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후 너무나도 하늘이 맑았다.
강남의 반대편 산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청명했다.
간혹 바람이 몰고 온 먹구름이 심술궂게 떠다녔다.
그러나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푸른빛은 더 청명해서 가슴이 시렸다.
언젠가 캐나다 로키 만년설 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빙하에 서서 얼음의 속살을 보았다. 쩍 갈라진 두꺼운 얼음 사이로 흐르는 물이 어찌나 맑던지. 하늘빛, 그 청명한 색조가 내 몸을 푸르게 푸르게 파고들었다.
매일 보게 되는 하늘,
그 깊이가 이끄는 길로 가고파. 그 푸르름이 전하는대로. 어둠 뒤의 밝음이 더 밝아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늘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자연도 품지만 자그마한 내 여린 심장도 품는가 보다.*
하늘 / 비스 와바 쉼보르스카
그래,
하늘,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창턱도, 창틀도, 유리도 없는 드넓은 창.
오로지 뚫어진 동굴 외엔 아무것도 없는,
그러나 광범위하게 활짝 열린 하늘.
하늘을 쳐다보기 위해
일부러 목을 길게 빼거나
화창한 밤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등 뒤에, 손안에, 눈꺼풀 위에 하늘을 가지고 있다.
하늘은 나를 단단히 감아서
아래로부터 번쩍 들어 올린다.
가장 높다란 산봉우리라고 해서
가장 깊숙한 골짜기보다
하늘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니다.
그 어떤 곳에 있어도 다른 곳보다
하늘을 더 많이 가지진 못한다.
떠도는 구름은 하늘에 의해 무참히 짓이겨져
공동묘지의 무덤들처럼 공평하게 조각나고,
두더지는 날개를 퍼덕이는 부엉이처럼
가장 높은 천상에서 부지런히 굴을 파고 있다.
심연으로 떨어지는 모든 것들은
결국 하늘에서 하늘로 떨어지는 것.
부서지기 쉽고, 유동적이며, 바위처럼 단단한,
휘발성으로 변했다가, 또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하는
하늘의 조각들, 하늘의 얼룩들,
하늘의 파편과 그 부스러기들.
하늘은 어디에나 현존한다,
심지어 어둠의 살갗 아래도.
나는 하늘을 먹고, 하늘을 배출한다.
나는 덫에 갇힌 함정이다.
인질을 가둔 포로다.
포획당한 포옹이다.
질문에 관한 대답 속에 존재하는 질문이다.
하늘과 땅을 분명하게 구분 짓는 건
이 완전무결한 통일체를 인식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누군가 나를 찾고자 할 때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편의상 보다 확실한 주소지에 머물도록
하늘이 내게 허락했을 따름이다.
내가 가진 특이한 인적 사항,
그것은 바로 감탄과 절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