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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츠로이 Jul 11. 2021

바닷가 앞에서 살아보니 좋은 점


바닷가 앞 집은 처음이라서 



그간 나는 바닷가 앞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을 딱히 가져본 적이 없었다.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했고, 바다 주변보다는 대륙 한가운데의 도시 가까이에서 늘 살았었기 때문에 바다에서 산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휴가 때 바다 근처로 숙소를 잡고 휴양을 하는 건 예외이고 말이다. 


하지만 내륙 지방에 있던 요하네스버그에서 바다로 둘러싸인 케이프 타운으로 도시 이동을 하게 되며 집을 알아보던 중 차차 생각이 달라졌다. 사방을 둘러봐도 땅이랑 산밖에 없는 요하네스버그에서의 삶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케이프 타운에도 바다와 좀 떨어진 도시가 있고 집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바다를 바로 마주 보고 살 수 있는 바닷가 앞 집에서 살아보기로 결정을 했다. 일단 나보다는 바다를 보며 휴양하듯 살고 싶어 했던 짝꿍의 욕심이 컸고, 케이프 타운까지 가서 사는데 바다를 가까이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그의 말에 나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닷가 앞 집이 어떤 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바다를 마주 보자는 그의 말은 내심.. 집을 알아보는 내내 나의 마음을 설레고 들뜨게 만들었다. 


우리가 이사를 가게 된 때는 코로나로 인한 긴 락다운을 일 년 정도 겪었던 시점이었다. 락다운 기간 내내 그 어느 곳보다도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고, 집안에서 일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며 온갖 활동을 해내갔다. 그래서 였을까?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꼈었고, 케이프 타운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된다면 우리의 기대에 합당할 정도의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자연을 보다 가까이에서 마주 보고 살며 굳이 밖을 나서지 않고도 집안에서 힐링을 할 수 있었으면 싶었고, 시끌벅적한 도심 안보다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다. 편안하고 아늑한 내 집이 좀 더 머물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이었으면 했다. 





살아보니 알겠는 바닷가 앞 집의 매력 



바다를 두고 지어진 근사하고 예쁜 집들은 케이프 타운 내에 많아도 너무 많았다. 케이프 타운에 오지 않았더라면 평생토록 아프리카 땅덩어리에 이렇게 예쁘고 으리으리한 집들이 많을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빅토리아 베컴 부부도 구매를 했다는 주택을 비롯해 바닷가 주변에 저택들이 너무 많아 기겁을 했을 정도. 단지 월세 가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의 맥시멈을 훌쩍 넘어버려서 살지 못한다는게 안타까웠을 뿐...


우리가 정해놓은 가격과 주변 동네 환경, 그리고 집 안의 상태까지 모든 것이 부합하는 집들을 찾아다니다 이 집을 발견했다. 인스펙션을 하러 집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 집이야!'라며 속으로 외친, 나의 마음에 쏙 든 집이었다. 줄곧 하얗고 깔끔한 집을 선호했던 나의 취향에 맞게, 집 안의 모든 공간들이 하얀 페인트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집이 위치한 호텔 아파트먼트의 전체 건물이 하얀 벽으로 집집마다 가림막을 세워놔 단아해 보인다 싶었을 만큼 깔끔하고 아늑해 보였다. 무조건적으로 합격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집의 외관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바닷가 앞 집이 더욱 매력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창문을 열지 않아도 언제든지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남아프리카의 바다 뷰였다. 수평선 위로 펼쳐진 하늘과 구름들, 그리고 왼편으로 보이는 테이블 마운틴까지 모든 게 삼박자를 이루듯 아름다웠다. 매일이 휴양지에서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연속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살아보면 익숙해질 줄 알았더니, 바다 뷰는 계속 살아보고 매일 바라봐도 지루하지가 않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의 색감.. 그리고 모습.. 모든 게 내게는 처음같이 새롭고 낯설었지만, 경이로울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날이 흐린 날이면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까지도 바다 안개에 가려져 잘 보이질 않는데, 그럴 때 바닷가 앞으로 나가보면 눈앞에 잡힐 듯 말 듯 떠있는 안개들이 꽤나 묘하다. 곧 도깨비가 나타날 것도 같은 신비로운 풍경이 연출되지만, 결국 도깨비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내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말이 안 되는 상상이 머릿속에 펼쳐지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거침없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그저 반갑다. 도시에 살면서는 절대 가까이하며 살 수가 없었던 바다가 이제는 내 집 앞에 엎어지기만 하면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흡족하게 해 준다. 머릿속이 복잡할 일은 잘 없으나, 하루가 노곤하고 힘들면 자연스레 바다를 찾는다. 그곳에서 계속 쳐대는 파도와 파도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스르륵 풀린다. 해가 저무는 노을 시각에는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노을은 바닷가 앞 집에서 받아보는 자연의 귀한 선물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참 평범하다. 평범하지만 나의 매일이 살아지는 곳이기에 평범한 것들 중에서 가장 특별하다. 내가 가진 평범한 것들 중 가장 특별하기에 가장 마음이 간다. 나의 매일이 이곳에서 잘 살아졌으면 좋겠고, 평안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바다를 마주 보고 사는 지금을 충분히 즐겨보려고 하며 사는 중이다. 매일 바다를 보고, 하루에 몇 번이고 창문 앞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려 한다. 날이 좋은 낮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나다니는 새나 헬리콥터를 보면 동영상도 찍어 본다. 거실 다이닝 공간에 둔 테이블을 창문 앞으로 옮겨다가 바다를 보면서 하루 종일 일을 하기도 한다. 다이닝 테이블 대신 커피 테이블을 놔두고 창문 앞에서 그냥 멍을 때리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가지고 있는 가구들을 활용해 최대한 바다를 마주 보고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노력한다. 새로운 도시에서의 삶도 좋지만, 바다 앞에서 살게 된 특별한 기분이 드는 삶도 참 좋다. 자연을 마주하고 살아보니 마음이 차분하게 정돈이 되는 것 같고, 그런 평온한 감정 상태가 좋아서 더욱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분명 내일도 그렇게 하루를 지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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