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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글라스 Nov 09. 2020

엄마가 좋아하는 것

일상 속 감상

 엄마의 자식으로 살면서 내가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이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나를 낳아주었고, 나를 키워주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지금까지 엄마와 함께 산 세월을 생각해보니, 내가 직장 근처에 독립해서 살았던 몇 년의 기간을 빼면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그녀와 쭉 같은 집에 살아왔다. 그러니 아빠나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나보다 엄마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며칠 전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엄마와 함께 반찬가게에 들러 몇 가지 나물무침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그때가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나는 사 온 것을 나중에 먹기로 하고, 엄마 혼자 각종 나물반찬을 넣어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나는 엄마가 먹을 비빔밥을 만든다며 들뜬 마음으로 나물을 넣으면서 버섯나물도 함께 넣으려고 했다. 그때 엄마가 다급하게 나를 말리며

 “버섯은 넣지 마.”

 그러는 거였다.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나 원래 버섯 안 좋아해…….”

 그러면서 엄마는 멋쩍게 웃고 있었다. 나는 버섯볶음 넣는 것을 중단하고 다른 나물들과 비빔밥을 만들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근데 나 버섯 좋아해서 평소에 우리 버섯요리 많이 먹었었는데 그때 매번 싫은데도 드신 거예요?”

 “싫다기보다는 아빠랑 네가 좋아하니까 그냥 같이 먹은 거지.”

 엄마가 이렇게 대답할 때 나는 얼마 전에도 식구들이 함께 먹었던 버섯전골 요리가 떠올랐다. 평소 아빠와 나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라 아빠가 싫다고 했던 것은 가족이 다 같이 먹을 때는 그를 배려해서 그 음식을 피해서 먹곤 했다. 엄마에게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다 좋다고만 했다. 그래서 그녀가 진짜 다 그것들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다음 날 엄마가 병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왔다. 의사가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좋다고 했단다. 나는 그녀에게 두부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나와 아빠는 두부를 좋아해서 늘 찌개나 국, 반찬 등에 두부를 넣어서 먹을 때가 많다. 엄마는 나의 두부 추천을 듣고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 두부를 안 좋아해…….”

 나는 엄마가 평상시 두부조림, 두부구이, 두부전골 등 두부요리를 많이 해줘서 엄마가 당연히 두부를 좋아할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싫어한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 놀랐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별로 얘기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저 아빠와 나 위주로 시장을 봐서 밥을 해줬던 거였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엄마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항상 밥에 미지근한 물을 말아 김치만 얹어서 먹고 나간다. 나는 엄마에게 냉장고에 맛있는 반찬이 많은데 하나도 안 먹고 겨우 밥에 물만 말아서 먹고 가냐고 걱정을 해도 그녀는 언제나 똑같았다. 도대체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많았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다 좋다고만 했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오징어 구이. 그러나 병원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경고받아서 그것도 못 먹게 되었다. 그리고 순대. 그것은 가끔씩 먹을 때도 있었다. 아빠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나마 자주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엄마가 매운 것을 좋아해서 가끔 떡볶이를 먹을 때도 있는데 이제 몇 개월 전부터 위가 아파서 약을 복용한 이후로는 맵고 자극적인 것을 피해야 한다. 병원에 가기 전부터도 그녀가 매 끼마다 억지로 밥을 물에 말아먹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그러다 영양이 고르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늘 반복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둘째 치고, 그녀가 싫어하는 것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항상 싫어하는 음식을 강조하는 사람은 아빠였고, 그래서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거의 식탁이 채워질 때가 많았다. 나 또한 고기를 좋아한다고 엄마와 아빠는 고기를 싫어하지만 나를 위해 매끼마다 식탁에 고기가 올라와 있다. 엄마는 매번 다른 이들에게만 맞춰주고 자기가 좋고, 싫은 것을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말 중에 그녀가 이십 대 때 대구에 살면서 ‘동성로’라는 번화가에 놀러 가면 자주 먹었던 부추전이 너무 맛있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길에서 즉석 해서 아주머니가 전을 부치면 사람들이 사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었단다. 금방 해서 뜨거울 때 먹어서 더 맛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잊고 살았던 엄마를 생각하며 오늘은 그녀를 위해 부추 전을 부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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