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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자몽에이드 Dec 29. 2023

삶과 죽음, 생명과 죽음

- 기절하고보니

2023. 12. 12. 오후 1시15분경, 회사에서 회의장소로 출발하면서 동료와 인사를 나눴다. 


" 오늘 증인신문 가시는 거죠?"


"아니요, 오늘은 증인신문대비 사전회의랑 선고기일 하나 있어서 가는거고, 목요일이 증인신문이에요. 다녀올게요 목요일에 뵈어요"


그리고 회사를 나서서 회의장소로 출발했다. 운동화를 신고다니는데 좀 그런가 싶어서 회의장소가는 길에 급히 집에 들러 부츠로 갈아신고 버스를 타고 회의장에 갔다. 부츠가 조금 갑갑해서 발이 부었나 했다.


회의장소는 직전 직장 바로 옆 건물이라 위치는 잘 알고 있었다. 올라가서 회의에 참석했다.


베테랑 변호사님이 회의를 주관하셨고, 나는 내가 알고있는 것, 내가 보고 들은 것에 집중하며 변호사님이 회의를 이끌어가시는 모습도 관찰하고 증언할 내용도 파악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숨통이 조여오고 덥고 숨막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계를 봤더니 2시 40분? 쯤 됐던 것 같다.


근데 회의가 끝나질 않았다. 둘러보니 창문이 열려있지 않은 밀실이었다. 나는 너무 갑갑했다.


3시 좀 넘어서 회의가 끝나고 나는 약간 식은 땀이 날 것 같았다. 지난번에 쓰러질 것 같던 그 느낌이 오고있었다. 빠르게 인사를 마무리하고 엘레베이터앞에 섰는데 숨이 막히고 혈당이 떨어지는 느낌, 가슴이 답답한 느낌... 그래서 일단 주저앉았다. 지난 번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시간이 약간 있었기에, 화장실에 가서 좀 앉아있어야겠다 생각하고 저는 화장실에 좀 들렀다 가겠다, 먼저가시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음순간 눈을 떠보니 사람들이 나를 주무르고, 부르고, 우리엄마께 연락을 취하라고 하고, 법무에 연락해서 팀에 알리라고, 내가 쓰러졌고 119를 불렀는데 안오고있다는 말이 들렸다.


말은 들렸는데 나는 눈을 뜰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으...으..하는 신음만 낼 수 있었다.


같이 회의에 갔고 내가 쓰러질 때 옆에 있었던 분은 내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마자 쿵하는소리와 함께 쓰러졌다고 했다.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그대로 부딪쳐서 쓰러진 것이다. 사람이 쓰러질 때 드라마처럼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미 목격한 적이 있다. 사람이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는 수직으로 나무막대기처럼 넘어진다. 그래서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런 완충장치없이 머리를 그대로 땅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3시 9분에 쓰러졌다는데 119가 안온다고 했다. 119는 30분쯤 되어서나 온 것 같다. 의무기록사본을 떼어보니 3시 40분 경 인제대백병원에 이송되었다. 


말했다시피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소리는 들렸다. 간호사들이 내 팔에 링거를 꽂고 혈압이 80/40으로 너무 낮다고 링거를 빠르게 투약할거니까 보호자 올 때까지 동료가 링거액이 기준 선까지 투약될 때까지 지켜봐야한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남자의사하나가 내 왼쪽으로 오더니 '임산부에요? 클났네~클났어~클났네~클났어'이 말만 연발하고 있더라. 의사가 환자앞에서 밑도끝도 없이 대놓고 그런식으로 말해도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아마 신경외과 레지던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보고 '임산부시니까 ct나 x-ray찍는거 힘들다. 환자나 보호자가 강력하게 원하면 찍겠다'라고 했다. 나는 당시 내가 어떻게 넘어졌는지도 몰랐고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몰랐기 때문에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에 남편이 도착했다. 남편이 도착하니 눈물이 났다. 그 때도 역시 말을 하거나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물만 줄줄 흘렸다. 대충 상황을 보니 머리를 세게 부딪친 것 같았다. 나는 머리를 뒤로 세게 부딪쳐서 내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회복을 위해 열심히 재활하겠다고 누워서 생각했다. 


또 잠시 후에 엄마도 도착했다. 엄마한테 왜 전화했는지.. 엄마가 매우 놀라셨을 것이다. 엄마는 계속 내 발을 주무르면서 이래야 혈압 올라간다고, 남편한테도 주물러야 한다고 하셨다. 근데 엄마가 내 얼굴을 잡앗는데 머리에 손이 닿으면서 엄청 아팠다. 머리를 진짜 세게 부딪쳤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인상을 쓰면서 아야했는데 엄마가 미안해하셨다. 나도 인상써서 엄마한테 미안했다.


회사에서 팀장님과 동료가 왔다갔다고 했다. 쓰러지면서 머리 부딪치는 소리가 엄청 컸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하고들 있다고 하셨다고 한다.


3시 40분에 실려왔는데 집에오니 자정이었다.

