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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쭘이지부부 Apr 06. 2022

출산이라는 경이로운 순간의 기록

아기 출산영상

2019년 12월. 첫째아이의 출산이 얼마 남지않았던 추운 겨울날이었다. 아내는 배가 거의 만삭이었고 지금 당장 아이가 나와도 상관없을만큼 배가 불러있었다. 언제쯤 아기가 나올 수 있을까 남편으로써 항상 고민하고 있었는데 특히 가장 많이 신경썼던 것은.. 평생의 숙원이자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을 때 제일 찍어놓고 싶었던 '출산'영상에 관한 것이었다.


출산 6시간전



어릴 때 부모님께서 술한잔 하시면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너희 아빠는 너 낳을 때 옆에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니.. 그리고 낳은 날 늦게 온것도 모자라서 아들 낳았다고 동네아저씨들이랑 술한잔 하고 와서 얼마나 서운했는지..'하며 말씀하셨다. 아직도 아빠는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한가보다.. 그 모습을 보며 난 출산 때 남편은 절대 아내의 옆에서 떨어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출산 때 아내의 옆을 지키고 싶기도 했고 모든 것들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보면 출산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남편이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 영상을 보면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리고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그 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남을 것 같은 영상을 이렇게 찍을 수 있구나 싶었다. 또한 우리 첫째아이가 10년 20년뒤에 우리 아빠가.. 우리 엄마가 나를 낳는 날 이렇게 고생했고 생각했구나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야 나중에 장성하여 본인이 부모가 될때 쯤엔 이 영상을 더 의미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고프로를 가슴에 달아 양 손을 자유롭게 촬영했다



탯줄 자를 상황을 생각한 장비 세팅



출산 전 여러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하며 어떤 장비를 써야 할지 고민했다. 기본 촬영 장비인 미러리스 카메라, 스마트폰, 고프로 세가지를 준비했고 '필름 카메라'도 미리 챙겨두었다. 출산을 시작하게되면 기본적으로 남편들은 분만실 밖에서 대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급하게 불려 들어가서 아이가 출산하는 것을 보거나 탯줄을 자르게 될것이다. 그 모든 상황을 생각해보니 탯줄을 자르기 위해서는 양손을 써야하고 한손으로 카메라를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가볍고 작은 카메라를 가슴에 달아놓고 촬영하면 좋을 것 같았고 그렇게 촬영을 하고 나머지 카메라는 여유가 될때 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고프로에 가슴팍에 끈을 매달아서 거치할 수 있는 '체스트마운트'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끈과 장비들을 가리기 위해서 셔츠를 겉에 입었고 단추 사이로 카메라만 나올 수 있게 하여 주변 사람들의 눈에 크게 띄지 않게끔 했다. 뭔가 너무 거창하게 하고 들어가면 눈에 띄고 오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최대한 숨겨보려 했다. 이렇게 모든 장비를 가볍게 들고다니기 좋은 가방에 미리 챙겨두었고 그날만이 되기를 바랬다.



양수가 터져 급하게 산부인과로 가는 중
의도치 않은 듯 몰래 촬영했더니 너무 생생하게 촬영된 진통



드디어 그날이 찾아왔다. 새벽 3시 반쯤. 양수가 갑자기 뱃속에서 '펑'하며 터졌다고 아내가 자던 나를 급하게 깨웠다. 왠지 그날따라 불안해서 머리도 안감고 옷도 입고 잤는데 그 덕분에 영상속의 나는 머리와 옷이 깔끔하게 세팅되어있다. (전혀 급하게 나온티가 안나는 느낌. 이것까지 다 준비된 것). 놀라서 바로 모든 짐을 차량에 싣고 트렁크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가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내를 조수석에 태운채 영상을 또 찍기 시작했다. 엄청 아파하는데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또 찍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해서 아파하는데도 카메라를 굳이 설치해서 아내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힘들어하는 모습 모든 것들을 담았다.



출산하러 들어간 아내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걱정하는거 연기아니야??



그렇게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음... 연기가 한.. 10%?? 나머지는 진심이다. 약간의 연기가 없다면 영상을 아예 찍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혹시나 남편분들께 조언하건데.. 아내한테 욕먹을 각오하고 출산영상 찍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파죽겠는데 옆에서 영상을 계속 찍고 있으면 화가 안날래야 안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은 능청스러우면서도 걱정하면서 진심을 다해서 찍어야 한다. 촬영하기 전 참고로 아내의 힘들어하는 얼굴이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찍으면 안된다. 실제로 친한 친구는 영상찍다가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고 한다. 조심하길..


그래도 막상 찍어두면 찍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출산 영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꼭 여러 각도에서. 여러 상황에서 최대한 많이 찍어둬야 한다. 그래야 추후에 영상을 간단하게 편집했을 때 더 생동감있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게 진통을 겪고 수술실에 들어갔고 우노가 태어나 나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와 손이 그대로 찍혔고 첫 울음을 터뜨리는 우노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길 수 있었다. 



우노의 탯줄을 자르는 생생한 순간
출산 후 아내를 바라보는 모습은 100%진심


인생에 있어서 출산은 우리 부모에게도 정말 중요한 순간이며 아이에게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되어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여 낳는 그 순간을 남긴다는 것은 그 어떤추억보다도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을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혹여 출산을 앞둔 부부라면 억지로라도 출산의 순간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남겨두었으면 한다. 육아가 힘들고 고될 때 그 영상을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행복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것이라 확신한다.



<자다가 양수터짐. 아기가 태어났어요/출산브이로그> 2019. 12. 21

https://www.youtube.com/watch?v=O56lEIQwtzk&t=830s


<출산을 앞둔 남편이 꼭 알아야 할 것 ㅣ출산영상 촬영방법> 2020. 11. 02

https://youtu.be/UAc-GJHnf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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