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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드브루K Aug 18. 2021

진하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오늘 좀 진하고 싶다."


오늘같이 비가 내려온 세상이 옅어지고

안개가 뿌옇게 시야를 가리면 '진한 것'을

찾게 된다.


생존 본능으로 진해져서 타인의 무심한 시선에서 일어날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준비.


평생 숨은 그림처럼 살던 이도 오늘만큼은

튀는 게 허락되는 날이랄까.


그래서 우중 준비물은 컬러가 화려하다.


나답지 않게 화려한 커피를 주문했다.

한 모금 주욱 들이키니 평소라면 잔뜩 찡그렸을 그 다디단 물이 기분 좋게 넘어간다.


내 속이 진해져 가는 느낌이 짜릿하다.

흐려지다, 지워지다, 사라져 가던 내가

'나 여기 있었다! ' 고 대답한다.


튄다고(모난 돌이) 정 맞는 거 아닌 날.

이런 날도 있어야 산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2021년 여름비 내리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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