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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야 Feb 26. 2021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워크캠프 프랑스 봉사활동)

상그리아, 치즈 그리고 밤새도록 나눈 그 이야기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내가 쥐기로 결정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유럽 여행 준비였다. '책은 도끼다'에서 보여주었던 지중해식 삶에 매료되어 실제로 유럽 사람들의 삶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모아놓은 과외비와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그토록 가고 싶었던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워크캠프(work camp)'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게 되었다. 가장 인기 많은 주제는 페스티벌 준비였지만 내가 신청할 때는 이미 인기 많은 프로그램들은 모두 신청 불가 상태였고 남은 것은 프랑스 남부 지방의 처음 듣는 소도지의 고성 reconstruction(재건) 밖에 없었다. 청년들한테 설마 건설을 시키진 않겠지? 하는 생각에 남은 선택지를 신청하고 한 달 뒤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안녕? 내 이름은 Pauline이고, 하는 일은 환경미화원이야.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아. 내 일을 너무 사랑해.


내가 신청한 워크 캠프 리더의 자기소개였다. 굳이 묻는 나의 질문에 살짝 불쾌해하며 28살이라고 나이를 알려주었다. 내 주변에 저렇게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 있으면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캠프에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 2명, 터키에서 2명, 프랑스에서 3명, 스페인에서 1명, 체코에서 1명 이렇게 총 9명이 있었다. 고성 reconstruction이라는 봉사활동은 정말 말 그대로 고성 재건과 주변 환경 정리를 하는 것이었고 낮 동안 멋대로 굴러가 있는 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거나 잡초를 뽑고, 지역 행사에 일손 돕기를 했다.  밤이 되면 스페인 친구가 직접 제조한 상그리아에 치즈를 곁들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이 고되다는 이유로 터키에서 온 2명의 친구가 중도 귀국해버리고 남은 7명은 사이가 더욱 돈독해져 3주를 즐겁게 보냈다. 그 친구들은 모두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환경미화원인 친구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3개월 휴가를 내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 것은 그들이 미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유연성이었다. 굳이 구체적으로 갖고 싶은 '직업' 이야기해달라는 나에게 답변하기 위해 고고학자, 미술 선생님 등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오히려 그들은 나에게 되물었다.


왜 한 가지 직업이나 단어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거지?


하고 싶은 진로와 꿈이 있지만 단지 그것은 인생을 즐기는 과정과 과정 속 선택일 뿐이며, 혹여 그 꿈에 도달하지 못해도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을 소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달려왔고, 대학에 와서는 어떤 일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지, 즐거움을 주는지는 관찰하거나 고민하지 않은 채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만 집착했던 나에게 너무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 친구들은 스스로를 시험해보듯 다양한 경험에 자신들을 내던졌다.

상그리아와 프랑스 남부의 너무나 깨끗한 밤하늘, 그리고 흩뿌려놓은 별들과 함께하는 저녁, 우리는 온갖 주제들로 이야기 나누었다. 교육, 정치, 예술, 사랑... 그 당시 나는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들이었기에 이야기를 마치고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면 자지 않고 다음날 얘기할 내 생각을 고민했더랬다. 지난 3년간 뿌연 먼지 속을 걸어가는 것 같았던 답답함이 사라지고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내가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최근 그때 워크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에게서 배웠던 삶의 자세를 [소울]이라는 영화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음악만이 삶의 목표라 생각하고, 그 외의 모든 삶과 시간들을 무의미하다고 인식하며 살아온 남자가 죽음을 통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는다는 영화이다.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말, 내가 프랑스 시골에서 깨달은 것을 한 문장에 담고 있었다.



 I'm going to live every minute of it.
나는 매 순간순간을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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