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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Aug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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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어느 일요일 오전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분명한 결과를 낳습니다. 나의 하루가 쓸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글은 세상을 비추는 소금 같은 구절로 사람들에게 기억될지 모르니까요. 우리는 스스로를 응원해야 합니다. 비록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나의 생각은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뜬구름과 같이 흐릿한 상태는 아니라는 겁니다. 치밀하게 예정되어 구조를 이루고,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리하게 말로써 예정된 순서대로 움직입니다.



 언어는 생각의 전부와 같습니다. 단어 하나에 응축된 생각은 수학의 공식과 같이 철저하게 계산된 것입니다. 비록 누구나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무의식 또한 그렇게 움직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나타난 시구처럼 단어는 별과 같이 수많은 조합의 의미로서 반짝이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모여 구를 이루고, 문장으로 도약하며 결국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문득 글 쓰는 것이 난해하게 생각됩니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 탓도 있겠지요. 뜨거운 날씨만큼의 열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모든 것이 내 내면의 문제로 귀결 지어 갑니다. 나의 생각과 문제의식은 늘 연동되어 나를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많이 게을러져 갑니다. 어쩌면 세월 탓을 하는 나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근육을 위해서 끊임없이 쓰라는데 과연 어디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력도 별로 내세울 게 없습니다. 뭔가 쇼킹하고, 흥미로운 글을 써보고도 싶지만 제인생은 그저 그랬습니다. 보이지 않는 소재를 번득이는 기지와 날카로운 구와 절로 꾸미는 재주도 저에겐 없는 것 같습니다. 겨우 1년 남짓 썼을 뿐인데, 이런 푸념도 과분한 듯합니다. 말복을 향해가는 여름이 아직은 한창인 것 같습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 때문에 나무그늘 아래의 고즈넉한 풍경은 아직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가을이 오겠지요. 그러면 매미소리가 아마도 그리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저도 열심히 제 목소리를 써보려 합니다.



 많은 시작을 했어도 마무리가 없었습니다. 작은 습관부터 챙겨보려 합니다. 어렸을 때도 일기를 꾸준히 쓰질 않았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못 읽은 책목록을 다시 챙겨보려 합니다. 꾸준함은 또 다른 경쟁력이란 말이 있습니다. 비록 지치고 힘들어서 시큰둥 해지지만 글 쓰는 일을 놓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눈을 들어 자료실 창밖의 녹음으로 눈길을 옮깁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라 한낮의 뜨거운 햇볕에 무성한 녹음도 지치는 듯 보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안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데로 마음먹는 데로 나의 행로는 그렇게 결정될 것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 중계에서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미소를 생각합니다. 피눈물 나는 수많은 연습이 있었을 겁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그는 특유의 신들린 표정으로 웃어봅니다. 상대 선수인 세계 1위 카타르의 바르심은 1차에서 2m 31을 넘습니다. 그는 잠자리 선글라스를 낀 탓에 정확한 표정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예선에서 종아리 경련이 있었기에 내심 우상혁의 메달가능성을 기대했습니다. 늘 그렇듯 특유의 미소를 날리고 그는 날아올랐습니다. 하늘을 보는 넘는 배면 뛰기는 신체의 일부분이라도 걸리는 느낌이 나면 바로 실패를 직감합니다. 그의 비행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간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3자에 걸쳐 비록 실패했지만 그의 표정은 같았습니다. 미소를 잃지 않고 다음대회를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쏟은 땀방울의 대가를 꼭 받으려 합니다.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무형의 자산 또한 대가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그러한 자산들이 모여 나를 완성시키는 재료가 되어갑니다. 글쓰기 또한 아무런 응답이 없어도 나를 완성시키는 제재가 분명합니다. 비록 일천한 글일지언정 한 자 한 자 기록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보기에 흡족한 절구가 완성되겠지요. 그런 믿음으로 또다시 마음을 다잡고 키보드에 손을 올립니다.



 오늘이 법정생일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은 아버님이 저를 낳으시고, 젊은 청춘의 한 모퉁이에서 번뇌에 휩싸인 세월을 보내고 계시느라 출생신고가 9개월 정도 늦어졌습니다. 덕분에 한겨울의 실제생일 보다 풍족하고 무성한 달에 법정생일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부모님 은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살아보니 저도 점점 부모님을 닮아갑니다. 여름이면 손수건을 늘 쥐고 계시던 어머님처럼 유난히 땀이 많은 체질로 바뀌어 갑니다. 귀찮기도 하지만 '살아생전 얼마나 많은 진땀을 흘리셨을까?' 하는 생각에 어머니 생각이 자주 나니 한편으론 감사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겨울이면 늘 발의 각질로 갈라지고, 심하면 쓰라린 발의 상태도 아버님과 유사하니 씻고 부풀린 각질을 긁어낼 때면 당신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저는 그분들의 또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비록 아니라고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을 보낸 적도 있었지만 환경과 시간대가 다를 뿐 생각이나 행동은 당신 삶의 일부분인양 스스로를 뒤돌아 봐도 너무 닮아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내 존재의 근원을 눈치채 봅니다. 어머님이 그렇게 써보고 싶어 하시던 글귀를 떠올려 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챙겨야겠습니다. 모처럼의 휴일에 홀로인 채로, 많은 생각과 글감을 스케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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