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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09. 2022

장작을 쪼개 행복을 나눈다.

장작 부자 마음부자

요즘은 제법 까치를 자주 만난다. 만날 때마다 정이 쌓이는 듯하다.


"여보~ 쟈네들 말이야. 왠지 늘 오는 아이들 같지 않아? 똑같이 생긴 것 같아."

"음... 그럴 수 도 있지. 똑같이 생긴 거 확실해? ㅋㅋㅋ"

"아니 꼭 둘이 오는데 부부 아닌가 몰라. 게다가 이젠 문을 열어도 날아가지도 않아."



문을 살짝만 열어도 푸더덕 날아가 버리더니 사진을 찍는 소리가 '찰칵찰칵'나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전원에 와서 '새 멍'까지 추가다. 날아갈 때까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더니 현관 벨소리가 울린다. 문을 열어보니 반가운 분의 해맑은 미소가 환하다.

입주 후 알게 된 Y소장님이다.


처음으로 대접한 커피 한 모금을 드시자마자 소장님이 마당에 있는 파이어 핏을 보시더니 이러신다.


"파이어 핏 잘 만들어 놓고 장작은 왜 사서 쓰셔요?"

"사야지 그럼 어떻게요 ㅠㅠㅠ"

"장작은 패야죠~~~"


경쟁심이라고는 1도 없고 게임을 하면 져야 맘이 편하다는 홍 집사(남편)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골프를 치던 중 무슨 바람이 불어 난생처음 없던 경쟁심을 불태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그 이후로 아주 고질병이 되어버린 터라 장작을 패는 건 불가능하다. 홍 집사의 상태를 알고 계신 소장님은 '장작은 패야한다'는 말을 하시자마자 홍 집사와 함께 나가시더니만 세상에나 마당에 깜짝 선물 가득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장작이 마당에 턱 자리를 잡는다.



두식구에 혹 손님이 온다 해도 장작 걱정 뚝이다. 돈 주고 살 때는 장작이 그저 물건으로 보였는데 마당 한 구석에 믿음직스럽게 쌓여있으니 장작 부자 마음부자다.



소장님의 조언대로 허리를 조심해야 하니 손도끼로 앉아서 나름 열심 홍 집사가 장작을 팬다.

"오~~~ 아자아자 화팅!"



장작이 널브러져 있고 패 놓은 장작이 얼키설키 쌓여있노라니 이제 좀 전원 마당 같아 흐뭇하다.

충분히 귀찮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시는 소장님을 보면서 또 배운다. 도움을 주시면서도 얼굴은 도움을 받은표정이시니 소장님은 쌓인 장작처럼 마음부자이신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일일 수 있다. 홍 집사도 일삼아 장작을 패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말로는 힘들어 죽겠다면서도 늘 장작을 해온 나무꾼처럼 이젠 제법 자연스럽다.



"오~~~ 오늘은 날씨가 많이 따뜻하니 드디어 상남자 장작불로 고기굽는겨."

"그취!"

"오로라 불멍둥!!!"

"아예~~~"




장작 부자 마음부자.

장작을 쪼개 행복을 나눈다.


오늘은 소장님의 따뜻한 마음과 장작 덕분에 서울촌놈 전원에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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