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약간 들고부터는 화두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었다.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 것인가?'
그 시작은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 곁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면서였던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다.
다만, 내가 고등학교때까지 고민이라고는 그야말로 1도 없는 천진난만에, 천방지축이었다는 사실이다.
사춘기 시절, 친구들이 한참 예민하고 심각할 때
"나는고민이 없는게 고민이야~"라고
철없이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 곁을 떠나 외로움 때문에 비로소 철이 들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어느 순간 종교와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다.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이 발전하기를 원했다.
삶의 진리를 터득한 현자가 되고 싶었고,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알차고 보람된 삶을 살아서, 죽을 때 후회가 없기를 바랬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멋진 삶인가?'
물어볼 사람이 없었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는 삶인가를 알기 위해서 열심히 독서를 했다.
철학과 종교 서적을 읽으면서 비로소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리를 알게 되는 기쁨으로 온 몸이 떨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라는 사람의 인격과 삶은 변함이 없었다.
옳음을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실망스러워 독서를 중단한 적도 있었다.
'알면 뭐 해?'
'실천도 못 하는 걸!'
그렇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서점에서 ‘도(道)에 관심 있으십니까?’에 낚여 대순진리교에 들어가 주문수련을 1년 정도 한 적도 있다.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그 이후, 20대의 나는 그 당시에 붐이 일기 시작했던 수많은 명상단체를 섭렵했고
서른이 되면 출가하겠다는 꿈도 가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송광사 4박5일 묵언수행과 지금은 유명해진 법륜스님의 깨달음의 장이다.
스무살 중반쯤엔 배낭을 메고 홀홀 단신, 45일간 인도의 아쉬람으로 명상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서른 살이 다가오자 전문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 자신이 없었다.
나는 잠이 많았고, 일평생 회색 옷만 입고 싶지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패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절에 들어갈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검도 때문이었다.
스님이 되면 검도를 비롯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늦게사 알고보니 스님들도 취미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았다.
너무나 평범해서 현인은커녕, 수행자가 되기도 모자란 나는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없다는 자가 진단을 내렸다.
20대를 마무리 하면서 결국 내가 찾은 내 삶의 방향은 '균형잡힌 인간이 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균형잡힌 삶을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