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닉 런> 리뷰
영화 <패닉 런>(2022)은 주인공 ‘에이미’의 아들 ‘노아’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사고를 두고 전개된다.
에이미는 자신과 거리를 두는 노아에게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노아는 이를 알아주지 않는 듯 두 사람의 관계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내 총기난사 사건은 아들에 대한 에이미의 걱정을 증폭시킨다. 아이의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의 공포와 불안을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를 달리기라는 소재를 인물의 심리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에이미는 달리는 행위를 통해 어떤 간절함 혹은 불안감을 표현한다. 인물이 달리는 속도와 달리는 경로가 달라지는 점에 주목해서 본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속 인물의 심리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인물이 처한 상황이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단적인 불안을 유도하기 때문인데, 더욱이 총기 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직후 지인에게 차로 데리러 와 달라고만 재차 요구하는 모습이나, 피해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리센터 직원에게 아이의 소식을 전해 달라 부탁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인물의 불합리한 판단에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총기난사 사고가 아닌 개인이 피치 못할 재난안전사고라는 관점을 취하면서 인물의 심리에 녹아들게 된다.
올해 초 5월에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아이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은 미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로 인해 총기 규제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이어졌고, 이는 총기 규제의 법제화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총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도 상흔을 남겼다. 총기 규제를 위해 사고 상황을 가정한 시연조차 학생들에게는 트라우마를 남긴다. 예방책은 요구되지만, 그러한 사고의 발생 가능성 자체가 주는 충격이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서글프다.
지난 10월에 우리나라에서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재난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제 와 다음의 사고를 예방한다고 한들 참사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픈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화 <패닉 런>이 주는 메시지는 안전사고의 당사자들이 겪는 피해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라고 생각한다. 재난안전사고는 실제로 존재하고, 이것은 개개인이 아니라 모두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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