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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e Kim Jul 19. 2020

출국중독자의 금단증상

내게 출국을 못한다는 건,




공항성애자



어쩌면 나는 여행 그 자체보다

'공항 가는 길'의 설렘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까 나는, 여행중독 보다는 출국중독에 가깝다.-





그 길에 늘 봐왔던 익숙한 다리가 눈에 들어오자

습관처럼 가슴이 쿵쾅였다.





'활주로 뷰'로 유명한 호텔에 도착해

유리창 너머로 박제된 공항의 모습을 보았을 땐,

조금 울었다.


"통일전망대 같아."





지금은 건너갈 수 없어.

언젠가, 다시 만나.








여행의 자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여행 중일 때의 나' 라는 별개의 자아가 있어서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여행 중'이라는 별도의 삶을 이어간다고.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현실로 돌아오지만

다시 여행 길에 오르면, 앞선 여행에서의 삶을 이어나간다고.



2017년 3월, 인도 아그라 타지마할.



그 때 나의 마지막 기억은 직전 여행의 귀국길.



흐릿해진 줄 알았던 추억들이 다시 선명히 떠오르고,

잊은 줄 알았던 여행에서의 사소한 루틴이 다시 몸에 배어 나온다.



2018년 8월, 시베리아 횡단열차. 배낭 하나 보드카 한 병.



그 때의 나, 내 '여행의 자아'는

조금 더 잘 웃고, 관대하고, 여유로울 뿐 아니라

조금 더 현명하고, 훨씬 더 용감해서

현실의 나를 지탱하는데에

하나의 큰 동력이 되어왔던 것 같다.



2019년 1월, 네팔 히말라야. 흔한 롯지의 아침 풍경.



그러니까 내게 여행(출국)을 못 한다는 건,



단순히 놀거리가 떨어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두어달 걸러 한 번씩 이어져온 삶이 끊어진,

나를 구성하던 두 개의 자아 중 하나가 무너져내린 그런 느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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