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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fa Nov 26. 2022

피노키오의 연극이 끝나고

평소대로 너울이 이는 일상을 살았다.

스스로를 시한부 소아암 투병 중이라 소개한 친구를 만나 두어 달 동안 마음을 다해 필요한 것들을 해주고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 친구의 거짓은 금방 들통났고, 그런 거짓말로 sns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터라 그만두라고 이야기 한 뒤 연을 끊고 적는 글입니다.



1열 중앙의 가장 비싼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피노키오의 대사를 받아주고, 웃고 울고 시간과 마음을 썼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상한 부분을 의심하는 것이 실례가 될까 피노키오에겐 그만의 사정과 이야기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나처럼 자기도 모르게 피노키오의 극에 등장하는 배역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극에 힘을 실어줬다. 모두의 성의와 정성이 피날레를 맞이하기 전에 끝나 다행이다.


무대가 고요함으로 채워지니 하루 이틀은 허전했다. 어떤 관계든 거기에 습관처럼 길들여진다는 사실에 짜증 나기도 했다. 무대 밖의 삶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매주 찾아오는 마감의 파도가 피노키오와 시간을 보내며 쌓은 모래성을 성실하게 지워줬다.


선의를 가지고 자기도 모르게 연극에 참여한 사람들과 집단 심리 치료를 받기로 했다. 치료를 앞두고 어떤 일들이 있었나 떠올리니 파편이 된 조각들이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하다. 내게 맡겨진 배역대로 열심히 글을 써두길 잘했다. 그 무엇보다 생생한 연극에 대한 평이되었으니까. 그 글들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 피노키오가 진짜라고 믿었을 때 응원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지나고 나니 피노키오의 양심을 저격하는 글로 보인다.


누구보다 잘 알겠지. 그 순간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 어렸는지. 다른 숨은 의도는 없었는지. 누군가를, 그의 상처를 이용하고 있다는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느꼈을지. 적어도 나는 내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 순간뿐이라 다행이다. 나는 피노키오를 보며 하늘나라에 있는 내 아이를 더욱 또렷하게 떠올렸고, 추모했다. 누구도 쉽게 겪기 어려운 일들, 나만의 이야기가 이렇게 겹겹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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