혈압이 110까지 올랐지만 어지러워서 걸을수도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쓰러진 것은 일시적인 저혈압때문이라고 하더라고, 혈압이 잡혔는데도 계속 어지러우면 진단을 해야지?

근데 백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 어지러움이 가라앉으면 퇴원하란다. 안 가라앉는다고 하니까 있으란다. 나는 심폐소생실에 계속있었다. 그럼 입원하고싶다고 했다 너무 어지러우니까. 근데 또 입원은 안된단다. 이유는 임산부라 검사를 안했기 때문이고 검사를 안해서 입원할 근거가 없단다. 여기가 병원이 맞나 싶었다.(참고로 다음 날, 부산대병원에 갔을 때는 산부인과의사가 어지럽다, 빙빙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나한테 이비인후과 협진받아보라고 했다. 이석증 같다고. 백병원 의사들은 뭔지..?)


겨우 집에와서 잠을 잤는데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위액구토를 오전에만 4번하고 누워만있어서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다시 119에 실려서 이번에는 부산대병원으로 갔다. 아는 친구(교수님이시다)가 있어서 응급실 진입부터 검사까지 아주 친절하게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친구도 통화할때부터 이석증같다고 했고, 가서 머리ct도 찍고(납복을덮었고, 의사가 친절하게 '머리만 찍으니까 아기한테는 영향없습니다. 걱정안하셔도 돼요~'라고 말까지 해줬다), 산부인과에서 태동검사과 자궁수축 및 경부길이 검사, 초음파를 했는데 산부인과 의사쌤이 '이석증 증상같으니 이비인후과 진료 요청해두겠다, 진료보고 가시라'하셨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이비인후과 진료봤는데 전정기관검사실에서 뭘 쓰고 이리저리 시키더니 전형적인 이석증이라고 길게 검사할 필요도 없는 거 같다고 하셨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쳤고, 그 충격으로 양쪽 이석이 튀어나와 이석증이 생긴거라고 했다. 치환술을 받았는데도 나와서 다시 토했다.


그리고 한 가지 큰 고충이 생겼다. 나는 당시 임신 7개월의 임산부인데다 커다란 자궁근종까지 있어서 바로 누우면 숨이 막혀 초음파도 제대로 볼 수 없을정도였다. 근데 나는 양쪽에 이석증이 다 생겨서 절대 옆으로 누워자면 안된다고  했다. 바로 누워자야만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에서는 옆으로 누우라고 하고, 이비인후과에서는 옆으로 눕는 건 안되고 되도록 눕지말고 앉아서 생활하라고 하는데, 나는 바로누워서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주일동안 앉아서 생활하고 앉아서 잤다. 여전히 어지러워 앉지  않을 수 없었는데 누울수도  없었으니까. 친구가 의자를 줬는데, 꼭 앉아서 잘 필요가 있냐고 했다. 겪어봐라.. 낸들 눕고싶지 앉아서 자고싶겠나..어쩔 수 없어서 앉아서 잔 것이다.


그리고 1주일 후 이석증 잘 치료한다는 로컬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또 이것저것 검사시키길래 한 결과, 왼쪽은 교정이 어느정도 됐는데 오른쪽이 아직 문제같다고 했다. 치환술을 했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어지럽다. 하지만 기쁘게도, 이제 왼쪽으로는 누워자도 된다고하셨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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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사고 후 17일째인 오늘까지 난 어지럽다.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다. 처음2주는 샤워도 서서 하지 못했다. 

머리감을 때든 누울때든 부딪친 머리가 아파서 닿기만해도 소리지를만큼 아직 아프다. 

처음에는 빛이나 티비소리도  괴로웠다. 뭔가 민감해진것 같았다. 지금은 티비도 보고 책도 조금 읽는다.

아직 혼자 외출은 못하고 있다. 어지럽기도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다시 쓰러질 것 같아서.

임당재검은 최악이었지만 그것도 그새 다행히 통과되었다. 죽으라면 법은 없군..


이제 이석증이 어느순간 나아서 어지럽지 않고, 두부충격 후 1-2달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연성 출혈만 없으면 된다. 그것만 바란다.


나처럼 뒤로 넘어져서 뇌사한 사람도 있고, 시력을 잃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천만다행으로 현재까지는 괜찮은데, 누워서 생각한게 와.. 진짜 다행이다, 나 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머리다쳤으면.. 싶고, 이만하기에 다행이다 싶고, 우리남편 호강시켜주려고 했는데 젊은나이에 고생만 시킬 뻔  했네 싶고.. 우리부모님도 뒷바라지만 하다가 누려보지도 못하실 뻔 했네 싶고..


참고로 남편이 처음 2-3일은 신경쓰더니 그 담부터 자기 위주로 행동하길래 엄청 뭐라고했다. 아빠들 보면, 엄마한테 케어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엄마가 아프거나하면 돌보지 않고 자식한테 말하고 자기는 자기인생 그대로 살려고 하더라. 어이가 없다. 남자들은 자기 아프면 부인이  돌보는게 당연하면서 자기는 아픈부인을 돌보지 않는걸 당연히 생각하는 것 같고, 오래 약국을 경영하신 약사님도 부인들은 아픈남편위해 좋은 약을 구해달라고 하고 걱정하는데, 남편들은 항시 투덜댄다고 하셨지.. 부부간에 의리와 책임감이 있어야지.


