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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미 Sep 12. 2021

0. 인스타그램이 문제야..

주인공은 임대차 계약서를(을) 획득하였다!


어느 때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멍하게 넘기는 중이었다. 

작업실을 구하던 친구의 스토리에 너무 이쁜 공간이 올라왔다. 가격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멘트와 함께 올린 그 사진에 나는 그만... 홀라당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내 나이 29

먹고 마시고 보는 것으로 20대를 다 보냈는데 '뭐 하나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회사 외에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던 차에 친구가 올린 스토리는 정말 나의 구미를 당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홀라당 넘어갔다는 뜻이다.) 결국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아지트, 작업실, 카페 등등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그 공간을 더 살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늦은 밤 대화가 끝날 때 즈음 우리는 이미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되어있었다.  


하루키는 말했다.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철학과 달리 21세기에는 수많은 좋은 술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산 정통 와인은 물론 저~~ 기 어디 칠레 산골짜기에서 나오는 와인까지. 이왕 여행을 시작한 거 더 재밌게 더 즐겁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도록 해보자! 이런 사명감마저 드는 밤이었다. 


그렇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이 브런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시작된 와인바 창업기이다. 



2021년 7월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9월 현재 공간 입주 및 시설 공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진행들을 조금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혹시 아는가 오픈 1주년 기념으로 가게 일기를 책으로 만들지! 



그래서 다시 이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면, 가게 공간에 대한 사진을 잔뜩 받아본 뒤 나도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주말에 바로 업장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미 나는 폰사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가봤을 때는 다를 수 있으니까 방문 동선, 주변 입지, 업장 체크리스트 등등을 알아보고 주중에 열심히 공부를 했다. 


월급의 달콤함에 빠져있던 내가 자영업이라는 거친 세상에 그것도 부동산이라니! 이건 100% 혼자 가면 당한다(?). 그래서 먼저 자영업을 시작한 친구에게 SOS를 쳤다. 다행히 주말 오픈 전 함께 해준다고 해서 바로 방문 일정을 잡았다. (신당동 헤이웨이브 사장님이 이렇게 친절합니다. 신당 최고의 펍입니다. 두 번 세 번 가세요 여러분!) 



시청역 테이도우 여름 한정 냉라멘이다. 상큼해!

그냥 가면 또 밀릴 수 있으니까 일단 식사부터 했다. 

(이제는 계약이 끝난) 우리 가게 옆에 위치한 일본 라멘집. 맛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하신 것이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다. 혹시 모르니까 시원하게 맥주도 한잔 같이 했다. 맥주 마실 핑계도 참 많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7평치고는 공간이 잘 빠진 건지, 통창 때문인지 생각보다 넓어 보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사진은 좀 더 정리가 되면 공유해보겠다. 

카페에 앉아 당장 계약하겠다고 설레발치는 나에게 같이 간 친구는 정신 차리라면서 이런저런 피드백을 남겨줬고 나는 열심히 숙제를 받아 적었다. 화장실, 영업할 때 동선, 에어컨, 전기 설비 등 확실히 혼자서는 오픈 전까지 절대 알 수 없었을 부분들을 챙겨줘서 라멘과 커피를 대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선배 사장님은 주말 영업 준비하러 신당동으로 떠났고 (맥주는 헤이웨이브!) 나는 동업을 하기로 한 친구를 만나 다시 한번 업장을 방문하고 주변 상권 분석(산책)을 했다. 

덕수궁 돌담길 근처라서 정말 데이트하기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첫 방문한 날 덕수궁의 사진. 이날은 7월이지만 엄청 덥지도 않고 날씨가 정말 좋았다. 

덕분에 '아 이건 된다. 여기는 된다.'라는 환상에 찰 수 있었다. 2호선 시청역 근처에 위치한 덕분에 근처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립미술관 방문 후 좋은 코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나는 의미부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20대의 끝에 나의 공간을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 근처 위치, 조금만 손봐도 충분한 인테리어, 보러 간 날 마침 좋은 날씨,, 이 모든 것이 이 공간을 계약하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약 일주일 동안 내가 모아둔 돈, 와인바 운영에 필요한 시간, 초기 비용과 손익분기점, 준비해야 할 것, 콘셉트 등을 정말 열심히 조사했다. 친구와 동업 형태로 갈지 브랜딩만 부탁할지 등등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논의했다. 또한 거의 3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실제 유동인구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가게의 컨디션도 확인했다. 이 와중에 이전 세입자와 권리금 협상으로 약 50% 정도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비싸 ㅠㅠ) 


회사는 그대로 다니고 있었으니 조금 정신없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인지 정말 재밌었다. 이걸로 힘들면 체력이 안돼서 오픈을 못할 거라는 생각도 있어서 더 이 악물고 했다. 사실 기존 회사도 있고, 힘들면 안 하면 그만인데 그건 또 지는 거 같아서 싫고 해보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 이렇게 빛을 발하나 보다.  


그렇게 첫 방문 후 2주가 흘렀을 즈음 계약을 결정하게 되었고 건물 관리인, 기존 세입자, 친구와 함께 스케줄 조정 후 내 인생 첫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부동산하는 지인에게 전화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던 시간, 건물 관리인선생님께 잘 보이겠다고 사간 수박 주스, 좁지만 층고가 높았던 임시 관리실(공실을 관리실로 사용하신다), 달달 돌아가던 스탠드 선풍기, 인테리어 기간 좀 달라며 눈치 보던 그 시간, 사인한 서류를 들고 나온 뒤 긴장 풀린 첫 한숨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헤이웨이브에서 분 계약 기념 초

그렇게 3~4주의 시간 동안 충분한 고민과 충분한 조사를 통해 결정을 했다. 그 사이 많은 말림과 응원들이 있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모든 것들이 답정너였달까? ㅎㅎ 어차피 하기로 한 거 잘해보자는 마음뿐이다. 고사 느낌으로 케이크에 초도 한번 불어봤다. 많은 조언과 응원해주신 신당 헤이웨이브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세요..) 그러고 보니 고사 날짜도 정해야 하는구나.. 

조사하는 과정도 복잡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산더미라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 


벌써 굿즈 하나가 나와버린 것 같다. 

친구와 시장조사 겸 논의할 겸 방문했던 공덕의 미스터리브루잉.

앞으로 메모할 일이 많을 것 같아 부랴부랴 CU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노트를 구매했다. 앞뒤가 똑같은 회색 두꺼운 종이라서 급하게 'le front(앞)'이라고 적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우리 공간을 모티브로 뚝딱뚝딱 그림을 그려줬다. 너무 귀여워...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앞으로 분명 이런저런 일이 많이 있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이 긍정적인 기운을 항상 생각하면서 현명하게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어쨌든 너무 기대되는 10월이다! 


다음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게를 알아봤고, 계약을 했는지 남겨볼게요.




지금은 상호명도 정하고 인스타그램도 만들고 오픈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는 더 빨리 소식을 접할 수 있으니 구경 오시고 팔로우도 많이 해주세요 :) 

https://www.instagram.com/mulata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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