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 클라우드는 과거의 오늘을 묶어서 보여준다. 그걸 보면 지난 시간이 맛깔나게 되살아난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햇빛과 노을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배경 음악이 참 적절하게 사진을 버무린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자동으로 생성되는 앱에게 간택받은 음악일 텐데 말이다. 빛바래져 가거나 잘려 나간 기억을 잘 섞어내는 리듬.. 청각이 열 몫은 하는 거 같다. 역시 뭐든 음악이 있어야 제맛이 나더라.
현실이 배고플 땐 한 묶음의 사진이 잘 버무린 겉절이 한 접시 같다. 갓 다듬은 속이 노란 배추와 연둣빛 이파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간이란 밥에 얹어서 한 접시 뚝딱 먹고 나면 저절로 포만하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변함이 없는듯하다. 몇 년도 안 지난 모습이 아주 오랜 옛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사진, 근심에 쌓여있는 마음이 보이는 사진. 그래도 어느 사진이나 리듬을 타고 지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늘과 바다는 왜 질리지 않는지. 여전히 감탄스럽다. 모습은 변하고 있겠지. 과거의 오늘이 같은 듯 다르듯이.*
나에게 던진 질문 ㅡ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미소 짓고, 손을 건네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홀로 고립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듯.
첫 번째 심문에서 피고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법정에 끌려 나온 듯,
과연 내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펼쳤을 때 활자나 판형이 아닌
그 내용에 진정 공감하듯이.
과연 내가 사람들의 모든 걸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면서
대충 대답을 하고,
손해라도 입을까 겁에 질려
솔직한 고백 대신 번지르르 농담이나 늘어놓는 주제에.
참다운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을 탓하기만 할 뿐.
우정도 사랑처럼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독한 역경 속에서
발맞춰 걷기를 단념한 이들도 있으련만,
벗들이 저지른 과오 중에
나로 인한 잘못은 없는 걸까?
탄식하고, 함께 헤쳐 나가는 이들도 있으련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메말라버렸을까?
천년만년 번영을 기약하며
공공의 의무를 강조하는 동안,
단 일 분이면 충분할 순간의 눈물을
지나쳐버리진 않았는지?
다른 이의 소중한 노력을
하찮게 여긴 적은 없었는지?
탁자 위에 놓인 유리컵 따위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법,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기 전까지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사람의 마음,
과연 생각처럼 단순한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