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96년생 지원의 좋아하는 일에 대한 생각
좋아하는 일에 대한
90년 생들의 생각
[요즘 주니어들]
4번째 인터뷰이인 동구리는 전 직장동료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입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참 강하고 단단해요. 지금은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한 동구리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생각도 행동도 멋스러운 27살 동구리와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이지원 (a.k.a 동구리)
: ‘동구리’는 내가 클래스 101에 입사했을 때 정한 닉네임이야.
그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동구리라고 불러. 인스타 아이디도 동구리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줘.
회사를 뛰쳐나와서 내 사업을 하고 있어. 아직은 수익을 내고 있다기 보단 투자에 가까운 수준이라서, 사업하는 와중에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프리랜서로 하고 있고, 콘마쪽으로 공고 같은 게 뜨면 파트타임으로 써보는 중이야.
직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
나는 마케터였고. 그 안에서 세분화하면 콘텐츠 마케터에 가까워.
콘텐츠 마케터라는 게 회사마다 롤이 조금씩 다른데, 네가 했던 콘마는 어떤 일이었어?
주로 FBIG 소재를 만들고, 소재의 성과 개선이랑 지표를 확인하는 일을 기본으로 했지. 여기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검색광고를 했어. 한 마디로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팔까?’ 하는 일들이지.
내가 지금 하는 거랑 비슷하네.
그렇지 마케터가 하는 일이지.
회사에서 일하던 때와 지금의 만족도를 비교하면 어때?
당연히 지금이 두배 세배 월등히 나아.
그 대답이 바로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아직은 통장 잔고가 남아서일 지도?(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더 만족도가 높아?
일단, 그동안에 회사에서 내가 마케터로서 팔았던 물건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게 없었어. 다만 스티커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던 건, 귀여운 건 논리와 무관하게 구매한다는 거였어. 생각해보니까 나도 귀여운 걸 살 때 무지성으로 사더라고.
그래서 내가 지금 판매하고 있는 것들은 ‘귀여운 것 + 기능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들이야. 이전 회사에서 팔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팔고 있어서 만족도가 높아. 마케터는 이것저것 과장을 해야하는 순간이 많잖아(웃음). 그런데 지금은 진짜 좋은 걸 판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마음이 편한 거 같아.
이쯤 되면 동구리가 어떤 걸 파는지 궁금해지네. 어떤 걸 팔고 있나요?
내가 디자인한 사물이지만, 사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들을 팔고 있어. 우리는 그 사물을 ‘애착 사물'이라고 부르고 있지.
우리라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동구리 혼자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혼자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엄마랑 동생 이렇게 셋이 했었어. 그 당시에는 우리 셋의 취향이 비슷하고, 하고 싶은 일도 비슷해서 ‘뭔가 재밌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 엄마가 키를 잡고 진행하는 사업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효심도 있었고. (웃음)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처럼 시작했던 거지.
요즘 세대 효녀 같은 느낌이네(웃음). 어머니를 위한 마음이 있었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
그래서 초기에는 세 모녀가 한다는 콘셉트를 마케팅 요소로 삼아서 사업을 했었어. 어느 정도 반응도 있었지만, 사업 확장성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더라고. 예를 들면, 우리 제품을 다른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싶은데, 세 모녀가 앞단에 서면 너무 작가적인 느낌이 든다는 거? 콜라보를 하기도 어려운 느낌이고. 그래서 지금은 약간 뒤로 뺐지만, 엄마와 동생을 나의 뮤즈로서 생각해.
동구리가 만든 브랜드 이름이 뭐야?
브랜드 이름은 [그래서 그랬어]고. ‘애착 사물’은 세 모녀라는 콘셉트가 뒤로 빠지면서, 어떤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말이야.
처음 너의 작업들을 봤을 때, '애착 사물'이라는 키워드를 잘 잡었다 생각했어. 아이들에게 애착 이불, 애착 인형이 있는 것처럼, 성인에게도 그런 물건들이 있잖아. 각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들.
맞아. 만화 ‘Peanuts’의 라이더스가 항상 담요를 들고 나오잖아. 그게 상징성이 있더라고. 라이더스에게 담요가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인 것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 정도로 소중한 물건을 만들고 싶었어.
이커머스 제품들이 너무 쉽게 구매되고 버려지고 하는 게 지구를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이라 생각하거든. 비록 내가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되 쉽게 버리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한 거지. 그래도 내가 덜 미안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타협한 게 이 방법 같아.
너의 물건들은 스토리텔링이 참 중요하겠다.
