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타운, 안녕?
1,600km를 달려 드디어 마주한 케이프 타운
우리의 이사 여정은 희로애락(喜怒愛樂)과 다름이 없었다.
케이프 타운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확정되던 그날
새로운 터전에서의 새 삶을 기대하며 설렘과 희열을 느꼈었고,
이삿날 출발 직전까지 이삿짐을 싸게 된 것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후 슬픔과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다 케이프 타운에 진입을 한 순간,
모든 희로애(喜怒愛)가 락(樂)으로 뒤바뀌는 기분을 맛봤다.
멀리서 케이프 타운의 테이블 마운틴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케이프 타운의 도심 밖에서 도심 한가운데로 진입을 하면서부터 차 앞 유리창 너머로 쭉 고정이 되어있던 풍경이었다. 이 곳 케이프 타운에서는 도시인들의 삶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정신적인 기둥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삶에 거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아프리카 땅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듯 다른 외관을 갖춘 케이프 타운이 퍽 신기했다. 오랜 운전으로 피곤했을 법도 했지만, 눈 앞으로 펼쳐지는 케이프 타운의 절경에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바다와 산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이 도시는 분명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음이 분명했다. 여행을 왔을 적에 잠시 느껴봤던 이 도시의 매력을 다시 기억해내기 시작했는지, 내 마음이 흥분과 신남으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웅장한 테이블 마운틴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봤던 도심과 노을, 그리고 푸른 바다에서 담가봤던 케이프 타운 바닷물의 차가운 물 온도까지 모든 게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해 줬던 이 도시에서 잠을 자고 일을 하며 현지 주민들처럼 살아가 보게 되었다니..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은 내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될 줄 알았기 때문에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나 싶더라.
이렇게 우린 무사히 케이프 타운 내에 입성한 후, 곧장 예약되어 있던 숙소로 향했다.
희로애락을 모두 겪어 낸 대장정을 끝내며 앞으로의 삶을 이 곳에서 시작해보게 되었다.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삶의 챕터가 열릴 도시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케이프 타운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긴 여정이 끝이 난 것이 아닌,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가며 겪게 될.. 1,600km의 여정보다도 긴 인생 여정의 시작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