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에게 물어도 이상하지 않은 '꿈이 뭐냐'는 질문.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냐는 말이라면,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길 때 그 즉시 자리를 떠날 수 있는 일상, 그게 제 꿈이에요. 매번 한 순간에 떠오르는 호기심이 내 몸을 일으키는 때에 그 저항이 가장 작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꿈을 묻는 질문에는 꼭 직업으로 답해야 하던 시대가 있었죠. 그런 질문에 대해 꼭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던 한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 시절 15살도 되지 않은 어린 제게도 너무 이상적인 말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런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정말로 왔어요. 그보다, 정말로 빠르게 다가왔네요. 그땐 저도 꿈을 직업으로 말할 수 있었죠.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발표하는 것, 적는 것, 모든 것이 쉬웠어요. 그리고 또 쉽게 바뀌었어요. 그땐 한 번 시작하면 멈추고 싶지 않은 일, 그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할 때면 아주 멋있을 것만 같은 직업을 적었어요. 선생님(교사), 가수, UN사무총장 등등 ,, ʕ•ﻌ•ʔ;;; 그저 당시의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알맞은 대답이네요.
그럼 어떡해요, 하는 일마다 너무 재밌는 걸.
이런 식으로 적어 낸 장래희망의 흐름을, 한 때 유행하던 '생활기록부 다시 보기'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친구와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있던 친구의 "너, 그대로네"라는 말이 하이라이트였어요. 아무튼 저는 그 이후로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관성 있게 한 가지 일(Job)을 고수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그때 제가 살던 삶이, 제가 앞으로도 살고자 하는 삶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흥미를 끄는 일이 있으면 직접 경험하고, 궁금한 곳이 있다면 바로 떠나고. 활동으로서의 경험은 그 나이 제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다양하게 경험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못해본 것이 많습니다. 한편으로 거의 모두가 가진 경험 중에서는 제가 해보지 못한 것이 꽤 많아요. 그런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뒷부분에서 다시 이야기해 볼게요.
어찌 됐건, 경험과 시간을 망설임 없이 소비하는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가지려면 결국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잖아요? 하는 일마다 재미있고 그 어떤 단순하고 지루한 일조차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가 되는 저에게, 단순히 성취감과 자아실현을 찾아주는 직업을 단 하나로 정하기란 아직도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면 결국엔 채용되어야 하고, 또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일이지만, 일단은 그 일과 함께 하고자 하는 절실함 또는 일관성이 필수니까요. 저는 옛날부터 꿈이 없는 게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그 고민 끝에 제가 찾아야 하는 직업이란, '꿈'이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직업으로 정의하여 목표로 두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그다음 단계가 열리더라고요.
어릴 때와 다름없이 꿈 없는, 또는 꿈 많은 백수로 살고 있어요. 이제는 담담하게, 좁지만 확실한 자신만의 길을 열며 사는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주변에서 아직 저는 금쪽이로 남아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저와 같은, 당연히 더 자신 있고 빛나는 금쪽이들이 많이 생길 거라고 확신해요. 뛰어난 것 없이 고집 센, 느리지만 멈춤 없는 제 이야기와 함께 가슴 한편의 짐을 한 블록씩 덜어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