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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GO Nov 24. 2021

 Food and the City

베트남 다낭 - 쌀국수 (Pho)

가끔씩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코로나로 한국에 가는 것이 어려워지고, 벌써 3년가량을 한국에 가지 못했다. 최근에 아버지 생신이라서 전화를 하는데,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었다. 할아버지 제사는 아버지 생일과 1주일 정도 차이가 나는데, 아버지가 사회에 나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를 직접 뵌 적도 없고, 그저 사진으로만 몇 번 봤을 뿐이다. 8살이 된 아들은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으로 쉽게 화상통화도 할 수 있고, 문자도 보낼 수 있지만,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가족은 항상 아쉽다. 우리 가족이 나를 포함해 최근에 다 함께 모인건 아마도 베트남 다낭을 갔을 때이다.



2016년쯤 나는 아직 일본에 있었고, 아들이 3살 정도 되었을 때다. 부모님 생신선물로 누나와 나는 가족여행을 계획했고, 우리 가족 그리고 부모님 누나까지 모두 모여서 베트남 다낭에 있는 빈펄 리조트라는 휴양지를 예약해서 다녀왔다. 다낭에 내려서 부모님을 픽업해서 택시로 빈펄리조트에 도착하여 우리는 방을 배정받고, 여독을 풀기 위해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첫날은 베트남 음식을 먹기 위하여 시내로 나가 분짜와 돼지갈비를 파는 로컬 식당에 갔다. 모두 함께 자리에 앉아 꼬치구이 같은 돼지갈비를 먹고 분짜를 먹고 나서 우리는 맥주를 사서 호텔로 돌아가서 낮에는 너무 더워서 하지 못했던 저녁 수영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오랜만의 휴가를 만끽했다.


다낭의 빈펄리조트는 조식이 유명한데,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한 베트남 음식과 김치나 김 같은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가 잘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조식 서비스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조식당에는 어른들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도 준비되어 있었다.


입구 쪽에는 쌀국수를 바로 만들어주는 코너가 있었다. 뜨겁게 끓인 닭고기 육수에 쌀국수를 넣고 그 위에 닭고기 고명을 올린 국수. 그리고 취향에 맞춰서 파나 고수 등을 넣고 국물이 뜨거울 때 숙주를 넣어 살짝 데친 후 쓰리라챠 소스나 해선장 소스에 찍어서 먹고, 남은 국물에는 라임을 짜넣어 닭 냄새를 없애서 먹을 수도 있다. 원래 베트남인들도 매우 자주 먹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한국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한국의 국민 면요리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바로 쌀국수 코너로 가셔서 소고기가 든 칼국수를 시키시고는 숙주를 잔뜩 올려서 금방 한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는 닭 쌀국수를 다시 한 그릇 가져오시더니 그것도 다 드시고는 다시 닭 쌀국수를 한 그릇 더 드셨다. 첫날은 3그릇 둘째 날부터는 매일 아침 2그릇씩 쌀국수를 드셨다. 맛있는 쌀국수 기는 했지만 그다지 특별히 맛있는 쌀국수가 아닌 우리가 잘 아는 그런 간단한 쌀국수였는데, 아버지는 참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면요리를 참 좋아하신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저녁에 출출하시면 라면을 끓여 드시고는 했는데, 그 라면 냄새에 이끌려 자기 전에 아버지와 함께 라면을 먹고는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나는 근처 바다에 낚시를 가고는 했다. 추운 겨울에도 함께 낚시를 가서 고기를 못 잡아서 근처에 있는 어시장에 들려서 생선을 사 오고는 했는데, 어시장에서 먹은 가락국수와 아버지가 잡아주셨던 손이 따뜻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아버지는 참 좋은 아버지였다. 그다지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으셨지만,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항상 뒤에서 묵묵하게 나를 받쳐주는 분이었다. 


어제는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생일에 전화드린  드신 아버지는 나이가 많이 드셨었다. 다음에 한국에 들어가면 쌀 국숫집에 모시고 가야겠다. 아들과 함께 다 같이 낚시를 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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