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생일날 소묘
ㅡ생일 축해해용.
ㅡ왜 코 평수를 넓힐까.
ㅡ생일상은 아들이 차려줬으니까 나는 말로라도 축하하는 거지.
ㅡ그래, 고마워.
ㅡ이번에도 아들이 애썼네. 그걸 언제 다 만들었을까.
ㅡ도미찜이 없던데?
ㅡ그래도 이름도 모르는 요리를 많이 먹여줬잖아.
ㅡ그건 뭐야? 새우튀김 같은 거.
ㅡ이름이 뭐가 중요해.
ㅡ그래도.
ㅡ아침에 일어나서 바빴겠어 그걸 다 했으니.
누나집에서는 그릇이나 양념이 없으니까 자기 집에서 만들어 왔대.
ㅡ애썼네. 그냥 사 먹으면 될 건데.
ㅡ그래도 아빠 생일이라고 직접 만들었다고 하던데.
ㅡ집필 교재 쓰기도 바쁠 텐데 애썼네.
ㅡ누가 데리고 살 건지 왜 이렇게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은지.
ㅡ그 이야기는 그만 좀 해.
ㅡ않는다고 하는데도 걱정이 되는 거지.
ㅡ오늘 일은 딸내미가 다 연출한 거지.산타 옷을 다 사면서.
ㅡ아들은 루돌프로 만들어 놓고.
ㅡ지호는 제가 산타옷 산다고 했겠지.
ㅡ사위만 빠졌네.
ㅡ일이 바쁘다고 하잖아.
ㅡ지호가 종이 접기용 대형 색종이를 받고 싶다고 해서 딸이 인터넷에서 구했대.
ㅡ종이접기 달인 나오겠네.
ㅡ지호는 산타를 믿는 거지?
ㅡ그럼. 선물 받고 엄청 좋아했대.
ㅡ채아는?
ㅡ 4학년이면 다 알지. 그래도 선물 받고 싶어 모른 척 하는 것 같대.
ㅡ요즘은 AI가 산타가선물 놓고 가는 영상을 만들어 준대.
ㅡ세상 좋아졌네.
ㅡ아들은 방학하면 또 나가겠지?
ㅡ대만과 베트남 간다던데?
ㅡ출제 때문에 합숙도 할 텐데?
ㅡ강원도로 열흘 정도 가는데 그 전후에 나가는 가 봐.
ㅡ우리도 갈까?
ㅡ좋지.
ㅡ일주일 여행.
ㅡ어디로?
ㅡ국내 여행.
ㅡ국내도 좋아.
ㅡ저번에 외씨버선길 가보니까 그런 여행도 좋겠더라고.
ㅡ어디든 좋아. 밥 안 하고, 청소도 않고.
ㅡ아들 거 장비 빌려서 캠핑이나 갈까?
ㅡ지금. 얼어 죽기 딱 좋게.
ㅡ꽃피는 봄에.
ㅡ좋아.
ㅡ빌려 주겠지?
ㅡ그렇겠지.
ㅡ지호 생일이 금방이야.
ㅡ선물 사야겠네.
ㅡ돈으로 줘야지.
ㅡ뭐든. 이 녀석들에게 주는 게 낙이니까.
ㅡ손주들만 생각하지 말고 나도 좀 사주지.
ㅡ사. 여자들은 사는 거 좋아하잖아.
ㅡ당신이 사주면 더 좋지.
ㅡ딸내미 데리고 가서 사. 백화점 졸졸 따라다니는 게 남자들이 젤 싫어하는 거 알잖아.
ㅡ그래도 당신이 사줘.
ㅡ지난번에 제자들이 준 상품권 있잖아. 그거로 사면되겠네.
ㅡ며느리 인사 오면 사주려고 하는데?
ㅡ앓느니 죽지.
ㅡ어쨌든 생일 축하해.
ㅡ고맙네.
ㅡ운전이나 잘해.
ㅡ잘하고 있잖아.
ㅡ낼 통영까지 운전하려면 당신 애쓰겠네.
ㅡ난 운전 체질이야. 택시 운전해야겠어.
ㅡ그래. 가서 돈 많이 벌어 와.
ㅡ저녁은 안 먹어도 되지.
ㅡ주면 먹고, 안 주면 안 먹고.
ㅡ빨래 걷어서 개고, 청소기 좀 돌려.
ㅡ네네.
ㅡ책상도 정리 좀 하고.
ㅡ책상은 내가 하는 대로 놔둬.
ㅡ그래놓고 글이 써지나.
ㅡ어쨌든. 생일이면 뭐 해. 혼나는 건 똑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