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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Mar 08. 2022

'자가격리'에도, "자격"이 필요했군요...

'격리 대상자'인 듯 '격리 대상자'아닌 '격리 대상'되어 연차 쓴 이유


감염률이 높은 오미크론이 내가 근무하는 시설에도 확산되었다. 시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코로나에 취약한 이용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시설'이기 때문이다.


확산은 막을 수 없었다. '소독약'을 뿌려대고, 방 앞마다 '스크린 막'을 쳐도 마치 바이러스가 '투명인간'이 되어 각방마다 누비고 다녔는지, 오미크론의 심각한 감염률은 매일 '양성자'를 생산해 내고 있었다.


우리 종사자는 2년 동안 거의 매주 'PCR 검사'를 시행해 코가 마비 지경에 이르렀지만, 지금부터는 매일 진행되는 PCR 검사에 누구도 괴롭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양성'을 진단받는 이용인과 선생님들이 속출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간 퇴근을하고 아침에 집에 올 때도, 휴무날이어서 집에 있을 때도 “검사 진행 00시”라는 문자 하나만으로 모든 직원이 원으로 급히 달려가서 검사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날, 저녁을 잘 먹고, 컴퓨터에 열중하던 후니가 “목이 심각하게 아파”라는 말을 꺼냈고 순간 ’ 간이 툭 떨어진다 ‘는 느낌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경험했다. 평소 감기몸살이 걸려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무심하게 지나쳐 어느 날 ’ 자정능력의 힘‘으로 나아버리는 아이였지만, 그날따라 왠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신속항원검사 두줄!!”

후니가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이후 동생인 지호도 두줄....     

그러나 나는 한 줄....


왠지, 나도 그때부터목이 붓고 아파오는' 느낌? 적인 느낌?'..... 나중에 알고 보니 기분이 몸을 지배했나 보다


먼저, 보건소에 '전화 문의'를 했다. 그러나 나는' 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가족 중 양성자가 있어도, 본인이 '부스터'까지 접종을 하고 '음성진단'을 받으면 격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나는 매일 받는 PCR 검사에서 매번 음성진단을 통보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취약시설 종사자이니, 나머지 찜찜한 부분은 시설장 재량으로 처리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원의 시설장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고, 행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으로 그냥 출근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동료 선생님들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아들이 양성이 떴으니 언제 감염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길게~~ 둘러둘러~~' 하셨지만, 결론은 출근하지 않았으면... 하는 내심의 이야기였다.     

나는 알 수 없는' 찜찜함'과 '책임감에 대한 무게', 그리고 '동료선생님들의 불편한 시선'에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음성진단이 나올 때까지 '연차'를 하나쓰고 대기했다. 건강에 취약한 이용자들이 내심 걱정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다음날 후니는 PCR에서 양성을 받았고, 지호는 음성, 2일 뒤 다시 검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물론 나는 이날도 음성이었다. )

그러니, 행정상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함께 양육의 일부분을 맡고 있는 ’ 전남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서, 아이들을 아빠 집으로 보냈다. 아픈 아이를 보내는 나의 심정과, 시설의 이용인들에 대한 책임감이 오갔다.     


그러나.....

나는 계속 출근을 하지 못했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불편하다 심경토로’(사실 이것이 제일 힘들다. 바로 옆방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였고,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모두다 밀접 접촉이 계속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아이들이 양성 진단을 받았으니, 나도 언제 감염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니, 개인적으로 억울하고 섭섭한 감정마져 생겨나는것이였다.)를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취약시설 종사자는 가족 중 양성자가 생기면 '공가'를 준다며, 이것을 받고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냐는 의견이 거세졌다.

그러나 나는 가족 중 양성자가 생기면 온다는 그 격리 문자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주민등록부상 나의 주소지에 있지 않다는 것...

나는 ”이상한 비정상 가족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돌보고 있지만, 이혼가정으로 아이들의 양육권과 주소지도 아빠에게 가 있어 행정적으로는 ‘양육자가 아니다" 라는 결론이였다.


“가족제도”주변에 둘러쳐진 금 밖으로 한 발만 나가면 그 강력한 가족주의가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이상한 정상 가족 김희경)     


방역지침상(부스터 접종 자이며, 검사 음성자) 격리 대상이 아녔음은 물론이고, 취약시설 종사자의 가족 중 양성자가 생기면 행정적으로 받게 되는 유급휴가 격리 7일이라는 행정 영역에도... 나는 모두 다 제외된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이 일에 나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로지 개인적인 책임(외 유급휴가를 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동료 선생님들을 붙들고 일일이 나의 이혼과 현재의 양육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만 져야 하는 상황.....     


나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계속 음성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동료의 의견'과 '책임감의 무게'를 무시할 수 없어 출근을 포기하여야만 했다.


나의 입장에서만 놓고 보면, "나는 약자인가 보다". 뭇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이해받아야지만 그제서야 나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약자...... 그러나 이 약자에게 '책임소재'만큼은 제외대상이 아니다. 책임은 따르지만,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내가 알리고 싶지 않은 '나의 개인적인 상황'과' 개인적인 정보'까지 내가 직접 이야기 해 가면서 이해받아야 하는 지금의 현실.....

이' 비정상? 가정'의 상황을 오롯이 내 개인적인 영역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억울한 감정이 생겼다. 그래도 이용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동료선생님들의 염려와 의견도 무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나는 '연차를 소진하고 출근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연차 소진 뒤에 따라오는 근무의 무게감..... 을 생각하면 여전히 괴롭다)     

 

사회적 약자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무지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몸으로 겪었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그리고, 격리 기간 7일을 모두 연차로 메우고서야 출근할 수 있었다. 

가장 '공적인 책임감'을, 가장 '개인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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