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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May 11. 2020

박물관이 시간을 기억하는 법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이하 MET)은 지난 4월 13일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접점이자 미래로 도약하는 문화기관으로서 MET는 어떤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을까?



15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MET는 특별전시 <Making The Met, 1870-2020/3.30~8.2) 외에 1년간 이색적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름 하여 “MET 이야기(Stories)”, 바로 MET에서 경험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엮는 것이다. 예술가, 교사, 큐레이터, 배우, 박물관 직원, 디자이너 등등 MET를 방문하거나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상을 통해 공유되고, SNS에서 #MyMetStory를 해시태그 한 관람객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으며 홈페이지(metmuseum.org/MyMetStory)에서 직접 응모가 가능하다. 이 프로젝트는 일 년간 지속된다.


150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념하며 MET는 자랑스러운 업적이나 통계 자료와 같은 숫자가 아닌 개개인의 이야기에 대해 조명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박물관의 역사와 그 안의 예술품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갖는지 자문하는 것, 다시 말해 박물관은 개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녹아든 공간으로 자리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MET Stories”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한다. MET의 관장 맥스 홀라인(Max Hollein)은 “지난 150년간 이곳은 예술과 세상을 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누구나 과거와 만나고, 창의성을 찬양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우리 공동의 인간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그 역시 8살 때 처음 방문한 MET의 웅장한 건물과 이집트 유물에 매료되었으며 그 영감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비디오 시리즈로 소개되고 있는 MET Stories에서는 지금까지 6명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미국의 패션 컨설턴트이자 방송인 팀 건(Tim Gunn)을 시작으로 MET의 이미지 아키비스트, 큐레이터, 셰프, 댄서까지 다양한 직업군으로부터 전해진 그들의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깊은 감동까지 밀려온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MET의 역사와 결합되는 것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는 박물관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의미가 크다.


영상 속에서 이야기하는 박물관(MET)은 과거를 만나고, 타인을 만나는 접점이자 문화·사회·언어 등의 장벽이 허물어진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계,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자 기록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이집트 직물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발레리노는 로댕의 조각상에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몸의 선을 배운다. 이민자들은 박물관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찾고, 또 어떤 요리사는 네덜란드의 정물화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27년간 박물관에서 근무한 MET의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큐레이터 로워리 스톡스 심스(Lowery Stokes Simes)는 1972년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박물관 관람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묻고 듣는 것(ask and listen)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당시 예술에 대한 보수적인 견해에 맞서 반응하기 보다는 더 많은 담론을 이끌어내는 대화에 집중하고, 역사에 대한 모든 인간들의 노력을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풀어냈다고 회상한다. 오늘날 MET가 보여주는 포용성은 이때부터 시작된 소통의 여정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이번 MET의 이벤트를 보며 우리나라의 박물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에게 박물관이란 어떤 곳일까? 무겁고 따분한 교육의 공간 혹은 어려운 공간이라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박물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전시품은 무엇인가요?”

“박물관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있나요?”
“박물관에서 나를 닮은 무엇인가를 찾아본 적이 있나요?”


박물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있다. 기억이 공유되고,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일 때 박물관은 비로소 역사와 함께 생명력을 갖는다. 지금 우리의 시간도 내일의 역사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그렇게 우리 모두를 기록하고 기억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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