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별곡 2

02 아이구, 자식이 뭔지.

by 힘날세상

ㅡ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ㅡ그 피가 어디 가겠어.

ㅡ뒤따라 다니면서 치우고 다니는 게 당신이나 딸내미나 똑같네.

ㅡ우리 딸, 엄마라고 땀 좀 흘리고 사네.

ㅡ오늘 하루라도 자식에게서 벗어나 잘 놀다오면 좋겠네.

ㅡ우리가 손주들 뒤를 따라다녀야지.

ㅡ지호가 4자 소학을 읽고 있더라고.

ㅡ4자 소학?

ㅡ어린이를 위해 풀어놓은 거.

ㅡ읽으면 뭐 해. 실천을 안 하는데.

ㅡ맞아. 서책낭자 매필정돈書冊浪藉 每必整頓을 읽으면 뭐할 거야.

ㅡ제 방을 좀 보라지. 책만 늘어 놓고 정리정돈을 안하는데.

ㅡ서책낭자書冊浪藉는 하고 싶은데 매필정돈每必整頓은 저기가 제일 싫어하는 거래. 책은 어디든지 놓여 있어야 바로 펴서 읽을 수 있다고.

ㅡ지 엄마가 어릴 때 그랬잖아. 내가 졸졸 따라다니며 치우고 다녔지.

ㅡ크는 게 다 똑같아.

ㅡ우리도 어렸을 때 그랬으니까 할 말은 없네.

ㅡ4자 소학 읽으면서 뭘 깨달았는지 물어봤거든.

ㅡ뭘 깨달았을까.

ㅡ위인자자 갈불위효爲人子者 曷不爲孝를 꼭 실천할 거라던데. 사람으로 태어나 어찌 효도를 안하겠느냐고.

ㅡ효도는 하려나 보네.

ㅡ분무구다 유무상통 分毋求多 有無相通도 말하던데.

ㅡ형제간에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겠구먼.

ㅡ누나보다 많이 가지려 하지 않고 잘 지낼거라고 두고 보래.

ㅡ그래야지.

ㅡ하루 지켜보니까 다 컸네.

ㅡ이제는 말로는 못 당해.\

ㅡ힘으로도 이겨낼 수 없지.

ㅡ우리 아이들 클 때와 똑같아.

ㅡ애들 크는 게 다 똑같지 뭐.

ㅡ아들 보고 싶다.

ㅡ갑자기 아들 타령이야.

ㅡ아들은 언제나 아들이니까.

ㅡ이젠 모른 체해야지.

ㅡ결혼하면 당연히 며느리한테 맡겨야지. 그래도 혼자 있을 때는 엄마가 챙겨야지.

ㅡ내버려두어도 잘 살고 있잖아.

ㅡ누가 와서 데리고 살까. 하루가 여삼추如三秋야.

ㅡ조급해하지 마.

ㅡ요리솜씨가 좋아서 평생 잘 먹여 줄 텐데.

ㅡ나는 말이야. 아들이랑 같이 살아보고 싶어.

ㅡ무슨 소리야. 행여 꿈에도 생각하지 마. 며느리한테 넘겨야 한다니까.

ㅡ그게 아니라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자식과 같이 살면서 아웅다웅하는 거 좋아 보이더라고.

ㅡ그렇긴 해. 서울로 대학 가면서 나갔으니까 우린 빈 둥지만 품고 있었지.

ㅡ둘 다 성인으로 커가는 건 모르고 살았지.

ㅡ맞아.

ㅡ같이 밥 먹고, 치맥하며 늦게까지 떠들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ㅡ캠핑도 따라 가고, 같이 달리기도 하고.

ㅡ꼭 해 보고 싶은 게 있어. 동아마라톤 풀코스 가족 이어 달리기.

ㅡ우리가 10km 정도 달리고 나머지는 아들이랑 며느리가 달리는 거.

ㅡ꿈같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그래도 풀코스 마라톤을 여러 번 달려봤잖아.

ㅡ좋지.

ㅡ그럼 좋고말고.

ㅡ엄마는 자식 밥해서 먹이는 게 젤 좋은데. 아쉽고 서운해.

ㅡ그 재미가 쏠쏠하다던데.

ㅡ월급 받아서 생활비라고 주면 그거 모아서 차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재밌을 건데.

ㅡ드라마처럼?

ㅡ응. 나도 그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

ㅡ나도.

ㅡ그냥 잘 살기만 하면.

ㅡ그때가 곧 오겠지.

ㅡ딩크족도 좋아. 그러나 비혼은 안돼.

ㅡ가겠다고 하잖아. 노오오력 중이라고.

ㅡ올해도 다 갔네.

ㅡEBS와 교육청은 주말에도 불러다 일을 시키는지 몰라.

ㅡ아이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ㅡ딸내미 올 때 다 됐네. 밥이나 해야지.

ㅡ내가 손주들 데리고 청소할 게.

ㅡ그러면 좋고.

ㅡ두부 사 올까?

ㅡ김치찌개라도 끓일까.

ㅡ돼지고기도 사 와야겠네.



ㅡ웬 치킨?

ㅡ엄마 오늘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고 힘들었잖아.

ㅡ힘들긴. 이 녀석들 다 컸더라. 너한테 효도하고, 형제간에 잘 지내겠다고 하더라고.

ㅡ위인자자 갈불위효爲人子者 曷不爲孝, 분무구다 유무상통 分毋求多 有無相通이라고 하지?

ㅡ그거 뿐이겠냐.

ㅡ서책낭자書冊浪藉는 하고 싶은데 매필정돈每必整頓은 절대 못한다고 하더라.

ㅡ내가 혼내려고 하면 위인자자 갈불위효爲人子者 曷不爲孝부터 내세워.

ㅡ누구 자식인지 대단하네.

ㅡ채아는 분무구다 유무상통 分毋求多 有無相通를 달고 살아.

ㅡ그렇게 말하다보면 몸에 배기도 하겠지.

ㅡ엄마, 나도 어렸을 때 그랬다며.

ㅡ아이구, 자식이 뭔지.

ㅡ아이구, 자식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