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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Aug 29. 2024

박정희, 전두환 그 사이, 행복의 나라

행복의 나라는 있나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역사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시작으로, 2024년 현재 20대 대통령인 윤석열까지.

무려 20명이나 존재했어야했는데, 실제로는 몇 명인 것일까.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이 중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너무 장기간 집권한 나머지... 20명보다 더 적은 역사인 것인데...


영화 '행복의 나라' 는 박정희 10.26 사건을 법정물로 다룬다.


부제에 거론한 3가지 영화의 순서는 옴니버스 순서로도 구성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 옴니버스의 순서는

남산의 부장들 -> 행복의 나라 -> 사람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남산의 부장들이, 박정희 정권 내의 부장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김재규와 박정희 그 사이에서의 일어났던 자잘하지만 굵직했던 사건들을 다루었다면.

행복의 나라에서는 10.26 사건에서 피의자로 지목된 김재규와 박선호 등의 인물들이 궁정동에서 박정희를 저격했고, 그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을 다루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1026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박정희 정권의 썩은 곳을 블랙코미디로 재현하며, 인형의 집 같은 연출로 그 사건을 포괄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실 한국 1026 사건이 다루어진 영화는 이 3가지 영화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대통령을 (!) 몇 대를 '해드신' 박정희라는 윗 사람을 저격하고 살해한 김재규, 하지만 김재규는 박정희와 적대관계도 아닌, 박정희의 신뢰하는 부하였다는 사실. 

이 한 문장으로 수많은 드라마, 영화, 소설을 생산해냈기에 과연 1026 사건은 거대한 컨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영화 '행복의 나라'는 굉장히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마주한 정치색이 옅은 법정물이었다.

2023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해외 법정물 영화는 비판을 받으며 쓸쓸하게 묻혀갔고, 실제로 관람한 이후 "이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만 들었었지만, 행복의 나라는 달랐다.


왜 달랐느냐.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 문장은 "배경을 알고, 영화의 주인공은 더이상 박정희나 김재규가 아니다" 라는 것.


옴니버스 구성으로 같은 주제의 각기 다른 3가지 영화를 묶어보았지만, "행복의 나라"에서의 주인공은 

박정희 살해 피의자 박흥주 대령과 그를 변호했었던 변호사 태윤기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악은 타인의 현실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항변해봤자 무죄가 될 수는 없다는 것"


영화 속 박대령 또한 비슷하게 이야기한다.


"군인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 본인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군인은 군인이고, 단 1심으로 진행되는 군사재판을 받겠다."


박 대령을 변호했던 변호사 태윤기는 이에 반박한다.


"재판은 이기고 지는 것입니다. 정직한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산이 아닌 육본 (육군본부)로 가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닙니까?"


박 대령과 태윤기 변호사의 대화는 흡사,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하며,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 그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혹은 그가 정말 "대국적인 일"에 가담하기 위한 자의적 행위였나?를 수 없이 물어보게 만든다.


영화 속 장치는 기가 막히다.


특히 태윤기가, 자신이 준비했던 변호가 무산되어버리자, 팔이 부러진채로 깁스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법정에서" 스스로 깁스를 부셔버리는 장면,

변호사 테윤기가, 참모총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이 맡은 변호를 위해 노력하는 장면 (사실 이것은 너무 뻔하였지)

골프를 치며 자신에게 훈수를 두는 전두환을 앞에 두고 그의 '개처럼' 행위를 재현하다가, 전두환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 장면.


1026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이렇게 그럴싸한 법정 드라마로 그려내는 영화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일무이한 영화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살짝의 아쉬움이 남는 점은... 너무... 민주화의 느낌을 녹여낸... 인간 태윤기와 인간 박 대령의 한국 클레셰 정치 작품의 향기가 난다는 사실일까...


영화를 보고 나와서 같이 관람한 친구가 말한 문장이 있다.


"그래도 박정희 때가 살기 좋았을 수도 있잖아. 내가 듣기로는 그래."


영화의 제목인 "행복의 나라"가 중의적일 수도, 다의적이게 해석될 수 있는 관점이 그 문장에서 잘 드러난다.


"그 때는 행복의 나라가 맞았어" 혹은 "그 때는 행복의 나라가 아니였다", 아니면 "유토피아적 행복이란 국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


정말 너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사실 파묘도 보았지만, 이것은 리뷰 하고 싶지 않다.) 한국 근현대사의 모습이라서 반가웠지만,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고...또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줄평


"같은 사건, 다른 주인공. 이름을 붙이기 나름인 다의적 제목의 한국 근현대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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