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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미아 Aug 02. 2022

[요즘주니어들]허접해도 돼, 나중에 더 멋있어질 거니까

ep. 2  좋아하는 일에 대한 95년생 준의 생각


좋아하는 일에 대한

90년 생들의 생각

[요즘 주니어들]


    두번째 인터뷰이인 준은 제가 스무살이 되던 해 만났습니다. 오목조목한 고운 얼굴에 잘 어울리는 화장과 옷을 입었던 모습이 생각나요. 28살이 된 지금의 준에게는 그 시절의 것들이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런 자신의 상태를 한마디로 포텐이 터졌다고 표현해준 그의 인터뷰, 같이 보실까요? 


차준희라는 부캐로 활동하고 있음
수련생으로서 디자인을 배우고 있고, 커리어 전환을 준비 중


먼저, 너의 부캐 '차준희'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거야?

    스스로가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취준생의 자아로서는 재미가 없더라고. 그래서 차준희라는 부캐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준이 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줄래?

    영문과를 졸업하고 일반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했어. 계약 이후에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앞으로 남은 인생이 긴데, 그 시간을 재미없는 일로 버텨간다는 사실이 괴로웠어. 기왕 하는 일이 재밌으면 좋잖아. 경제적 안정성 그리고 소속감에서 오는 안정감을 느끼고자 회사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생각하게 됐어.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슬로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문화 좋지 않아. 좋아하는 걸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문구를 넣으면 누군가는 패배감을 느낄 수 있잖아. 마치 연애를 꼭 해야만 하고, 안 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분위기 있잖아. 이 슬로건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좋아하는 걸 일로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잖아? 삶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문구야.


너무 동감해.

    하고 싶은 일 대신에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존중하거든. 그래서 그런 것들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싫더라고. 내가 누군가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그들도 내가 좋아하면서 하는 삶을 부러워할 수도 있고. 다 각자의 삶이 있는 거지.


그럼 준은 좋아하는 일을 일로써 하고 싶어? 아니면 분리하고 싶어?

과거에는 따로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함께 하고 싶어. 그래서 디자인을 배우고 있고.

하고 싶은 일 - 비주얼과 관련된 일, 브랜드 비주얼 디렉터
좋아하는 일 - 분석하는 거
촬영 현장 사진

그래서 요즘 하는 일이?

    포토그래퍼 친구와 촬영을 진행하고 있고, 나는 헤어&메이크업을 담당해서 돕고 있어.

    콘셉트 회의 단계에서 많이 참여하기도 하고, 포토그래퍼가 큰 그림을 그리면, 그 안에서 내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미지 컨설턴팅을 하는 거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말한 대로 재밌는 일을 하고 있는 중?

    응 수련생으로서 재밌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걸 구현하는 게 재밌고, 지금은 못해도 되니까 용인되는 시기라서 다행이라 생각해. 아이돌 연습생을 보면 성공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하잖아, 그런 것처럼 나도 노력 없이 무언가를 이루는 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나도 지금은 능력치를 키우는 중이라서 이 시간이 억울하지는 않아.


지금은 못해도 된다…! 나는 입사한 지 7개월 차인데, 잘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종종 부담을 느끼거든. 너의 스탠스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


준도 사실 되게 조바심이 날 수 있는 상황인데,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려는 마음가짐이 대단해.

    나도 시작하고 몇 주는 조바심을 느끼고 그랬는데. 열심히 하려고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스스로가 높게 샀어. 나 그래서 진심으로 내가 기특해. 내가 자기애가 많은가? (웃음) 안 되는 걸 찾아보고 알아보는 것마저도 기특해.


개인 프로젝트 '에우로파'의 메인 사진 중 한 컷

최근에 진행한 개인 화보 프로젝트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시작한 거야?

    차준희라는 내 부캐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계정에 내 사진을 올리고 있어. 평소 화보를 좋아해서 연예인 화보를 챙겨봤는데,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아무도 나를 안 찍어주는 거야.(준은 진지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찍어야겠다! (아주 멋져) 볼 사람이 없어도 그냥 올려봐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 여기에 기획과 스토리를 담으면 재밌을 것 같았는데, 운이 좋게도 친구가 사진작가를 하고 있었어. 마침 나를 찍어주고 싶다는 말에 제대로 기획을 시작했지.


황소로 변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사진 프로젝트의 주제가 ‘에우로파’였잖아, 도대체 ‘에우로파’가 뭐야?

