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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을 위하여(6)

주사위는 던져졌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by 포레스임


면접 당일 수원의 본사를 찾았다. 너무도 오랜 기간 동안 누구로부터 평가를 받아본 일이 없어 잘 해낼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의를 굳혀본다. 일생을 사는 동안은 누구도 영원히 한 직장에 머물 수 없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테스트는 당연한 차례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갔으니 너무 일찍 간 것이 아닌가 하여, 두리번거리다 1층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젊은 친구 하나가 면접에 오셨냐고 묻는다. 안쪽의 라운지로 안내를 받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10여 명 이상의 먼저 온 사람들도 있었다. 벌써 호명을 하고, 서너 명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안내 직원을 따라 면접장소로 이동 중인 듯했다.



차분히 한쪽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리며, 스마트 폰으로 챙긴 파일을 뒤진다. 면접을 위해 나름 회사에 대해 숙지할 것과 답변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외워서 될 일은 아니지만, 몇 가지 업무에 대한 것과 그 밖의 지원회사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나의 이력과 삽입하여 답변할 내용으로 기술하였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나와 다른 두 명, 도합 셋이 안내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의 면접실로 들어섰다. 지원번호 순서대로 내 왼쪽은 사십 대의 젊은 친구였고, 오른쪽은 내 나이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다. 모두 남. 여 7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내 자리에 앉았다.



블라인드 면접에 따른 주의 사항을 듣고, 자기소개를 1분간 하란다. 왼쪽의 젊은 친구는 목소리는 쨍쨍했고, 나름의 경력을 장황하게 말하다가 제지를 받았다. "좀 짧게 말씀해 주세요! 너무 긴 것 같아요" 세명 중에서 가운데 있는 나는 왠지 다행이다 싶었다. 나름 시간을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 근무의 경험에서 부당한 청탁이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한 사례기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오른쪽의 내 연배 비슷한 사람부터 시킨다. 교육계 쪽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던 듯하다. 나도 내 답변의 구상을 하느라 더 자세히는 듣지 못했다. 그런대로 괜찮게 대답을 정해진 시간 안에 했다. 30분 동안의 면접이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모든 테스트는 끝났다. 아쉬워해 봐야 돌이킬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그곳에 사시는 큰외삼촌 생각이 났다. 전화를 하니 외종사촌 상찬이 전화를 받는다. "형님! 이게 얼마만이에요! 건강하시죠?" 특유의 밝은 목소리라 외삼촌에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 입주해 드렸다고 했다. 요양원 주소를 물어 네비에 목적지 변경을 했다. 잠시 후 외삼촌이 있다는 요양원에 도착을 한다. 근처의 편의점에서 베지밀을 한 박스 사서 오른손에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7년간 요양원 순례를 하셨다. 그 기억에 의하면 요양원 직원들이 제일 반기는 선물은 베지밀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외삼촌은 나를 단번에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신다. 장기기억은 여전히 숨을 쉰다는 치매환자의 특성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나 또한 기쁜 마음으로 이런저런 지나간 회포를 말씀드리고, 한두 시간의 면회 후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며칠 후 면접결과 발표 시간이 되니 안절부절못하였다. 시간이 되니 정확히 문자가 온다. '전형결과, 아쉽게도 함께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다른 문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면접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너무 자만하고 방심한 결과 인듯했다. 최근의 취업시장 트렌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한 준비와 나름의 자만감은 많은 생각을 들춰내 주었다.



처음부터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우선은 취업이 다된 양 들뜬 가슴을 차분히 내려놓아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만이 무슨 대단한 존재인양 자만심 가득한 마음부터 내리고 겸허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몇 군데를 다시 주목해 지원서를 냈다. 이번에는 내 취향에 맞는 업체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거리나 업종도 다양하게 잡기로 한다. 사회복지 쪽 두어 군데와 경비지도 HR업체 몇 군데를 눈여겨보다 기어이 지원을 해봤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번엔 연락이 바로 터졌다. 데이케어센터 한 곳과 군포의 HR업체에서 동시에 면접을 볼 것을 권유했다.



문제는 나의 이러한 지원이 동일한 업종의 지원이 아니라 두 가지로 나뉜다는 점이었다. 소유한 자격증에 맞추어 너무 요령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기도 한다. 한쪽은 박애정신이 요구되는 사회복지 쪽이고, 다른 한편은 경비원, 미화원 등을 관리하고, 새로운 도급계약을 위한 일에 치중하는 일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와 과거 경력은 연관성이 있었다. 다시 모든 것을 점검하기로 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은 늘 그렇듯 또 다른 기대를 낳는다. 머릿속은 다른 여정을 준비하는 나의 현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늘 주사위는 던져지고, 새로운 시작은 설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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