신해철이 예전에 그랬다. 항상 가족들의 나갈 때 배웅을 잘하려고하는데 그 이유는 나가서 다시는 못 볼수도 있으니까?라고  했던가. 나도 그 말이 와 닿았다. 근데 정말  내가  그렇게 될 뻔했다. 운나빴으면 죽거나 불구가 됐을 수 있는 큰 사고였던 것이다.


내가 쓰러진 이유는 임신때문인데(11월말에도 이런 증상이 있어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갔고 임신중후반에 태아에게 혈류가 몰리면서 그럴수있다고만 들었다. 그 이상 아무말도 없더라. 심지어 다니던 로컬산부인과에서는 점심먹기전이었죠? 밥안먹어서 혈당떨어져서 그래요라고 했다..........근데 왜 그런증상이 생길 수 있다면서, 그런 증상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말을 안해줬을까? 나 또한 조언과 상담을 많이하는 전문직종종사자로서 ,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나라면 당연히 알려줬을 것이다. 


이번 사고로 병원에서 느낀 것은 응급실 너무나 무성의하다, 의사들  너무나 무성의하다, 다만 아는 의사가  있으면 달라진다, 그리고 이석증인걸 알아보고 진료받아보라고 한 의사쌤 감사하고 이석치환술이라는 교정술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것.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임신때문에 이런 사고로 죽거나 다치면, 임신이 무슨의미가 있는가. 엄마생명 또는 엄마의 삶과 바꿔서 애를 낳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행히 뒤로 넘어져서 아기는 건강한데, 진짜 이건 다행이지만 내 머리는? 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 생명을 얻는 대신 내 생명을 담보해야하는게 임신이구나 하는 것을 깊이 느꼈고, 그런데도 그 누구도 임신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괴롭고 마땅히 존중받아야하는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구나, 그 많은 여성들은 홀로 이것을 다 감내하고, 임신으로 인한 차별과 고통을 감당해왔구나..싶다. 

또, 엄마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나 불안할까, 근데 건강을 잃은 게 임신때문이라면 이건 도대체 뭘까..뭐 이런생각도하고.


부모님께 딱히 효도하는 캐릭터가 아닌 나로서는, 자식이 뭔가 싶다.

부모가 낳기로 결정해서 낳는 거니까, 애한테 뭘 바랄 수도 없고 잘 키워야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부모가 낳기로 결정해서 낳는바람에 이 아기가 미래에 현재 어른들의 노후를 책임지게 될테니 사회에서라도 대우받아 마땅한게 임산부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인데 오히려 이 사회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고깝게 보고..양육하는 부모들에게 뭔가 지원한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반대를 하고...애를 안 낳으면 안 낳은다고 이기적이라고 하면서 낳으면 지가 낳고싶어 낳았다며 또 이기적이라고 하고..무엇을 위하여 아기를 낳는가 이건 낳아봐야만 알 것 같다. 아니, 낳아서는 알고싶다. 지금은 잘 모륵겠다. 임신기간내내 한 달?정도 괜찮았고 항상 너무나 컨디션과 건강과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


나는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고부터 삶이란, 항상 행운으로 이끌어져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한 것은 없이, 그저 부모님 잘 만나서 부족함없이 먹고 자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방황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고, 호의호식하고 건강하고.. 정말 운좋게 자라면서 부모님이 편찮으신적도 입원하신적도 없다. 그건 다 운이다. 행운. 그래서 거저얻은 이 모든 행운으로 만들어진 인생인만큼, 이유없이 고생하는 사회구성원에게 어떤식으로든 환원하면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해왔다.


근데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정말 그냥 다 운이다. 뒤로 넘어서 머리를 세게 부딪혔는데 이석증에 그쳤고, 지연성 출혈만 없다면 진짜 운좋은 케이스인걸.. 한 방에 갈수도 있었는데 서서히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아기도 건강히 잘 낳고, 나도 건강히 잘 회복하고 아기 잘 돌보고, 내 일도 제대로 잘 할수 있다면 이또한 진짜 행운이라는 걸.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아무리 출중한 사람이라도 특히 머리를 다치거나 건강을 잃으면 할 수 있는 게 없거나 극히 한정될 것 같다고 느꼈다.


심폐소생실에 누워있으면서 문제가 생겼다면 열심히 재활해서 회복해야지 생각했지만, 실제로 문제가 생겼다면 어땠을지 생각도 하기싫다. 그리고 지금도 주위에 사례가 있어 지연성 출혈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외출하기도 어렵고,  행동도 민첩하게 못하고 빨리 걷지도 못하지만 서서히 회복될 것을 믿고 기원한다.

부모님께 감사하고 남편에게도 감사하고 직장동료들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행운으로 다시 얻은(?)기회인만큼 잘 살아볼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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