    신화에 나오는 ‘에우로파’라는 여성을 모티브로 한 거야. 에우로파에게 반한 제우스가 황소로 변해서 사랑을 나누는데, 헤라의 질투로 둘의 만남은 줄어들게 되고, 결국 에우로파는 다른 섬으로 이주해 그 섬의 왕과 잘 산다는 내용이야. 여기에  나만의 기획을 더했지.


오? 어떤?

    신화 속 에우로파는 섬으로 시집가서 평생을 그냥 왕비로 사는 수동적인 인물인데, 만약 에우로파가 그 섬의 왕비가 되어 퀸덤을 만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더해봤어.


아~ 입체적인 인물로 바꿨구나.

    응. 섬으로 가기 전에는 공주였으니 제약이 많았을 텐데, 왕비가 된 섬에서는 자유와 권력이 있으니 변화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지.  동시에 나를 이입해서 생각했어. ‘되는 일 하다가 결혼하고 순응하는 삶’ → ‘하고 싶은 걸 찾아다니는 지금 주도적인 삶’ 이렇게.

‘에우로파’ 프로젝트 현장

준은 되게 상상력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에우로파와 너를 대입한 기획이라는 게 신선해.

    지금 내 상황이랑 맞물려서 할 수 있었던 기획인 거지. 처음부터 이 기획을 하고 찍은 건 아니었는데, 두 번째  촬영을 진행하면서 구체화했어.


그것도 신기하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 같아. 이 모든 것들을 하면서 불안함이 없는 이유가 있어?

    일단 이게 내 본업이 아니라, 허접해도 된다고 생각해. 부담이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 더 멋있어질 거 거든. 그래서 괜찮아. 이런 과정이 내 커리어의 자취가 될 거라 생각해.


너무 멋진 마음가짐. 어른이야!

    (웃음) 만약 내가 어떤 회사를 목표로 준비했다면 불안했을 거 같은데, 언젠가는 쓸모 있겠지 하는 연습생의 마음으로 하는 거야. 그때를 노리는 거지. 그래서 괜찮아.

예전에 신상 화장품은 다 알 정도로 화장품을 공부하고, 혼자 메이크업하고 지우며 화장품에 푹 빠졌던 시간들이 있어.  그때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게 지금 포텐셜이 터지는 거 같아. 마찬가지로 지금 하는 것도 언젠가 포텐이 터질 거라 생각해.


되게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준아. 네가 되게 단단해진 느낌이야.

   늘 단단함을 좇아 왔거든? 근데 과거에 비해서는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져.


5년 뒤 너는 무얼 하고 있을까?

    투잡을 하고 있을 듯해. 직장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고, 주니어 디자이너 혹은 사진 찍는 일을 계속할 것 같아.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혹은 바라는 모습을 이루기 위한 루틴이 있는지?

    끔찍하게 루틴을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할 말이 많다.

    몸 컨디션에 예민해. 무리하면 몸에서 신호가 와. 몸살같이. 그래서 컨디션 회복을 위해 모든 스케줄을 조정하는 편이야. 그리고 먹는 것도 자연식품 위주로 자극적이지 않게 먹는 중이야. 내 몸이 움직이는 원료니까! 요즘은 특히 커피를 샷 하나만 넣고 마시는 습관을 지키는 중이야.

    마지막으로 아침에 1시간 정도 여유 있게 일어나서 스트레칭, 모닝 페이퍼 작성하기. 예전엔 지각을 자주 해서 마음이 붕 뜨는 그런 부정적인 게 있었는데, 지금은 여유 있게 일어나서 차 한 잔으로 캄 다운하고, 천천히 나갈 채비를 하니까 일을 잘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된 것 같아.


근본에 집중하는 거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구나.

    맞아 몸을 구동 상태로 만드는 거지.


너무 동감하는 게, 나도 요즘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여유를 가지려고 해. 최대한 아침을 느끼려 노력하고 있거든.

    우리 기특하지 않아?


그러네. 우리 기특하네, 기특해.

    나중에 자녀가 생기면 왜 늦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왜 배워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

촬영 후 홀가분해진 준의 순간

너무 좋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주니어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나 스스로와 주변에 관대함을 가지는 것. 빨리 뭔가를 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엄격함보다도, 스스로를 지켜보는 것에 무게를 두면 좋겠어. 거기서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로 사회생활이나 일상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 같아.




좋아하는 일에 대한

90년 생들의 생각

[요즘 주니어들]


*인터뷰 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을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wipmia/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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