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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ndy Dec 12. 2024

요양원에 모신 것을 후회한다.

입소 두달 보름쨋날의 소회

지지난 주 열한 번째 면회를 한 후 브런치에 글을 올렸으나, 지난 주는 어머니를 뵙고 온 후 글을 올리지 않았다. 면회는 했지만 어머니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실려 요양원 면회실로 나오신 어머니는 마치 주무시는 것처럼 눈을 감고 계셨다. 어머니를 깨워보려고 30분 동안 갖은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 나와야 했다.


요양원에 들어가신지 두달 보름 째. 어머니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걷지 못하게 되시고 그 이후로는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져 계신다. 전 주까지는 내가 조금 노력하면 어머니를 깨워서 대화할 수 있었으나, 그날은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팔다리가 몹시도 붇기 시작했다. 10월에 장염을 앓으신 후 계속된 전해질 불균형 때문이라 생각했으나 그뿐이 아니었다. 이번 주에 혈액검사를 한 결과 알부민이라는 단백질 부족도 원인이었다. 알부민이 부족하면 몸에 부종이 생기고 무기력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어머니의 건강이 너무 나빠지는 게 요양원에 들어가 안전상의 이유로 걷지 않고 휠체어를 쓰게 되시면서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대사작용이 원활치 못하게 된 것이 원인인 듯싶다. 그 말은 내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게 된 것이 어머니 건강 악화의 이유가 되었다는 뜻이 된다. 내 탓이다. 이미 걷지 못하시게 되어 이제 돌이킬 수도 없게 되었다. 땅을 치고 후회한다.


사실 요양원 생활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요양원은 자신들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만 노력한다. 어르신들의 실질적 건강 유지는 관심 밖이다. 낙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멀쩡한 분들까지 휠체어에 앉히고, 식사나 위생관리도 어르신 개인의 특성을 감안하기 보다 효율적으로, 그러니까 공장식으로 쳐낼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보호자들은 그런 것에 대해 쉽게 컴플레인을 제기하지 못한다.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내 부모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마란 법도 없고, 하나하나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까. 말하자면 요양원 입소자는 서비스 사용자이자 고객이지만 갑을관계를 따지자면 '을'인 셈이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두고 일주일에 한번씩 면회를 가고, 한 달에 두번 꼴로 병원에 모시고 간다. 병원 가는 빈도는 요양원 들어가시기 전보다 훨씬 늘었고, 걷지 못하시니 병원 가는 어려움은 부쩍 늘었다. 전반적인 건강이 심히 악화되셨다. 어리석은 소리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요양원에 모시지 않을 것이다. 내 손으로 모실 때 몸이 힘들기도 하고 마음이 우울하기도 했지만, 매일 웃으며 함께 밥 먹고, 씻어드리고, 약 챙겨드리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몸 만져드리면서 속이 후련했던 적이  더 많다. 지금처럼 답답한 적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돌이키고 싶을 만큼 후회가 깊다.


원래 어제가 열세 번째 면회를 가는 날이었지만,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서 요양원에 가져다주고 그냥 돌아왔다. 면회를 오늘로 미뤘는데, 오늘 시간 맞춰 면회 가는 길에 탄핵시위대의 가두행진으로 차량 통행이 막혀 버스가 요양원까지 가지 못했다. 결국 전화를 걸어 면회를 내일로 미뤘다. 내일은 꼭 면회를 해야겠다. 어머니 목소리도 듣고 싶고,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 모습이 보고 싶다. 내일이면 두달 이십오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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