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메아리 속 잊혀가는 진실
소리 없는 사회를 느낀 지는 꽤 오래전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사회는 시끌벅적했지만, 사실 그 이유조차 뻔했다. 나라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고, 더구나 국민은....., 미안하지만 모든 것은 자본이 움직이고 있었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가 이미 방송이나 언론 매체는 용도 폐기된 채 그 거대한 용광로로 녹여내고 있었다. 이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력은 전세계를 아우르며 각국의 매체는 힘없이 종속적인 위치로 전락되었다. 자본주의의 종말은 이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광고성 멘트가 화면 가득 24시간 "구독"을 메아리 삼아 진실을 호도한 채 이구동성으로 떠들어 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손안의 작은 기기 하나로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수많은 사람과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취미와 관심사를 나누며, 때로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강력한 도구로 기능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식과 콘텐츠를 손쉽게 얻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때로는 집단행동을 조직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각종 시민 운동과 사회 변화의 물결 뒤에는 언제나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있었다.
밝은 면 뒤에는 늘상 그러하듯이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소셜 미디어가 가져온 정보의 민주화는 동시에 정보의 왜곡과 조작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짜 뉴스(Fake News)와 허위 정보(Misinformation)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용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특정 집단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며, 이는 결국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에코 챔버(Echo Chamber)'에 갇히게 만든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기보다,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맹신하게 되고, 이는 사회 전반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 몇달동안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사회는 뼈저리게 이러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이러한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가 단순한 오해를 넘어 자본의 논리와 결합될 때 더욱 파괴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클릭 수와 조회 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소셜 미디어 생태계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 할지라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서슴없이 생산되고 유포된다.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들이 단 한 번의 "좋아요"와 "구독"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편향된 정보를 쏟아낸다. 이들은 전문가의 탈을 쓰고 등장하여 검증되지 않은 의학 정보를 퍼뜨리거나, 음모론을 유포하며 대중을 현혹한다. 이 과정에서 상업적 목적은 교묘하게 숨겨지고, 마치 공익을 위한 정보인 것처럼 포장되어 전달된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단순히 정보 왜곡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심리적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엿보고 자신과 비교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 비치는 타인의 모습은 대부분 잘 포장되고 이상화된 것이기에, 현실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이는 우울감, 불안감, 자존감 저하 등의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십대와 이십대 등 젊은 세대에게서 소셜 미디어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 장애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소셜 미디어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좋아요'나 댓글과 같은 즉각적인 보상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여 계속해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게 만든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잠을 설치고, 중요한 업무나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현실 세계의 대인관계보다 온라인상의 관계에 더 몰두하게 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즉 다른 사람이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감은 소셜 미디어 중독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심각한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형성되는 '디지털 자아'와 현실 속 '진정한 자아' 사이의 괴리감이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선별적으로 드러내며, 완벽하고 행복한 삶을 연출하려 한다. 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지만, 결과적으로는 본래의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쓰는 행위로 이어진다. 끊임없이 타인의 '완벽한'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고, 심지어는 외모 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비합리적인 가치관에 매몰되기도 한다. 이러한 디지털 자아의 강박은 현대인들의 불안감을 심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있어 소셜 미디어는 자아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디지털상의 평가가 현실의 자존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좋아요' 수가 적거나,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고, 심지어는 우울감에 빠지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의 언론과 방송 매체들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한때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들은 이제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속보 경쟁에서 밀리고, 독점적인 정보원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으며, 결국 광고 수익의 감소로 이어진다.
생존을 위해 이들 또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좇아 기존의 저널리즘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심층적인 탐사 보도나 비판적인 시각을 요구하는 중요한 의제보다는, 단기간에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수 있는 가볍고 선정적인 뉴스를 생산하는 데 급급해지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는 결국 언론 본연의 기능인 '감시와 비판'이 약화되고, 사회의 공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의 정보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플랫폼을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 데이터는 다시금 맞춤형 광고와 콘텐츠 추천에 활용되어 자본의 순환 고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언론 매체들은 독립성을 잃고 거대 플랫폼에 종속적인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플랫폼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고,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노출 여부가 결정되는 현실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지배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뉴스 유통의 최전선에서 사실상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우대하거나, 반대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시장 경쟁의 결과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거대 플랫폼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여론을 좌우하며, 결국 우리의 생각과 행동까지도 통제하려 드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종말의 서막일 수 있다.
24시간 화면을 가득 채우는 "구독" 외침은 더 이상 단순한 알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주의를 뺏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사고와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소리 없는 세뇌와 다름없다. 특히, 이러한 거대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분석하여, 개인의 취향, 정치적 성향,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며, 이는 소비를 부추기고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편리함을 대가로 우리의 개인 정보를 넘겨주고, 이 정보는 다시금 우리를 통제하고 조종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악순환 속에 놓여 있다.
소셜 미디어의 작동 원리인 알고리즘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알고리즘은 단순히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 상태와 인지 행동까지도 미묘하게 조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 견해를 강화하는 콘텐츠만을 집중적으로 노출시키고, 반대 의견은 차단함으로써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편향을 넘어, 사회 전체의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서로 다른 집단 간의 불신과 증오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주의(attention)'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두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른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에, 우리의 시간과 시선은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 되었으며, 플랫폼들은 이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자극적이고 논쟁적인 콘텐츠가 더 많은 '좋아요'와 공유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의 파편 속에서 길을 잃고, 심층적인 사고나 성찰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민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키고,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화하거나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거나 특정 콘텐츠를 우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며, 사용자들은 자신이 조작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를 재편하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소리 없는 사회'는 단순히 물리적인 소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비판적 목소리가 사라지고,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으며, 진실이 자본과 알고리즘의 그림자 아래에서 소리 없이 침묵당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소리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진실을 지켜내고,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첫째, 비판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어떤 정보가 어디에서 왔고, 누가 어떤 의도로 생산했으며, 어떤 사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출처를 확인하고, 교차 검증하며, 다양한 관점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낚시성 제목이나 과장된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둘째, 균형잡힌 정보 습득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찾아보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 매체나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에 대해 여러 언론사의 보도를 비교해 보거나, 전문가 집단이 발표하는 공식 보고서를 참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고, 현실 세계의 관계와 경험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의식적으로 제한하고, 오프라인 활동과 대인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상의 '좋아요'나 '구독'이 주는 일시적인 만족감보다, 현실에서의 소통과 관계에서 오는 진정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을 걷거나, 책을 읽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넷째,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고,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또한, 개인들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활용되는지 인지하고, 필요에 따라 데이터 사용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며, 시민 사회와 정부가 함께 연대하여 플랫폼의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광고 수익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모델, 즉 사용자의 자발적인 후원이나 구독을 기반으로 하는 대안 미디어의 성장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섯째,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미래 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교 교육 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필수 과목으로 포함하고,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윤리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디지털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책임 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주한 소리 없는 사회는 단순히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고, 진실이 왜곡되며, 인간의 본질적인 소통과 유대가 위협받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구독"이라는 디지털 메아리가 진실을 호도하는 시대에, 우리는 개인의 노력과 집단적인 연대를 통해 깨어있는 시민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더 이상 소리 없는 아우성에 침묵하지 않고, 진정한 소통과 건강한 정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용기 있는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이 거대한 디지털 파도를 헤쳐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침묵은 또 다른 침묵을 낳을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소리 없는 사회에 맞서 진실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모두는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