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어깨춤

음악이 흐르는 밤

by 민돌

라이브바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어학연수 중 여유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를 라이브바에 데려갈 계획을 세웠다.

첫 주말, 간단한 세부시티 관광을 마치고 노을이 질 무렵,

미리 조사해둔 라이브바에 엄마를 모시고 갔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적어 어수선했지만, 맥주와 음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금세 자리가 차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가장 즐거울 때 짓는 특유의 표정과 어깨춤으로 필리핀에 온 뒤 가장 행복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곳에 온 후 하루 24시간, 거의 모든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다.

한국에선 각자의 바쁜 일정 때문에 가끔 저녁을 함께 먹는 게 전부였지만,

여기선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온전히 누렸다.

이런 나날들은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엄마의 행복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 새삼 감사했다.


라이브바 분위기가 무르익자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 “Lost Stars”가 흘러나왔다.

나에게 추억이 깊은 노래였다.

“엄마, 나 이 노래 좋아해. 힘든 시절에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았어.”라고 말했다.

엄마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아, 힘들었던 얘기를 꺼내서 엄마 마음을 무겁게 했구나’

싶어 후회하고 있을 때, 엄마가 입을 열었다.

“우리 딸이 힘들 때 이 노래로 힘을 냈다니, 저 가수에게 팁을 주고 싶네!

근데 여기선 네가 엄마라 나한테 돈이 없어. 나 대신 팁 좀 줘!”

딸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 하던 엄마가 내린 결론이 가수에게 팁 주기라니, 너무 귀여웠다.

평소 짠순이인 나지만, 오늘만큼은 팁 박스에 돈을 살짝 넣었다.

“엄마 대신 넣었어!”라고 하자 엄마는 “잘했다, 우리 딸!”이라며 어깨춤을 추며 박수를 쳤다.


엄마의 행복한 얼굴은 이 연수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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