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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eyview Oct 29. 2020

나를  소진하는 글쓰기에서, 나를 채우는 글쓰기로

대단한 것을 성취하여 대애단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 거창함을 열거하는 타인들의 언어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나를 얼마나 뭉개어왔던가. 짧은 경로 안에서도 훌륭한 역량을 뽐내어 온 이들, 혹은 긴긴 생애 속에서 부단한 도전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어보았던 이들.


그들의 서사가 괴로웠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해보지 못한, 그들의 실패 경험조차 마냥 부럽기만한 가장 밑바닥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타인을 향한 갈채는 곧 나를 향한 힐난이라고 여겨온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타인의 삶을 박제화했던 것이 문제였던 걸까. 그네들의 삶은 견고할 것이라고. 그네들의 고통은 대단함으로 의미화된다고. 손쉽게 그들의 삶을 박제해버렸다. 혹은 그들 또한 자신의 삶을 전시해야 했다는 것이 문제였던 걸까. 가장 보암직한 것들을 선별하여 가시화해야 했던 경험을 나 또한 기억하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마주하는 가장 날것의 일상들은 늘 균열 그 자체가 된다. 균열적 일상으로 이루어진 나는 결핍된 존재 자체가 되고 말이다. 지독한 자기 연민이 나를 좀먹는다는 사실 즈음은 익히 알고 있지만, 오늘의 글쓰기는 그 좀먹힌 나를 드러내는 일에 그 목표가 있다.



나의 결여, 즉 이 볼품없는 생각의 나체들을 기록하는 일이,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나의 구원임을 알기에. 나를 '소진하는' 글쓰기 대신, 나를 '채우는' 글쓰기는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가장 보잘것없고 하찮은 몸부림에서부터.


투쟁의 삶을 버텨내보려는 2020년 10월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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