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요양원 입소 23일째(2024.10.12)
엄마, 사랑해요.
사랑한다면서 평생을 어머니 편히 모시지 못했어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된 것도 어머니 인지력이 떨어지고 난 후였죠. 좀 더 먼저 엄마를 더 사랑했거나,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었어야 했는데. 도대체 나는, 얼마 만한 불효자일까요.
지금도 엄마 건강 걱정하는 것 만큼, 내 앞길을 걱정해요. 아마 엄마가 치매가 아니었다면, 엄마는 내 걱정에 힘드셨을 만큼 내 상황이 좋지 않아요.
불효자 맞아요.
나 다쳤을 때 엄마만큼 나 걱정한 사람 없고, 직장생활 못하고 어머니 댁으로 내려갔을 때, 정말 아무런 구김없이 두팔 벌려 맞아주셨죠. 다시 서울로 올 때, 서운한 마음 감추려고 노력하신 거 눈으로 다 봤어요. 그러고도 엄마를 위로하지 못했죠. 저는.
미안해요. 못난 자식입니다. 남들도 다 자기 엄마가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엄마는 제게 너무너무 소중하고, 위대한 엄마예요. 지난 2년 반. 그 위대한 엄마를 공경히 모셔야 했는데, 나 죽겠다 소리 너무 많이 했어요. 미안해요.
이제 어머니 요양원에 계셔서, 제가 하나하나 챙기지는 못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요양원에 요구할 거 요구하고, 챙길 거 챙길게요. 엄마.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살아주세요. 내가 노력해서, 엄마 불편한 거 없게 계속 만들어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