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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Dec 29. 2020

가난하게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가난한 건 죄입니다

 얼마 전 짧은 웹툰을 한 편 봤다.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아버지로부터 가난이라는 족쇄를 이어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아들에게 가난과 이자라는 족쇄를 물려주며 피눈물을 흘리는 내용의 짧은 웹툰이다. 웹툰을 보자마자 불편하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 떠올랐다.


가난하게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가난한 건 죄입니다





 '죄'라는 단어에 꽂혔다면 이 문장은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욕이 바로 나올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분명 자극적인 문장이다. 내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단어에 관심이 없었다면 분명 화가 났을 법한 문장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문장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나는 분명 부자가 되고 싶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싶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를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돈 걱정 없는 삶은 상상만 해도 좋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먼저 입사했다고 나를 무시하고 뒤통수치는 직장 상사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 건강을 손쉽게 지킬 수 있다. 해마다 좋은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 된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최고의 의사에게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돈보다 소중한 나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 쓰기 싫은 보고서와 계획서를 더 이상 쓸 필요 없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 된다. 돈 걱정 없는 인생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이렇게 돈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다시 말해 돈이 많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누구나 다 안다.






 분명한 건, 아쉽게도 지금 당장 나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의 부자가 될 확률은 희박하거나 위험한 방법을 동반해야 한다.


 매달 살 수 있는 최대 양의 복권을 사서 희박한 확률에 걸어보는 것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가 모르는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며 돈을 버는 것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당연하지만 두 가지 모두 현실적인 방법은 절대 아니다.


 인정해야 한다. 지금 나는 당장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을. 그렇다면 내가 본 웹툰의 결말처럼 나는 가난과 이자를 대물림할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당장 큰 부를 물려줄 수는 없지만 내가 지금 차고 있는 족쇄의 무게를 덜어주고 족쇄를 빨리 푸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아내 배 속에 있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초음파로 확인하고 왔다. 오뚝한 콧날에 부끄럼을 타는 듯한 우리의 아이를 보며 벅차오르는 환희와 함께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아내와 함께 상의하며 아이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이다. 특히 아이에게 우리가 함께 달리고 있는 레이스의 규칙을 자세하게 알려줄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레이스에 임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달려야 꾸준히 달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 줄 것이다. 우리의 아이가 후에 무거운 족쇄 대신 잘 달릴 수 있는 운동화를 물려줄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것을 공부하고 고민한다. 


 인생은 길다.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꽃길로만 뛰어도 시원찮다. 내가 많은 것을 일궈야 우리의 아이가 아름다운 꽃길을 가볍게 뛸 수 있다. 내게 가난하게 사는 것은 분명 죄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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