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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츠로이 Jun 16. 2021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진입합니다

케이프 타운, 안녕?


1,600km를 달려 드디어 마주한 케이프 타운 


우리의 이사 여정은 희로애락(喜怒愛樂)과 다름이 없었다.


케이프 타운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확정되던 그날

새로운 터전에서의 새 삶을 기대하며 설렘과 희열을 느꼈었고,

이삿날 출발 직전까지 이삿짐을 싸게 된 것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후 슬픔과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다 케이프 타운에 진입을 한 순간, 

모든 희로애(喜怒愛)가 락(樂)으로 뒤바뀌는 기분을 맛봤다. 





멀리서 케이프 타운의 테이블 마운틴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케이프 타운의 도심 밖에서 도심 한가운데로 진입을 하면서부터 차 앞 유리창 너머로 쭉 고정이 되어있던 풍경이었다. 이 곳 케이프 타운에서는 도시인들의 삶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정신적인 기둥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삶에 거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아프리카 땅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듯 다른 외관을 갖춘 케이프 타운이 퍽 신기했다. 오랜 운전으로 피곤했을 법도 했지만, 눈 앞으로 펼쳐지는 케이프 타운의 절경에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바다와 산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이 도시는 분명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음이 분명했다. 여행을 왔을 적에 잠시 느껴봤던 이 도시의 매력을 다시 기억해내기 시작했는지, 내 마음이 흥분과 신남으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웅장한 테이블 마운틴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봤던 도심과 노을, 그리고 푸른 바다에서 담가봤던 케이프 타운 바닷물의 차가운 물 온도까지 모든 게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해 줬던 이 도시에서 잠을 자고 일을 하며 현지 주민들처럼 살아가 보게 되었다니..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은 내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될 줄 알았기 때문에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나 싶더라. 


이렇게 우린 무사히 케이프 타운 내에 입성한 후, 곧장 예약되어 있던 숙소로 향했다.

희로애락을 모두 겪어 낸 대장정을 끝내며 앞으로의 삶을 이 곳에서 시작해보게 되었다.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삶의 챕터가 열릴 도시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케이프 타운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긴 여정이 끝이 난 것이 아닌,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가며 겪게 될.. 1,600km의 여정보다도 긴 인생 여정의 시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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