하고 직장을 잡으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하고픈 열정이 일었다. 그사이 결혼 후, 딸아이를 보았으니 안정적인 일자리가 간절해졌다. 나이는 서른을 갓 넘기고, 상황은 전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전 직업과 연관된 일을 조금 하다가 본격적으로 전혀 다른 일을 하고파 공직에 도전했다. 당시에는 각 직종별로 나이제한이 있었다. 볼 수 있는 시험의 종류도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경쟁률은 그때나 지금이나 치열했다.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나름의 정성을 다해 지금의 직종에 안착했다. 영업으로 시작한 사회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물론 급여는 겨우 생활을 꾸려갈 정도밖에 안 되지만, 만족했다.



 스티브 잡스는 멋진 인간이었다. 2,007년 어느 날 그가 화면에 등장하여 무언가 심각하게 설명을 하는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나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류의 생활은 이전과 달라졌다. 처음에 휴대폰이 나왔을 때는 단순히 이동할 수 있는 전화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인터넷이란 용어도 처음엔 낯설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그 유용함에 젖어들어갔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 중에 기억나는 것은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습니다."라는 구절이다. "항상 갈망하고, 끝없이 무모하십시오. (Stay Hungry, Stay Foolish)" 덧붙여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이 말들은 지금의 나에게도 아직 울림이 있다. 



 그의 나이 56세에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의 족적은 거대하게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 하고자 하면,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한다. 사실 처음하는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런저런 면을 고려하다 보면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치기 일쑤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일이 그렇듯 긍정적인 평가는 드물다.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에 휩쓸리다 보면 자신의 주관은 온 데 간데 없이 사그라들곤 한다. 시간이 흐른 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흔하게 꿈을 포기한 채 안주의 삶을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그중에 몇몇만이 외로운 그 길을 걸어 성취의 시간을 맞이할 때 돌아보고 후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생각에 따라 살거나 타인의 신조에 빠지지 마십시오. 타인의 의견에서 비롯된 소음이 여러분 내면의 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입니다." (-Steve Jobs-)


 그의 말처럼 시간은 한정돼 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살아온 것을 최선이라 믿는 가여운 존재가 인간들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상황은 늘 가변적이고 시간은 직선화 경향이 농후하기에 누구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이 옳다, 아니 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즉, 했느냐, 안 했느냐로 판정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긴 세월을 많은 이들의 판단을 나의 생각인 양, 착각 속에 살아왔다는 자각이 들곤 한다. 더 이상 참고는 할지언정, 나의 판단이라 혼돈하지 않으려 다짐해 본다. 나는 장남으로 태어나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 내 인생의 1막 1장이 끝나가고 있다. 사회인으로서 또는 한 가정의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은 나름 열심히 해왔다.


 이제는 나를 믿고,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다. 젊은 시절이 혼돈의 연속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나를 믿을 수 있겠다는 자각이 인다. 2막의 지평이 열리는 새로운 길목에서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비록 뒤늦게 시작하지만 이 길이 나에게 마지막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인생은 내가 모르는 연속선상이 늘 기다리고 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는 보여주고 싶다. 시작은 언제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열정적으로 갈망하는 생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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