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나] 3. 프로와 아마추어
프로와 아마추어. 흔히들 비교하는,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단어들이다. 우리 세대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인지,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이 익숙치 않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이 단어들을 들었고, 깊은 고찰을 하게 되었다.
프로(Pro) : 직업적(Professional)인 사람,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아마추어(Amateur) : 직업적에 대응하는 말로, 본업으로 하지 않고 애호하는 사람.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고 있다. "직업적"과 "애호". 크게 이 두 테마로 두 단어를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프로는 잘하는 사람, 아마추어는 좋아하는 사람쯤이 되겠다.
나는 늘 좋아하는 사람 쪽이었다. 아마추어스러웠다. 굳이 프로처럼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승부욕이 정말 강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무엇을 위해 이기고자 하는가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한 나로서는 '잘한다'라는 것도 승부가 존재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승부를 따라가면 늘 내가, 주변 사람이 다쳤고 힘들었기에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내게 그 사소한 승부들은 죽음 혹은 시간이라는 거대한 무언가에 있어 보잘것 없이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가 즐거울 정도까지만 승부를 내려하고, 그 이상을 잘 넘긴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따금씩 감춰둔 감정들이 돌아오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그 기분은 '우리가 지나온 과정은 나도, 팀원들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결국 많은 것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본질과 내부가 아닌, 포장과 외부. 결과와 숫자. 많은 사람들이 결과와 숫자로 우리의 본질과 내부를 평가한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고.
공자,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요즘은 이 말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노력 없이 즐기는 삶을 자위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자가 전하고자 했던 본질은 당연히도 다르다. (나도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내 식대로 해석하면) 공자가 말한 노력하는 자와 즐기는 자에게는 결국 그들이 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노력의 정도가 같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 지향점까지 도달하는 데에 그저 노력만 하는 자와, 노력을 하면서 즐기는 자 간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직업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잘하는 일을 고르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잘하면 좋아하게 된다고. 어쩌면 공자가 말하는 즐기는 자는 애초에 노력하는 자에 비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닐는지. 그리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원동력 삼아 더 노력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는지.
다시 돌아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비교했을 때, 아마추어를 선호하던 나 자신은 어쩌면 "애호"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노력"을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노력"에 대한 냉정한 결과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혹여나 부정적인 피드백에 빠져버릴까 봐. 그렇게 나도 공자의 말로 위안을 삼는 많은 사람들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자만하고 있었다.(물론 모두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기에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노력하는 자와 즐기는 자의 차이는 분명하다. 용기다. 겸손하게 노력할 용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용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역시 용기에서 올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용기를 내보려 한다. 더 이상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직업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고, 노력에 대한 냉정한 결과를 마주할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얻는 결과만큼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을 즐길 것이다. 가장 좋아하게 된 사람들과,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들과,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프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결과와 숫자로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문득,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사시던 말씀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놀 땐 놀더라도, 할 때는 제대로 하자.
by 방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