응. 스토리텔링이 전부인데,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제품 외의 것들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 제품을 받는 사람들의 이름을 수기로 적는 것도 그중 하나야. 소개팅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첫인상에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 (웃음)
그리고 가끔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더라고. 최근에 더 저렴한 택배사로 옮기려고 했는데, 고객 후기를 보니까 우체국 택배라서 좋았다는 후기가 많은 거야. 그래서 일단은 우체국으로 계속 더 하게 됐어. 그냥 버릴 수는 없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다방면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구나
응 되게 머리 아파.
'애착 사물' 라인업으로 뭐가 나왔어?
지금 유리컵, 스티커, 곱창밴드가 있고. 그 뒤에 준비되어 있는 라인업도 스포를 하자면, 에코백, 포스터, 마우스패드, 키링 같은 것들. 어쩌다 보니 상품기획이랑 마케팅, 그리고 리테일까지 다 내가 하고 있어. (웃음)
대단하잖아!! (웃음)
그래도 회사 다니는 것보다 좋다.
아무래도 너의 것을 하다 보니 지금 하는 일에 푹 빠져서 하는 것 같네. 회사를 다녔던 경험을 통해서 여러 인사이트를 얻은 것도 같고.
응 아무래도 도움이 되었지. 7개의 회사를 다니면서 소중한 인사이트들이 생겼지. 무엇보다 너같이 소중한 사람들이 남지. 사람이 남아.
동구리는 스타벅스의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슬로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거 처음 봤을 때. 우습다고 생각했어. 사실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 게 있는데, 어떤 건 부끄러워서 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잖아. 그런데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말이, 그런 사람들 앞에서 그냥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요즘 세대가 쓴 카피는 아닐 거 같아.
내가 그 카피로 만든 스벅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좀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어.
음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아. 영상에 담긴 인물들만 봐도 표면적인 것들만 건든 느낌이 있지.
동구리야, 좋아하는 일을 일과 하고 싶은 일은 같아야 할까?
그 두 가지는 나한테 다른 개념이야. 난 예쁜 걸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해. 그래서 마케팅이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 ‘이걸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면서 고민하니까.
반면에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람들을 위로하는 거야. 다정하고 품위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 과정에 일조하고 싶고, 유대하고 싶어. 다정한 마음으로 품위까지 지키며 살면, 자칫하면 누군가는 나를 만만하게 볼 수도 있는 서늘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 하지만 다정하고 품위있는게 진짜 강하고 우아한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
그래서 이번에 리브랜딩 하면서 ‘다정하고 품위 있다’는 본질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어. 이전에는 목가적인 따뜻함이었다면, 지금은 3D 요소들을 활용해서 차갑고 힙하게 표현했어. ‘다정함’도 이렇게 멋지고 힙하게 될 수 있다는 거지.
그럼 지금은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네. 승자야 동구리.
돈을 벌어야 승자지(웃음) 자본주의는 무섭다고요. 그런데 언젠가는 이런 방식이 승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동구리가 어리다면 어리고 많다면 많은 27살인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야?
본업(마케터)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아서 이것저것 시작했어. 근데 웃긴 건 내가 계속해온 걸 보면 비슷비슷해. 그걸 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을 해온 거야?
2018년에 텀블벅 통해 시청역에서 전시를 했었거든.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당신의 소중한 순간이 담긴 사진을 주면 전시하는 프로젝트였어. 그때도 나는 사람들 이야기 듣고 위로받고 하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해서 이 사업을 하고 있는 거지.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발자취가 남고 있구나.
그런 거 같아. 나도 참 한결같았더라고.
사실 그런 걸 잘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알맹이 없는 것들을 잘 파는 사람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거야. 내가 자신이 없고 당당하지 못한 건 안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라서, 스스로가 꽤나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사실은 네가 힙 한 거야.
아 이런 거구나..?
응. 네가 간지 나게 사는 거야.
5년 뒤의 모습을 생각해본 적 있어?
내 모습보다도, 내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 걸 생각했지. 오프라인 매장을 꼭 내고 싶고. 내 매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회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주욱 할머니 될 때까지 살고 싶어.
(웃음) 어떤 할머니로 늙고 싶은지도 생각했네.
동구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혹은 바라는 모습을 이루기 위한 루틴이 있을까?
퇴사하고 나서, 삶의 규칙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 노션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적어서 하나씩 지워나가려 해. 아침마다 아티클 읽고, 팟캐스트 듣고 그런 거지. 회사에서 일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지만, 나는 혼자서 일 하니까 정보를 얻느라 오전이 바빠. 근데 p라 괴롭다. (웃음) 그 체크리스트에 들어가기도 싫어 사실은.
� 동구리가 듣는 팟캐스트 목록 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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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주니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큰 힘을 얻거든. 그래서 미향을 만난 게 복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하는 콘텐츠를 통해서 또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거란 말이지. 결론적으로는 뭐라도 하다 보면 그게 다 연이 되고, 또 연결되고. 그게 연대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우리 연대합시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90년 생들의 생각
[요즘 주니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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