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사협회 전문잡지 "월간 [소셜워커]" 별의별 이야기 10월호
나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장애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 ‘틱장애’가 심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치료센터’를 갈 때면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 심호흡부터 해야했다.
버스에서 ‘틱 증상’이 시작된 아이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은 양호한 편이고, 아에 대놓고 “그런 아이를 데리고 다니냐?”는 핀잔을 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마다 일일이 아이의 ‘장애’에 대해 설명해야 했고, 이해받아야 하는 나는 철저한 사회적 ‘약자’였다.
“사회적 약자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무지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몸으로 겪었다.”(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작가)
그들의 행동의 의미나 표현을 이해하기보다 우리의 시선은 그저 ‘장애’일 뿐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 이하가 아님을 인식해 나가야 한다. 즉 경증장애는 조금 지원이 필요한 사람, 중증장애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다.
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주먹 쥐고 일어나~’ 나 ‘늑대와 함께 춤을~’같은 이름을 지어주듯, 우리도 이들에게 ‘먹을 때 돌봐줘야 하는 사람’, ‘화날 때 발을 구르는 사람’으로 알고 이해하며 이들의 행동을 그저 ‘특성적 형태’로만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른 사람이 아닌, 도움받을 영역이 다를 뿐이다
우리도 마음의 고민이 있거나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 꼭 찾아 의논하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서도 계산이나 계획에 엉성한 기질을 가진 사람은, 남편이나 아내가 그 역할을 대신 맡아 담당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손에 습진이 잘 생겨 집안일을 할 때면 꼭 고무장갑이 필요하다. 그뿐이겠는가? 운전할 때 길치(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소질이 있어 내비게이션 없이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단지 어떤 몇몇 영역이 불편하거나 실행이 어려워 도움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이 신변처리가 되었건, 식사, 걷는 것 또는 인지 요소가 되었건 어떤 영역과 부분이 불편하여 도움이 필수요소인 ‘사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애인도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이다
통상적으로 비장애인은 “장애인은 힘들겠다, 불쌍하다, 나와는 다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장애인 못지않게 그들만의 세상이 있고 즐거움과 만족감도 존재한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에는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의 장애 영역은 꾀나 복합적인 수준이라, 일상생활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도 그들만이 경험하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느끼게 되었다.
한 이용인은 손으로 눈을 자꾸 찌른다. 그래서 눈병이 자주 생겨 안과를 주기적으로 가야 한다. 생활지도원이 ‘문제행동’이라고 일컫는 그 행동이, 그에게는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듯이 하는 놀이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눈을 찌르면 눈에 색색 가지 문양들이 나타나고, 사물이 요리조리 나뉘어 보이기도 하다. 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벗어나 생각하면, 그만의 ‘놀이’이자 ‘시청’이다. 그래서 나는 삼면이 거울로 되어있는 만화경을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색종이를 잘게 잘라 넣어서 여러 색색 가지 모양의 것들이 다양한 문양으로 펼쳐지는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또 한 이용인은 “푸~푸~”더부래기 소리를 한다. ‘더부래기’는 보통 옛 어른들이 말하기를, 아이들이 비가 오기 전에 한다고 하는 그 소리와 비슷하다. 더부래기 소리는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그 박자와 길이도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그 이용인은 더부래기 소리로 비트박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알게 되었다.
최근 여러 매체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임을 알리고 있다
내가 ‘어린 장애아이’를 키울 그 시점, 나는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식’의 정도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아직도 ‘부족한’, ‘이상한’, ‘불쌍한’이라는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보고 대하며, 그 해결을 오로지 부모인 나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억울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이러한 시선이, 최근 다양한 매체로 다뤄지기 시작하고, 실제 장애인들도 본인의 장애에 대해 시사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채널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장애’에 대한 특성을 알렸고, 채널 tvN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이 배역으로 등장해, 장애인의 활동 영역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유튜브 채널에 ‘원샷한솔’이라는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유쾌하게 만든 영상이 있다.이 영상에는 시각장애인의 어려움과 괴로움보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일’과 ‘도움받아야 되는 일’을 구체적이면서도 명시적으로 이야기해 준다.
한솔은 꽤 빠른 속도로 점자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본인은 남들보다 2배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컵라면에 점자가 없어 “진라면”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도 풀어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조금은 개성 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함께-서로’ 도움을 나눠보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장애인의 89%는 중도 장애인 이라는 것이다. 즉, 이것은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나와는 별개의 일이 아니며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최근 ‘비 마이 아이즈’라는 앱을 다운 받았다. ‘원샷한솔’의 영상에 시각장애인들이 눈으로 꼭 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앱이라고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약통의 약이 많아 두통약인지 몸살약인지 알 수 없는 경우나, 흰색 옷을 입었는데 얼룩은 없는지 등 그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내가 직접 설명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앱’을 다운 받고 놀란 점은 실제 이 앱으로 봉사하고 있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5,963,027명) 우리는 서로 필요한 부분을 돕고 채워주며 살아가고 있는 한 사회에 공동체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걸음씩 ‘장애’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그 사람을 먼저 한 ‘사람’으로 봐주는 것, 그러면 그 만의 색깔과 매력이 장애보다 먼저 보일 것이다.
유튜브 원샷한솔 OneshotHansol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장애
Google Play 앱 Be My Eyes- 시각장애인 돕기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사전문잡지 "월간[소셜워커]" 10월호 '별의별이야기'에 소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