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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Dec 30. 2023

사는 것(to live)은 사는 것(to buy)이다.

끄적이는 일상

우리 집은 안타깝게도 주변 상권이 빈약하다. 소위 슬세권에는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전부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소형 슈퍼마켓과 대형 마트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있어 매번 장을 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쿠팡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와우회원은 필연적으로 선택했다. 이런 환경에 로켓프레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서비스다. 하지만 당장 필요한 저녁 찬거리를 구매하기는 어렵다. 오전 일찍 주문해야만 저녁 늦게 물품을 받을 수 있어서다. 대개는 내일 먹을 식재료는 그 전날 구매해 놓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1일  1 쿠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살림루틴이 되었다. 식재료뿐 아니라 아이들 옷가지며 생필품도 구입하고 있으니 말이다.


겨우 손가락 몇 번 눌러 구입하는 거라고 간단한 것 같지만 이 행위의 피로도는 상당히 높다. 더 싸고 괜찮은 소비를 해야만 하는 게 주부의 사명 아닌가. 이리저리 재 보다가 구매하기 일쑤다.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사는 것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매하는 삶이 피곤하다. 언제쯤 무언가를 사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꿈일까.


아이들의 방학은 시작되었다. 2끼에 1끼가 더 늘어났고, 간식까지 준비해야 하며 방학 동안 필요한 아이들의 놀잇감들을 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막둥이의 분유며 아기용품들은 시시때때로 필요하다. 눈치 없는 남편은 무슨 택배를 이리 시키냐고 핀잔이다. 나는 말없이 당신이 해 보슈라고 눈빛으로 응수한다.


방학이 끝나면 좀 나아지려나.

이제 시작한 방학이 더욱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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