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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한결 Jan 05. 2021

비빌 언덕이 없다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농촌과 청년을 살리자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변화 앞에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가진 것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다 더 큰 손해를 입는 예도 있다. 실패를 극복한 경험이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지만,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을 머뭇거리게 한다.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라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위험부담이 크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대다수는 취업 전선에 내몰린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잘사는 삶의 판단 기준이 경제적인 분야에 대한 비중을 우선하니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른다. 뜻하는 바가 있는 일부 청년층은 과감히 자영업이나 창업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이 중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청년들의 도전을 보면서 평소 느꼈고, 경험했던 사실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비빌 언덕이 없다.


꽤 오랜 시간을 농업 분야에 창업하기 위해 도전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 실행 단계에서 반복되는 좌절로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고 많은 일 중에서 왜 이 일을 하려느냐는 지방 자치 단체의 공무원 상담을 통해서 의욕이 꺾이는 경우도 있다 보니 과연 이게 맞나 싶은 의구심도 든다. 지금도 여전히 내면에서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중의 하나는 바로 지금까지 경험한 분야로의 재취업이다. 경력이 아깝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들을 때면 잠시 흔들리기도 한다.


나는 이미 청년의 범주를 벗어나 40대 후반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농업과 관련한 분야로 눈을 돌렸을 때, 이미 만 39세 이하의 청년을 위한 국가의 여러 정책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지원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불러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항상 진리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만 39세 이하의 청년이라고 무한정 지원을 받느냐를 따져보면 그것도 아니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이 농업 분야로 뛰어들었을 때, 그야말로 농업 새내기라 상환능력은 측정이 어려워 은행은 이런 사람들에게 대출 실행을 꺼린다. 또한 옜다 하면서 누군가 농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전무후무하다. 비옥한 토지가 초보 농부의 손을 거쳐 척박한 토지로 바뀔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비빌 언덕이 없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


청년이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농지 매물에 대한 정보 부족과 자금력이다. 스마트 팜이라 해서 IT와 접목된 기술로 농사를 지으려고 교육을 받았어도 이를 실행할 농지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한 지식이 된다. 게다가 농지는 있는데 담보 능력이 부족해 대출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금력의 한계로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은 막히고 만다. 국가에서 대출 형태로 은행을 통해 지원하는 정책은 보여주기의 전형이다. 스마트 농법을 위해서는 수억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데, 만 39세 이하 청년의 개인 담보 능력으로는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 농업 신용 보증, 즉 신용을 보증해주는 기관이 있지만 그림의 떡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정이 이렇고, 현실과 괴리가 있으니 농업에 대한 도전이 만만치 않다. 담보와 상환 능력이 농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첫 전제 조건이다.


고향이 아닌 낯선 곳으로 귀농을 할 경우 사정은 더욱더 딱하다. 아무런 연고가 없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전무해 농지 매물 정보를 입수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주로 아는 이를 통해 거래되는 것이 지금 농촌의 실정인데, 설사 소개를 받아도 농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라 천 평의 농지만 사도 개인이 가진 자금의 상당 부분이 지출된다. 내가 소개받은 곳 중에서, 도시에 인접한 농지 한 평이 백만 원을 훌쩍 넘어선 곳도 있다. 농지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지출되면 결국 주거 공간에 대한 자금 문제가 도래한다. 결국 험한 가시밭길로의 초대장을 손에 들고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농촌과 청년을 살리자.


담보 능력이 부족한 청년에게 각종 교육 이수, 전공 및 창업 계획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자금력 지원이 필요하다. 대출을 실행하되 낮은 대출 이율과 장기 상환 계획을 통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농업과 관련한 교육을 이수한 자와 농업 관련 학과 졸업생에게 우선 기회를 제공해 농촌으로 청년을 유입하는 방법도 괜찮다. 농지은행을 활용해 농지가 있어야 하는 청년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농지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은행과 장기로 임대 계약을 하고, 이를 임대한 청년은 스마트 농법을 위한 비닐하우스 설치로 담보 능력을 확보하며, 은행은 농지은행과 비닐하우스를 담보로 농신보의 협조하에 대출해주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농업으로의 창업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농업 정책도 필요하다. 개선된 대책으로 실제로 수혜가 가능하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도시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실직자가 늘어나고,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구직자가 필요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으로 청년의 농촌 이주가 꼭 필요한 시대다. 더욱이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행복의 기준이 생겨난 지금 농촌에서 시작하는 삶이 무한경쟁이라는 도시의 빌딩 숲을 대체할 충분한 공간이 된다. 국가는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농촌과 청년이라는 중대 사안을 해결하리라 믿는다. 농촌과 청년에게 국가라는 언덕이 필요한 때다.



Written By The 한결

2021.01.05 대한민국 남해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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