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된 겨울은 추위와 한파가 한창이다. 이상기온에 환경재앙이 겹친다 하여 희한한 날씨를 처연히 보내는 와중에 인재가 겹친 우리 사회의 소요는 언제 정상화될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부턴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중심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이 별의별 일이 없지 않겠지만, 서로가 화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림이 최적의 조합일 것이다. 누군가 퍼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전체를 생각 않고 돌출된다면 그림은 조화를 잃고 엉망이 될 것이다.
인천에서 오래 살다 보니 바다를 볼 기회가 많아 참 좋았다. 고향은 아니지만 너른 바다를 볼 때면 가슴이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밀려오는 파도와 쓸려가는 물결이 우리네 세상살이 같아 자주 바다를 찾곤 한다. 개인이나 사회도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안 좋은 일들이 밀물처럼 들이켜는 시간대이지만, 때가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썰물처럼 석양을 등지고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사람의 일이 가늠은 안되어도 나름의 철칙은 있는 듯하다. 콩을 심어야 콩이 나고, 팥을 심어야 팥이 난다. 자기가 지은대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전체인 사회도 나름의 결정에 구성원인 개인들은 맞이할 현실이 아연실색할지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기뻐할 일도 아닌 것이다. 밀려오고, 쓸려가는 것이 세상이치란 것을 눈치챈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나는 지금 썰물의 시간대에 놓여있다. 퇴직을 앞두고 보니 그동안 보낸 세월이 부질없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사람들도 한동안 내 주위를 감싸고돌더니, 지금은 처연한 내 전화기처럼 조용할 뿐이다. 너무 사람들에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나와 같아 서로 필요에 의해 왔다가는 나그네들인 것을......,
얼마만인지 기억에도 없지만 고즈넉한 지금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 숨 가쁘게 톱니바퀴가 되어 늘 그날이 그날인 채로 살아왔었다. 나에게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시간이 소중해지고 있다. 일천한 글이지만 가슴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의 줄기를 일목요연하게 가다듬는 동안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늘 이런 날이 계속되지는 못할 것이다. 나 또한 세상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밀물이 오기 전 나를 조금이나마 평온함 속에 묻어두고 싶다.
남극의 펭귄들이 그 추운 극지에서 살아있는 이유는 서로의 체온에 기댄 허들링을 하기 때문이다. 촘촘하게 모여 서로를 보듬고, 칼날 같은 바람을 피하고 순번으로 돌아가며 바람을 막아서는 장벽 같은 무리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도 오랜만에 또 다른 시험대에 서있다. 이 겨울의 바람이 아무리 매섭고, 모든 걸 얼려버릴 듯 기세가 등등해도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내어 지금도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